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람다 Feb 20. 2021

VMD 비주얼 가이드 만들기

VMD 가이드 - 이렇게 하자는 약속

 그동안 매장으로 나가던 VMD를 재정비해야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여기에서 말하는 VMD 가이드는 매장에 전달해서 '이렇게 진열해주세요'라고 알려주는 가이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이 기준에 맞춰서 디자인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자는 우리들의 약속을 의미한다.



왜 정리하게 되었을까?

 몇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정제하는 것'에 있었다.

내가 VMD를 공급했던 매장은 여러 브랜드를 다루는 유통 채널이었다. 그동안 대략적인 사이즈나 주로 사용하는 컬러, 어느 정도 반복되던 몇 가지 그래픽 배치 등 으레 그렇게 해오던 관습이 있긴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다양한 브랜드가 섞여 있다 보니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주장하기 바빴고, 기획전이나 행사가 여러 개 진행되는 경우엔 저마다의 존재감을 뽐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음의 이유를 들자면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서였다. 새로 나온 제품이라는 걸 알리는 NEW! 그리고 할인 행사 중이라는 SALE, 00% OFF만을 강조하다 보니 '이것이 정말 고객이 원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크고 굵은 글씨로 행사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게 고객의 눈길을 끌고 구매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소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관심이 있거나 써오던 제품이 할인을 했을 때나 구미가 당기는 것이지, 여기저기서 저도 할인합니다! 저는 증정품을 드려요! 하고 외치기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수많은 제품들 중에서 나에게 필요하고, 내 삶을 조금 더 개선해줄 수 있는 단 하나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 나은 고객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에게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 방향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어떻게 시작할까? - 콘셉트 잡기

 VMD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획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듯이, 가이드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콘셉트를 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비주얼 가이드라는 건 브랜딩의 한 요소로, 브랜드를 보여줄 수 있는 표현 방식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브랜딩을 목표로 해서 하나씩 정리해나간 것이 아니고 말 그대로 'VMD'를 공급하는 데 있어서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은 것이기 때문에, 리브랜딩이라기보다는 콘셉트 잡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러한 콘셉트 잡기인, 큰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팀원들과 다 같이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서 머리를 맞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과정을 세 단계로 나눠보면 다음과 같다.


 1. 현황 파악

먼저 매장을 몇 군데 방문하여 현재 VMD의 현황을 파악했다. 우리가 공급한 대로 운영은 잘 되고 있는지,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그리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눈으로 보기도 하고 직원분과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다.


2. 사례 조사

다음으로 다른 브랜드는 어떻게 오프라인 매장에서 고객을 맞이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우선 1차 목표인 '정제'에 초점을 맞춰서 그러한 성격을 가진 브랜드에 대해 조사해보고, 추가로 판매 성격이 비슷한 다른 매장은 어떤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3. 콘셉트 설정

앞서 조사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매장을 방문하는 주 고객의 연령과 특성을 고려했고, 우리가 전하려는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지 정리하였다.



어떻게 정리되었나?

[레이아웃 통일]

 각 브랜드 제품의 행사, 할인, 제품 소개 등 정보를 발신하는 방법을 통일했다. 예를 들면 ‘좌측 상단에 로고를 넣고 제품 이미지를 그 아래, 할인 및 증정의 내용을 우측에 동일한 폰트와 사이즈로 넣는다’라고 틀을 만드는 것이다.


[다양한 정보 담기]

 그동안은 할인, 신제품 출시 등 구매 혜택에 주로 초점을 맞춘 내용을 보여줬었다. 변경 후에는 제품 사용에 도움이 되는 tip이나 검증된 실사용 후기, 고객들이 궁금해할 내용을 Q&A식으로 정리해서 넣는 등의 방식을 도입했다. 매장 직원분들과 인터뷰를 했을 때 이러한 시각화 자료들이 고객들과 원활한 상담을 가능하게 하고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도 했다.


[구어체 활용]

 기존에 단어로만 끝나던 표현을 대화를 건네는 듯하는 말투로 변경하였다. '추천!' 보다는 '사용해보세요.'라고 적으면 조금 더 친근하게 받아들여진다. 제품에 대한 설명도 'xx기술', 'oo성분 함유' 등 우리만 아는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필요한 상황과 고객이 가지고 있을 고민에 초점을 맞춰 넣으려고 했다.



기대 효과

 이렇게 바뀐 VMD 가이드를 적용하면서 기대했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이는 실제로 매장을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했다.

✓ 주인공을 돋보이게

 각 브랜드의 시각적 이미지를 통일하면 정말 중요한 내용을 강조하기 수월하다. 디자인에서는 여백과 강약 조절이 필수라고 생각하는데, 가이드 작업을 통해 그동안 잔뜩 힘이 들어갔던 부분의 힘을 빼주고 강조할 부분은 살리는 조절이 가능하다.

✓ 브랜딩의 역할

 이 제품은 이렇게, 저 제품은 저렇게 상황마다 다르게 보여주다 보면 공간에 질서 없이 물건을 펼쳐놓는 것과 다름이 없어진다. 유통 채널이라는 공간 자체가 가진 브랜드의 특성을 일관된 목소리로 보여줄 때도 이러한 가이드가 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아예 리브랜딩을 진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엄청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었지만, 조금 더 고객의 눈에서 바라보고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매장의 상황을 고려하여 진행한 작업이라는 점이 의미 있었다. 같은 상품이라도 어떻게 보여주냐에 따라 그 느낌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 참 흥미롭고 이것이 VMD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VMD에게 필요한 3가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