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이번 글은 경찰대 졸업, 경찰학 관련 분야 석사를 전공하신 박철원 님이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에피소드 녹음을 위해 준비해주신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프로파일링 (Profiling)
프로파일(profile)에서 발전된 단어인 '프로파일링(Profiling)'은 ‘자료수집’이 원뜻이나 수사용어로 ‘범죄유형 분석법’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 범죄 현장을 분석해 범인의 습관, 나이, 성격, 직업, 범행 수법을 추론한 뒤 이를 바탕으로 범인을 찾아내는 수사 기법이라 할 수 있죠.
이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기존의 수사기법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강력 범죄들(연쇄살인, 강간, 성폭행, 방화 등)이 증가함에 따라서 이에 대한 수사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FBI의 행동분석부(Behavioral Analysis Unit)를 중심으로 개발된 수사기법입니다.
프로파일링 기법
이렇듯 프로파일링은 범죄를 다양한 방면으로 심도 있게 분석해 범죄자를 추적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데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프로파일링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했던 미국의 경우 강력범죄를 대상으로 이러한 기법을 발전시켰습니다 (FBI 행동분석부의 연쇄살인범에 대한 보고서).
프로파일링을 위해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살핍니다.
Victimology (피해자):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 공통적인 유형, 특성, 패턴, 피해자를 선택한 이유, 활동범위 등.
Method of Operation (MO, 범행 방식): 가해자가 범행하는 방식의 특성 (예: 살해 방식, 흉기 사용 등)
Forensic (과학적 증거): 특정한 과학적 증거를 남기는가
Offender-Victim Interaction (가해자-피해자의 상호 교류): 가해자와 피해자가 범행시에 어떠한 활동을 하였는가, 혹은 하지 않았는가 (예: 강간, 신체적 접촉 등)
Motivation (범행 동기): 어떠한 동기로 범행을 행했는가의 패턴 분석
*100년이나 뒤늦게(2011년) 공개한 위 보고서는 Jack the Ripper 가 '외톨이, 얼굴에 상처가 있음, 언어장애'와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분석했다 (관련 기사: 'Loner, scarred face, speech problems': FBI dossier reveals chilling profile of Jack the Ripper... shame it was released 100 years too late).
이외에도 다양한 범행이나 범인, 피해자에 관련된 다양한 항목들을 살피기도 합니다.
지리적 프로파일링(Geographical Profiling): 범행의 장소나 시체 유기 장소 등의 분석으로 범인의 주거지나 주 활동 범위를 분석해 추적하는 기술.
시그니쳐 (Signature): 범인이 특정한 행동을 함으로써 남겨지는, 혹은 남겨지지 않는 흔적. 피해자의 특정 물건을 수집하는 등의 행동.
이렇듯 프로파일링은 범인의 행동에 대한 심리적 분석뿐 아니라, 다양한 증거를 기반으로 한 추론, 방대한 자료의 수집과 다각도로 접근하는 분석법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져 결과물을 내 수 있게 됩니다.
프로파일링의 양면
이렇듯 강력범죄를 해결하고자 하는 프로파일링의 목적과 그 움직임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프로파일링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도 꾸준히 존재합니다.
미국의 경우 프로파일링으로 해결한 범죄 케이스들을 논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사로 이루어질 수 있는 부분을 묘사하거나, 검거 이후 짜 맞추기 식으로 범죄자가 프로파일링에 몇 가지 일치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고, 공식적으로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을 검거한 케이스를 수치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프로파일링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비판적인 시각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결국엔 '지식을 배경으로 하는 추측 (educated guesswork)'에 불과하다: 많은 경우 근거가 없고, 프로파일러의 추측이 근거가 됨.
증거 없는 주장 (allegations)을 내세운다: 과학적 증거로 충분히 용의자를 추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파일러는 빈약한 증거를 가지고 특정 집단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수 있음.
프로파일러 스스로 편견(bias)에 빠질 수 있으며, 일반 상식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직관(intuitive)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과거 범죄자의 프레임에 현재 범죄자를 적용시킬 때 비효율성의 우려(concerns)가 있다.
*출처: The usefulness of criminal profiling
*국내 참고 연구: 범죄자 프로파일링에 관한 비판적 고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파일링의 미래성은 어둡지 않습니다. 현재 지속되고 있는 프로파일링의 효율성에 대한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발전시켜야 하는 분야임에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래에도 프로파일링 분야는 범죄자의 검거와 잠재적 범죄자의 예방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단지, 비판적인 목소리를 현명하게 수용하여 과학적인 기술로서의 발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연쇄살인범과 프로파일링
우리나라도 최근 미디어의 영향으로 수사 기법인 '프로파일링'이 대중에게 친근하게 알려지고 있습니다. 더불어 이러한 '프로파일링'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프로파일러'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고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연쇄살인범을 검거한 사례를 검토해보면, 프로파일링만으로 연쇄살인범을 추적해 검거한 경우는 없습니다.
범행의 주요 증거인 피 묻은 청바지를 세탁소에 맡겨 세탁소 주인의 신고로 잡힌 '김대두',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생존자의 신고로 잡힌 '지존파'나 '정두영', 지존파의 검거 이후 자수한 '온보현', 경찰의 수사와 신고가 큰 힘이 되었던 '유영철' (유영철 검거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인물을 다룬 영화 '추격자'), 피해자의 공격으로 검거된 '정남규', CCTV 등을 집요하게 추적해 검거한 '강호순' 등은, 특별히 프로파일링을 활용했다기보다는 주변인이나 생존자의 신고나 경찰의 꾸준한 수사로 이루어진 경우라고 보입니다.
물론 프로파일링은 범인을 검거하는 데에 있어 '정답'을 내어주기보다는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면 더욱 효율적 일지를 알려주는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 있겠지만, 현재 같은 경우라면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프로파일링이 수사를 '돕는'역할보다는 이러한 연쇄살인범을 연구한 결과가 프로파일링이 되는 본말이 전도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국내는 또한, 연쇄살인이 발생하는 빈도수가 미국보다 낮아 프로파일링이 연쇄살인에만 집중화되지는 않았습니다. 국내에서는 해결이 어려운 사건이 발생되었을 경우 프로파일러를 투입하는 형태로 활용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국내 프로파일러(범죄분석관)의 경우, 2015년 기준 전국 26명으로, 석박사를 주로 채용하며 초봉이 150만 원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프로파일러 한 명이 약 5년간 393건의 과도한 업무가 주어지는 등 (프로파일러가 없는 지역도 존재), 업무량에 의해 분석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련 기사: [단독] 제2의 강호순 잡기엔… 너무 피곤한 프로파일러)
마지막으로 프로파일링을 다루는 미디어도 이에 대한 신비성을 과도하게 높이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미디어의 프로파일링을 다루는 방식이 프로파일링에 대한 과도한 신뢰도를 주는 듯한 시각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어떠한 범행이 있을 때 프로파일러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나타내는 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범죄분석관의 경우도 하나의 전문가이며, 그들의 분석이 일반 전문가의 견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과학적인 증거로 따지자면 '프로파일링'은 큰 힘을 얻고 있지 못합니다. 실제로 오히려 범인의 검거 과정을 혼란스럽게 할 수 도 있으며, 일선 경찰과 프로파일러 사이의 갈등 또한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파일링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 강력범죄가 생겼을 때 그것을 집중적으로, 또한 전문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 그들이 진행이 막힌 범죄 수사에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것 등으로, 프로파일러를 '범죄 해결사'로 보는 것보다는, 범죄를 분석하는 '연구자' (혹은 '자문')의 입장에 서는 것이 현재로서 가장 합리적인 결론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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