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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Jan 31. 2017

당신이 몰랐던 사이코패스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이번 글은 범죄/법정 심리학 전공 정희수 님이 투고해주신 원글을 부분 편집한 글입니다.


‘냉혈한, 연쇄살인범, 감정이 없는, 공감을 못하는, 범죄자…’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사이코패스에 대해 묻는다면 대부분 위 나열된 단어 중 하나 이상이 포함된 문장으로 사이코패스를 표현할 것입니다. 


우리가 즐겨 보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쉽게 접하는 언론과 미디어들은 우리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 사이코패스에 대해서 부정적이고 자극적이게 포장하고 있고, 많은 범죄영화들은 범죄자 사이코패스를 냉혈하고 잔인한 살인마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박지선․ 조준택, 2013). 이러한 영향 때문인지 대한민국에서의 사이코패스는 '일반적이지 않은 성향'으로 판단되기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범죄자' 혹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흉악범'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양들의 침묵’이나 ‘아메리칸 사이코’와 같은 영화나, 실제 학술적으로 보고된 특성과는 관계없이 사이코패스에 대한 흥미위주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많은 언론보도 때문에 사이코패스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입니다 (Hare, 1993). 


당신이 몰랐던 사이코패스, 성공적인 사이코패스 (Successful Psychopath)


이러한 인식이 자리 잡게 된 이유는 '사이코패스'의 개념적 근원을 원인으로 들 수 있겠습니다. 사이코패스가 유명세를 탄 것은 미국 정신과 의사 Hervey Cleckley와 심리학자 Robert Hare 의 공이 큰데요. 이들의 연구는 교도소 안에 있는 사이코패스, 즉 범죄자 사이코패스 (Criminal Psychopath: psychopath who committed crime)로부터 발달되었습니다. Cleckley와  Hare는 수감자들을 인터뷰하며 그들 중 특별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였는데 그들은 대부분 떨어지는 공감 능력과 충동적인 성향 때문에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높은 사교성과 지능으로 주변인들에게는 항상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사람들로 받아들여졌다고 합니다.


이것을 시작으로 사이코패스에 대한 흥미와 관심으로 연구가 계속되었고 이러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 꼭 범죄자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이 사람들을 Hare는 성공적인 사이코패스 (Successful Psychopath)라 정의하였는데, 이들은 범죄자 사이코패스와 유사한 성향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목적이 범죄나 반사회적 행동이 아닌, 정치, 법, 의료분야 등으로 발달, 뛰어난 두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자면 이런 분 (드라마 치즈인더트랩 유정 역, 출처: 치인트 공식 페이스북)


사이코패스의 학술적 진단법과 성향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Hare 교수의 Psychopathy Check List- Revised (PCL-R)입니다. 한국에서도 유영철과 강호순이 이 테스트에서 25점이 넘어 사이코패스라 진단되었죠. PCL-R은 총 20개의 문항이 있고 한 아이템 당 0,1,2점으로 점수를 매깁니다. 문항 총점은 40점인데 국내에서는 25점이 넘으면 사이코패스라 진단을 내립니다. 


이 20개의 문항은 '대인관계와 감정의 부족 관련', '반사회적 행동 관련' 두 분류로 각각 10개씩의 문항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분류인 '대인관계와 감정의 부족 관련' 항목들 에서는 타인과 주변 상황에 잘 영향을 받지 않고, 본인들이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끌어가며, 공감 능력은 부족하지만 그것을 후천적으로 배워 타인에게 매력적으로 비치는지 등을 판단합니다. 두 번째 요인 '반사회적 행동 관련'으로는 대표적인 반사회적 행동인 범행들이 포함됩니다. 이는 전문가가 2인 이상 심도 있는 인터뷰와 조사 등을 통해 판단하게 되며, 현재 학계에서는 PCL-R이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은 사이코패스 진단법입니다.


그러나 기존 사이코패스 테스트인 PCL-R에는 성공적인 사이코패스를 판단하기에는 맹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요인인 '반사회적 행동 관련'의 10문항이 범죄를 저지르고 수감된 사람들에게는 거의 만점 (20점)이 나타나며, 일반인에게는 거의 0점을 나타낼 수밖에 없는, 개인의 성향이 아닌 범행의 여부에 따라 쉽게 사이코패스로 판단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갖습니다. 이에 따르면,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사이코패스일 성향이 높은 것이 불가피합니다.


성공적인 사이코패스의 판단


그렇다면 성공적인 사이코패스를 명확히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행히도(?) 최근에는 사이코패스를 범죄자 적 성향이 아닌 인간의 하나의 성격, 성향 적인 부분으로 가정하는 연구들이 진행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영국 허더즈필드 대학교 (The University of Huddersfield)의 Daniel Boduszek 교수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은 성별, 나라, 문화, 범죄의 여부 등과 관계없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성향 중 하나라고 주장하며 새로운 사이코패스 테스트인 Psychopathic Personality Traits Scale (PPTS)을 구성,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PPTS; Boduszek, Debowska, Dhingra,& DeLisi, 2016).


PPTS는 기존 PCL-R과는 다르게 범죄자와 비 범죄자 구분 없이 사이코패스를 하나의 성격으로 인식하고 발달되었으며, 총 4개의 요인, 20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문항은 0 혹은 1점(Yes/No)으로 응답하며, 문항의 총합이 총 20점 만점으로 이루어진 테스트입니다. 


4개의 요인에는 감정적 대응 (Affective Responsiveness), 인지적 대응(Cognitive Responsiveness), 대인관계를 다룸 (Interpersonal-manipulation), 그리고 자기중심적 성향 (Egocentricity)이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감정적 대응이 부족한데 이 요인에서는 사이코패스의 낮은 공감 능력과 정서적 얕음, 그리고 감정을 구체적으로 느끼지 못하는 경향을 테스트합니다. 인지적 대응 요인에서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 다른 사람의 감정적 프로세스를 인식하고 본인의 의지로 그 감정에 반응하는 능력을 테스트합니다. 세 번째, 대인관계에 대한 부분에서는 매력적임, 과장, 기만성 등을 판단하고, 마지막으로 자기중심적 성향에는 자기 자신의 관심과 흥미, 신념, 태도에만 집중하는 경향에 대해서 테스트합니다. 이 모든 요인들은 지식, 능력, 태도, 신념으로 판단하고 그들의 보이는 행동으로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사이코패스의 사랑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위험인자는 공감능력 부족 (lack of empathy)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때문에 어느 심리학자는 사이코패스는 사랑을 할 수 없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하지만 Boduszek 교수의 주장은 다릅니다. 최근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공감 능력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였는데 감정적 공감 능력과 인지적 공감 능력입니다 (Andalib et al., 2015). 감정적 공감 능력 (Affective Empathy)은 우리의 의지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는 능력이고, 인지적 공감 능력 (Cognitive Empathy)은 경험적 지식에 입각한 자의적인 공감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알아채고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두 가지를 담당하는 뇌의 기관도 다른데, 감정적 공감 능력은 감정을 담당하는 간뇌의 시상이나 변연계 쪽이 활동을 하고, 인지적 공감 능력은 전액 골 피질이라는 언어를 담당하는 기관이 활동을 합니다.


이것을 근거로 Boduszek 교수는 다른 심리학자들과는 다르게 사이코패스도 감정을 느끼고 사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사이코패스는 감정적 공감 능력은 부족하거나 없이 태어나지만 인지적 공감능력은 뛰어나기에 사람들의 감정을 쉽게 알아채고 이해하며 자의적으로 그 사람에게 반응을 보이며 공감해 줄 수 있다는 거죠. 이것이 자기중심적 성향과 더해지면서 본인들이 신경 쓰고 관심 갖는, 즉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공감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자의적'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차가워 보이는 이유일 수도 있겠네요.


사이코패스적 성격


현재 Boduszek 교수는 계속 연구를 진행 중인데요. 미국, 영국 등의 나라에서 PPTS를 가지고 실험 중이며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사이코패스 성향은 직업, 성별, 나라 등을 떠나 인구의 7%가 가지고 있는 성향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밝혀지고 알려진 비율이 전체 인구의 1%였던 기존 연구들과, 사이코패스적 범죄자는 25% 그 외는 7%로 격차가 큰 PCL-R과는 다르게, PPTS로는 범죄자와 비 범죄자 그룹 간 비율 차이 없이 7%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결과로 인해 Boduszek 교수가 주장하는 사이코 패시는 범죄 여부와는 관계없는 인간의 성격 중 하나라는 가설에 타당성을 더 실어 주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애초부터 사이코패스를 성향이나 성격적인 부분이 아니라 먼저 정신병자나 범죄자라는 것을 염두에 두는 것부터가 우리에게 혼란과 오해를 주는 것이 아니었나 생각이 됩니다. 



참고문헌

Andalib, M., Ashrafian, P., Hekmati, I., Jeddi, E. M., Khalilzade, S., Khanjani, Z., & Nia, M. E. (2015). Comparison of Cognitive Empathy, Emotional Empathy, and Social Functioning in Different Age Groups. Australian Psychologist. 50, 80-85.

Boduszek, D., Debowska, A., Dhingra, K., & Delisi, M. (2016). Introduction and validation of Psychopathic Personality Traits Scale (PPTS) ina large prison sample. Journal of Criminal Justice, 46, 9-17. 

Cleckley, H. (1976). The mask of sanity (5th ed.). St. Louis, MO: Mosby.

Hare, R. D. (1993). Without conscience: The disturbing world of the psychopaths among us. New York, NY: The Guilford Press.

Dr. Hare’swebsite <http://www.hare.org/> 

박지선조준택 (2013). “내용 분석을 통해 본 사이코패스 관련 언론보도 실태  추세”, 「한국 경찰 연구」 12(4):17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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