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모임에서 새로 사귄 이웃님의 저서를 읽었다. 나와 공통점이 많았다. 2018년에 영국으로 향했던 것도 같았고, 가서 육아의 어려움을 체험한 것도 같았다. 그리고 그 체험 끝에 건져낸 생각들도.
전 국민이 투표를 해가며 브렉시트를 택한 어리석음이며, 그로 인해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경제, 이제야 서서히 올라오는 후회. 밖에서 보기에 영국은 참 한심하기 짝이 없다. 행정이며, 서비스며, 느리고 비싼 그 나라에서 겪은 답답함은 한국인이면 공통으로 느끼는 정서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내가 느낀 영국 특유의 느리고 답답함에는 인간적인 면모도 좀 포함되어 있었다. 기술발전을 사람이 따라가기 어렵다면, 사람 따라 천천히 가겠다는 주의. 우리 사회에선 납득하기 힘든 바로 그 여유.
마찬가지 잣대로 우리는 변화에 저항하는 모든 것을 폄하한다. 아직 팩스를 쓴다는 일본을 미개하다고 개탄하는 기사만 보더라도, 그 시선 자체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보이질 않는다. 지독한 기술결정론이다.
헌데, 뒤처질까 봐 따라가기 급급해서 숨 막히는, 그래서 가정을 꾸리고 후손을 낳고 돌볼 여유조차 사치로 여겨지는, 내전 중인 국가보다 출산율이 낮은 이 나라는 정상일까. 아니, 우리도 사실은 지독한 내전 중인 것은 아닐까. 나는 그 지옥을 만드는데 일조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을까.
그래도 책 덕분에 18개월 떡애기를 안고 용감하게 돌진했던 그 나라에서의 추억에 잠시 잠길 수 있었다. 혁이가 윗집 할아버지 할머니가 가꾸신 정원에서 노닐고 있는 모습은 지금 봐도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