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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일기15> 어지럼증

by 혁이아빠

감기엔 잠이 최고지. 어젯밤 깊고 긴 잠을 소망하며 멜라토닌 5mg 하나를 삼켰다. 효과는 좋았다. 물론 부작용도 내 몫이다. 종일 졸리고 어지러웠다.


휘청대는 것이 눈인지 머리인지 걸음을 내딛는 다리인지 혼란스럽다. 그 좋아하는 책을 읽어도 글자가 (아니 내 눈이) 빙글빙글, 글을 써보려 앉으니 머리가 빙글빙글. 이럴 땐 걸어야지 하니 발이 푹푹 꺼지고, 운동하러 필라테스를 가보니 땅이 솟는다.


나만 그런가 싶어 좀 외로웠는데, 뉴스를 켜니 세상도 좀 어지럽다. 자녀에게 준 장학금은 뇌물, 자녀에게 준 퇴직금 50억원은 뇌물이 아니고. 의문의 1패는 둘 다 받아볼 일 없는 부모들. 새삼스레 혁이에게 미안해진다.


업으로 보고서를 쓰는 처지인데, 말도 안 되게 빠르게 보고서를 작성하는 AI가 내 밥줄을 위협하게 생겼다. 아니지, AI의 거짓말을 잡아내는 일을 하면 되겠네? 꿈 깨란다. 거짓말 잡아내는 것도 AI의 몫이란다. 누가 누굴 잡아야 하나. 혁이에게 미안할 틈도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기술이 변해도 가치관이나 기준이 확고하면 그나마 속도를 견딜 텐데, 그마저 앞뒤좌우 분간을 할 수 없으니 어지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지럼증 검사할 때 눈을 본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견고하게 붙어있길 바라는 수밖에. 안구 운동을 합시다 여러분.


(2023.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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