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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람다 Feb 13. 2021

세상의 모든 반려견에게

길 위에서 떠오른 생각

 길을 걷다 보면 산책을 나온 강아지들을 마주치곤 한다. 땅에 코를 박고 열심히 냄새를 맡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친근함을 표시하며 달려드는, 모든 것에 별 관심 없는 듯한 시큰둥한 표정으로 걷는 등 각양각색의 강아지들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고 눈을 뗄 수가 없다. 저 작은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원래 강아지를 좋아했다. 지금처럼 다시 보기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던 유년시절, TV 동물농장을 보겠다고 일요일마다 늦잠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며, 초등학교 때 플로피 디스크를 활용해서 홈페이지를 만들던 컴퓨터 수업 시간에 강아지에 대해 소개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다고 내가 수의사를 꿈꿨다거나 강아지 훈련사가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그냥 부모님께 강아지를 키우게 해달라고 격렬하게 떼를 쓰던 철부지였다.


 한창 유행하던 '심즈 - 멍멍이와 야옹이'에서 강아지를 키우며 대리 만족하던 날들이 지나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을 때 난생처음으로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가정 분양을 받기 위해 언니랑 열심히 인터넷 카페를 돌아다니고, 최고의 이름을 지어주겠다며 몇 날 며칠을 고민했는지 모른다. 드디어 강아지를 데려오던 날, 학교 수업은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빛의 속도로 집에 돌아왔다. 거실 카펫에서 곤히 자고 있던 작고 하얀 생명체를 처음 봤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우리 가족이 된 강아지는 무럭무럭 건강하게 잘 자랐다. 너무 무럭무럭 자라긴 했다. 엄마는 2.1kg, 아빠는 1.9kg의 말티즈로 다 자라도 2kg가 넘지 않을 거라던 분양하신 아주머니의 말이 무색하게 5kg에 육박하는 무게의 건장한 견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우리 집에 왔던 선물은 9년이란 세월을 함께 했고 강아지의 평균 수명에 훨씬 못 미치는 젊은 나이에 우리 곁을 떠났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마음의 준비는커녕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지나가는 강아지들을 보면 울컥할 때가 있는데, 아마 떠난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있지만 더 잘해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듯하다. '더 시간을 함께 보낼걸' 이것이 가장 크게 후회되는 부분이다.


 20년 우리를 덮친 바이러스로 인해 소중한 일상이 사라지고 여행도 갈 수 없는 '거리두기'와 '비대면'의 날들이 21년이 된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한 가지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라면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재택근무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모임도 회식도 줄어들었을 것이고 외부 활동에 대한 걱정과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영업제한 조치 때문에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반려견과 산책하는 횟수도 늘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는 반려동물의 행복 지수가 조금이나마 상승했기를 바란다.


 우리는 일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고 혼자 취미 생활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비중은 각자 다르겠지만 그중 일부분을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에는 우리가 전부다. 아침에 눈 뜨고 잠들 때까지의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온전히 우리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고 그 책임 역시 우리에게 있다. '지금 당장 가서 당신의 강아지와 시간을 보내세요!'라고 훈수를 두는 건 아니다. 그냥 세상의 모든 반려견들이 하루하루 행복했으면 좋겠다.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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