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화 심장으로 하지 않는 사랑

사랑

by BEAU WOI

나는 한때 ‘인간적인’ 사랑을 꿈꾸던 시기가 있었다. 가까이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마음이 흔들리고, 질투하고, 감정이 벅차올라 가슴이 저릿해지는 순간들을. 그 모든 장면들은 영화처럼 반짝였고, 나는 그 감정의 진폭이야말로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미묘하고 조용한 깨달음에 닿았다. 내가 원했던 것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연출되는 하나의 아름다운 장면, 삶에서 재현하고 싶었던 한 폭의 예술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을 실제로 살아본 후, 나는 조용히 깨달았다. 그토록 강렬하고 감정적인 사랑조차 내 안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것을. 그때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찾고 있었던 사랑은 누군가에게서 받으려는 사랑이 아니라,
애초에 내가 흘려보낼 줄 아는 사랑, 내가 이 세상에서 하게 될 사랑이었다는 것을. 그 사랑의 결은 이미 사람들이 말하는 감정적 사랑의 범위를 넘어서 있었고, 누구에게 증명받거나 확인받아야 하는 사랑이 아니었다. 그것은 과장되거나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고요해서 쉽게 놓칠 수 있는, 그저 특별하지 않지만 진짜인 것이었다.


그 길은 누군가는 평생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채 지나칠 수도 있는 사랑일 것이다. 당시에는 알아채지 못해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문득 떠오르는 어떤 순간, 그제야 비로소 ‘아, 그것이 사랑이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감정. 그런 사랑을 나는 누구에게도 요구할 수 없다. 함께 가자고 손을 잡아끌 수도 없다. 그 길은 필수가 아니며, 모르고 지나가도 삶에는 큰 결핍이 없어 보일 것이다. 하지만 단 한 번이라도 그 사랑의 근원적인 빛을 보게 된다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길 원치 않을 것이다. 한 번 눈을 뜨고 나서 다시 눈을 감을 수 없는 것처럼, 그 사람은 또다시 빛을 향해 눈을 뜨려고 할 것이다. 일상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는 그 길이 고독하게 느껴질 수 있다. 작은 자아는 원래 외로운 법이고, 몸을 가진 존재는 흔들리며 살아가니까. 빛으로 향하는 길의 초입은 언제나 작은 자아에게는 깊은 어둠 속을 걷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그 길을 함부로 권하지 못한다. 그 길은 아름답지만 부드럽고, 동시에 단단한 고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사랑을 ‘심장’으로 한다고 믿는다. 가슴에서 끌어올리고, 감정으로 짜내고, 노력과 인내로 붙잡고 버텨내며, 상처와 소모를 통해 사랑을 증명하려 한다. 그래서 사랑은 아프고, 약해지고, 때로는 꺼내 쓰기 두려운 감정이 된다. 오늘 하루 필요한 만큼만 충족시키고, 더 깊은 곳을 보지 않으려 애쓰는 삶이 낫다고 믿는다. 인생을 겪을수록 안전지대를 만들고, 그 안에서 큰 감정의 파동 없이 조용히 머무는 법을 익힌다. 풍요롭지만 벅차오르지 않고, 편안하지만 살아 있는 감각이 희미해진다.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달랜다. 세상은 원래 고통스럽고, 살아내기 위해선 이 정도의 무감함쯤은 감내해야 한다고, 그렇게 모두들 합의했으니까. 그러면서 마음 한켠의 공허를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처럼 품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게 뭐가 나쁜가. 하지만 그렇게 살다 보면, 어느 순간 설명할 수 없는 외로움이 점점 더 선명해진다.


그리고 나는 언젠가 알았다. 내가 아는 사랑은 그런 방식의 사랑이 아니었다는 것을. 내 사랑은 심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사랑이었다. 내 작은 자아에서 깎아 만든 감정이 아니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근원에서 흘러나와
나를 통과해 세상으로 흐르는 사랑. 나는 사랑의 생산자가 아니었다. 나는 그저, 사랑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증명되거나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만으로 마음을 벅차게 하는 사랑. 말없이 채우고, 이유 없이 평온해지는 사랑. 다치지 않고, 소모되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사랑. 작은 자아가 받는 유일한 선물은 이유 없는 벅차오름과 조용한 환희뿐이었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난 뒤,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사랑 때문에 지친 적이 없다. 사랑 때문에 고갈된 적도 없다. 지친 날이 있었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내 몸이 하루를 버티느라 바빴기 때문이었다. 정직하게 살아내는 일의 육체적 피로, 미처 자각하지 못한 무의식적 소모가 만들어낸 일종의 자기 합리화였을 뿐. 사랑 자체에는 소모가 없다. 그렇기에 고단함 속에서도 나는 사랑이 흐를 수 있도록 그 모양을 잃지 않고 서 있으려 한다.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절망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제 나는 한 사람만을 붙잡고 사랑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 짝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 짝은 내 작은 자아에게 특별하지만, 나는 ‘인간적인’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그렇게 느꼈던 적이 있다면, 그것은 대부분 작은 나의 욕망이 만든 착각이었다. 내가 아는 사랑은 빛에 더 가깝다. 가끔 흔들릴지라도, 그 길에서 돌아올 수 없는 이유이다. 한 사람에게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시야 안에 들어온 존재들을 자연스럽게 물들이는 따스한 빛. 조건 없이 퍼지는 온기. 그저 같은 공간에 머무르고 싶게 만드는 힘. 그래서 내 사랑은 종종 오해를 낳는다. 사람들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과 평온을 느낄 때, “나를 좋아하나?”, “혹시 나에게만 특별한가?” 하고 묻는다. 소수와의 깊은 공간에서는 그런 오해가 종종 생긴다. 하지만 나는 누구에게만 열려 있지도 않고, 아무에게나 흘릴 수 있는 사랑도 아니다. 내 사랑은 존재를 향한 사랑이 먼저 있고, 관계의 이름과 형식은 나중에 덧입혀진다. 그래서 나는 말없이 오해를 받아들인다. “모두에게 잘해주는 사람”, “여기저기 사랑을 나누는 사람.” 그렇게 말해도 무방하다. 나는 그 발산에 대한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 사랑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어떤 한 사람이 소유하거나 전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내 안에서 만들어진 사랑이 아니기에.


표면적으로는 은은한 사랑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본질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이미 자신 안에 그 결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닿아 있으면서도 아직 의식하지 못한 채로 이유 없이 끌린다. 설명할 수 없지만 알아보는 방식으로. 이 사랑은 형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형식은 사랑을 더 깊게 만드는 조건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을 흐리게 하는 속박이 된다. 작은 자아의 욕망이 덮이면 빛은 흐려지고, 사랑은 통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함께여야만 비로소 완전해지는 사랑이 아니다. 나는 혼자서도 이미 서 있는 사람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을 수 있고, 내 몸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 일해야 하지만, 사랑의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달라진다. 그곳에는 어떤 본질적인 공평함이 존재한다. 그래서 누군가 내 옆에 선다면, 그것은 필요가 아니라 선택의 자리일 것이다. 조금 더 가깝고, 조금 더 솔직할 수 있는 자리. 그러나 결코 소유의 자리는 아니다.


많은 이들이 “네 사랑을 전부 달라”고 말하지만, 막상 그것을 받으면 당황하고 두려워한다. 그리고 죄책감과 혼란 속에서 마음으로 도망친다. 그들이 진짜 원한 것은 작은 자아의 감정적 헌신의 증명이 아니었음을 그제야 깨닫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조차 자신이 돌려줄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더욱이 존재를 채우는 압도적인 온기는 혼자서 받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달라 해서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표현이나 증명의 영역 너머에 있다. 조용하지만 깊고, 허무와 공허를 채우는 빛의 감각이다. 자주 올 수는 있지만, 끊임없이 지속될 수는 없다. 이 세계의 구조가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경계를 둔다. 그 경계는 차가운 벽이 아니라, 영혼을 지키는 투명한 호흡이다. 그 선이 흐트러지면 사랑은 흐르지 않는다. 어쩌면 누군가는 그 선을 ‘외로움’이라 부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사랑은 감당할 수 있을 때에만 제대로 흐른다는 것을. 외로움이란 작은 자아의 시야에서 내리는 판단일 뿐이라는 것을. 감당할 수 있는 순간에는 사랑이 나를 통해 흐르며 조용한 선물이 남겨진다는 것을.


사랑은 잡히는 것이 아니라, 통과되어 흐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고요히 내 일을 한다. 누구에게도 드러나지 않으려 하고, 대놓고 표현되지 않는 방식으로. 심장으로 하지 않는 사랑, 흘러가는 사랑을 아무 말 없이 계속한다. 느낄 수 있지만 증명되지 않고, 두드러지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나는 오늘도 조용한 환희로 삶을 채운다. 그것이 내가 선택한 길이고, 이미 알아버린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나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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