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몸을 모로 꼬았다. 내면의 댄스가 밖으로 넘쳐 흘러내리는 모양새다. 도무지 진정되지 않는지 이리저리 쏘다니기 시작하는데, 문제는 장소였다. 대관람차 안. 가뜩이나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 애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지러운 것을 참지 못하는 애비를 놀리기라도 하듯, 소년은 연신 창밖을 보라며 소리를 질러댔다.
놀이 기구를 2개쯤 더 타고서야 허기가 찾아왔다. 입맛 까다로운 소년에게 파는 간식들은 권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가져온 치즈소시지를 내밀자 한입 베어 물고는 다시 몸을 배배 꼬는 내면의 댄스를 추기 시작한다. 만화방창하는 봄은 아직 멀었지만, 소년은 이미 스스로 봄이었다.
물가로 간다. 옷 젖을 새라 걱정하는 어미와 카메라 렌즈 젖을 새라 몸을 돌려 가리는 애비를 뒤로한 채 소년은 손에서 무지개를 뿜어내기 시작한다. 분명 유치원에 보냈는데, 호그와트였던 것인가.
꽃이 금세 올라올까 염려하여 내가 먼저 남으로 마중 나갔다. 곡성, 흐드러진 꽃 구경이나 하려던 애비의 계획 따위 보기 좋게 무너졌지만, 소년의 채근에 레일바이크 페달을 힘껏 돌리며 스쳐가는 풍경을 잠시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꽃도, 사람도 조금은 듬성한 남쪽의 주말 봄은 한가롭고 적당했다. 소년에게도, 아비 어미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