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일기38> 오늘을 박제하고 싶어서

2023.3.5.

by 혁이아빠

어린 시절부터 역마살 낀 부모 덕에 해외 생활하느라 여권을 일찍 만들었던 혁이. 벌써 여권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간다. 여권 사진 찰칵해야지.

사진기 앞에서 제대로 사진 남긴 것이 얼마 만이더냐. 너 찍는 김에 가족사진도 같이 찍어볼까 기대해 보았건만, 새 학기 시작으로 증명사진 수요가 어마어마하다. 중고등학생 형님 누나들이 가득가득이다. 너만 찍자.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애비랑 여권 사진에 어울릴 법한 진지한 얼굴표정 연습을 했지. 웃으면 안 된다니 저렇게 뾰투룽한 얼굴이라니. 귀여워서 지켜보는 맛이 쏠쏠했다. 요녀석 엄마 닮았나 아빠 닮았나.

이 순간의 아름다움을 박제하려는 욕망이란 점에서 사진은 시나 일기와 닮았다. 나도 어제와 다른, 내일과도 다를 오늘만의 색을 붙잡아두려고 쓰는 것이니.

혁이의 오늘 사진은 앞으로 한참 오늘, 이 즈음의 나날들이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했는지 상기시켜줄 게다. 증정품으로 제공된 혁이 사진 열쇠고리를 차 키에 달았다. 매일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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