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이번 글은 경찰대 졸업, 경찰학 관련 분야 석사를 전공하신 박철원 님이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에피소드 녹음을 위해 준비해주신 자료를 참고로 작성되었습니다.
연쇄살인 (Serial Killing)
연쇄살인의 정의 및 유래
'연쇄살인'은 '일반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살인의 동기나 계산 없이, 살인에 이르는 흥분 상태가 소멸될 정도의 시간적 공백(냉각기)을 두고, 2회 이상 살인을 저지르는 행위 (표창원 (2005) '한국의 연쇄살인', 61p)'를 일컫는 용어로, 1950년대 미국, 영국의 수사관, 70년대 FBI 수사관들이 공식 보고서에 'Serial murder', 'Serial killer'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연쇄살인의 조건
하지만 여전히 '연쇄살인'을 이야기할 때 모호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호한 부분들은 학자마다 각기 다른 입장을 보여주지만, 국내 실정에 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한 도서 '한국의 연쇄살인(표창원, 2005)'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습니다.
1. 몇 건 이상의 살인을 저질렀을 때 연쇄살인이라고 하는가?
'1건 이상' vs '2건 이상' vs '3건 이상'. 1건 이상은 너무 파격적이고, 지나치게 범위가 넓어짐. 미국의 연쇄살인 전문 프로파일러 팻 브라운(Pat Brown)이 이를 지지. 3건 이상(FBI의 기준)은 우리나라의 실정에서 볼 때, 너무 범위가 좁아지고 적절한 대처가 늦어져 피해자를 더 많이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문제가 있음. 따라서 2건이 적절함.
2. 개개의 살인 행위들 사이에 어느 정도의 간격이 있어야 하는가?
살인 사건 사이에 '시간적, 심리적 단절 내지 공백'인 '심리적 냉각기(cooling-off period)'가 존재하는지 여부가 중요. 개인차나 상황차 등을 고려했을 때, 24시간이나 1주일과 같이 객관적 기간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무리가 있음. 그저 ‘살인에 이르는 흥분 상태가 소멸될 정도의 시간적 공백’으로 정의하는 것이 타당함.
3. 범죄 수법은 늘 유사해야 하는가?
'유사한 방법으로'라는 조건을 달 필요가 없다. 첫째, 연쇄살인범은 전문 소매치기나 빈집털이와 달리 오랜 기간 같은 범죄를 생계 수단으로 저질러온 것이 아니기 때문. 살인 욕구와 충동은 동일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과 방법은 다를 수 있음. 둘째, 순간적인 충동이 발생할 때마다 살인하는 유형도 있음. 셋째, 범행 수법은 '진화' 내지 '발전' 함. 실제 2000년 전북 고창 여학생 연쇄살인 사건, 2003-04년 유영철 연쇄살인을 보면, 각각 범행수법, 범행대상이란 점에서 사건마다 유사성이 낮았음.
4. 범인이 사체, 혹은 사건 현장에 독특한 흔적을 남겨야 하는가?
'범인이 남긴 독특한 흔적'을 필요조건으로 규정해서는 안됨. 최인구 사건이나 고창 여고생 연쇄살인 사건(알몸 십자가)의 경우도 전문가들의 예상과 달리 그것이 고의로 남긴 특정한 메시지는 아니었으며, 대개 증거를 인멸하고 도주하는데 급급하고, 심리적 성격적 문제 혹은 직업적 특성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남겨진 흔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예외, 2002년 10월 미국의 워싱턴 D.C. 일대 22일 동안 10명을 무차별적으로 저격하여 살해한 무하마드와 말보 사건, "나는 신이다" 타로 카드, 경찰에게 보내는 편지)
5. 피해자가 범인과 안면이 없어야 하는가?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살인 대상으로 가장 용이하기 때문에' 선택된 경우가 많기 때문. 예, 1986~88년 김선자 5명 연쇄독살 사건, 미국의 연쇄살인범 에드 캠퍼와 조셉 칼 링거
6. 반드시 금품 탈취, 신고 회피 등 범행 동기가 없어야 하는가?
금품 강탈 등 다른 목적이 개입되어 있다고 하여 무조건 연쇄살인에서 제외해서는 안되지만, '납득할 수 있는 살인의 동기나 계산 없이'라는 조건을 달아야 할 것. 그래야 깊은 원한 관계가 있는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와, 합리적이고 계산적인 이유와 필요성 때문에 살인을 계속하는 살인청부업자나 테러리스트, 암살범 등을 제외할 수 있기 때문.
*표창원 (2005) '한국의 연쇄살인' 52-60p 발췌
연쇄살인과 연속살인
연속살인(spree murder)은 연쇄살인(serial murder)과 유사한 듯 다른 형태를 띠는 범죄행위입니다.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심리적 냉각기 (cooling-off period)가 있는가'라고 할 수 있죠.
연쇄살인은 심리적 냉각기를 가지는 반면, 연속살인은 심리적 냉각기 없이 한 번의 흥분상태에서 모든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과거의 사건 중 연속살인으로 볼 수 있는 대표적 사건은 1921년 조선인 '이판능'이 일본 도쿄에서 17명을 연속적으로 살해한 사건으로, 민족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큰 사회적 주목을 받았던 사건이 있습니다. 당시 연쇄살인과 연속살인의 구분이 모호했기 때문에 이후 유사 연쇄살인 사건들을 이판능 사건과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죠.
최근 사건 중에는 1997년 2월 20일 대구 동구에서 일어난 연속살인사건을 들 수 있습니다. 21세의 남성이었던 범인은 어느 날 밤 친구와 술을 먹고 친구의 집에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친구가 본인의 몸을 더듬는다는 이유로 살해 후 8만 원을 갈취해 밖으로 나왔습니다 (밤 11시경). 25분 뒤 분식점에 들린 범인은 식사가 안된다는 종업원을 살해하였고, 약 40분 뒤 교회 앞에서 새벽기도를 권하는 60대 여성의 지갑을 훔치려다가 실패하자 살해한 후 7만 원을 갈취했습니다. 이 모든 사건은 심리적 냉각기 없이 약 1시간 내로 일어나 대표적인 연속살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국내의 연쇄살인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최초의 연쇄살인범으로 알려진 이는 1929년 여름, 한 달 간격으로 남자 어린이 2명을 같은 수법으로 성폭행 후 살해한 '이관규'를 들 수 있습니다. 이후에는 뚜렷한 연쇄살인의 특징을 갖는 범죄활동이 기록되지 않았고, 이후 1970년대부터 연쇄살인 형태의 범죄가 더욱 눈에 띄게 됩니다.
1970년대 '김대두'
1975년 8월 13일 - 10월 7일 (55일)
9차례를 걸쳐 총 17명을 살해 (기소된 경우가 11건으로 보임)
1976년 12월 28일 사형 (27세)
피해자: 주변 사람들
원인: 사회 불만
검거 과정: 피 묻은 청바지를 세탁소에 맡겼다가 세탁소 주인의 신고에 의해
1980년대 '화성 연쇄살인사건'
1986년 9월 15일 - 1991년 4월 3일
대대적인 수사에도 불구하고 범인 검거하지 못함
'살인의 추억', '날 보러 와요', '시그널'등 드라마와 영화, 연극화
피해자: 여성 (1차 71세 이후 차차 젊은 여성)
원인: 성적 집착
1990년대 '지존파 사건'
1993년 7월 - 1994년 9월
5명 연쇄살인, 시체 훼손, 토막, 인육을 먹음
일당 7명 (그룹명 '마스칸' 헬라어로 '야망'을 뜻함) 사형
피해자: 일반인
원인: 사회 불만, 부유층(야타족, 오렌지족) 증오
검거 과정: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피해자의 증언을 통해
1990년대 '온보현'
1994년 8월 - 1994년 9월
어머니의 자살 후 범행 시작
실패 4건, 성공 2건으로 총 6건
지존파 검거 이후 자수
"지존파와 비교해보고 싶다"
피해자: 여성
원인: 아버지 증오
1995년 11월 지존파와 함께 사형
2000년대 '정두영'
1996년 6월 - 2000년 4월
10개월 동안 16번의 강도, 9명 살인
원인: 사회 불만, 자격지심, 돈
검거 과정: 생존자를 통해
현재 사형수로 복역 중
2000년대 '유영철'
2003년 9월 - 2004년 7월
원인: 부모, 돈, 부인 증오
피해자: 부유층 노인, 출장마사지사 여성 20명 살해
현재 사형수로 복역 중
2000년대 '정남규'
2004년 1월 - 2006년 4월
피해자 33명 (사망자 13명), 초등학생 2명/여성
검거 과정: '유영철'수사 중 발견
원인: 쾌락살인
2007년 자살
2000년대 '강호순'
2006년 9월 - 2008년 12월
호감형 외모와 차량을 이용해 여성을 강간, 납치
결혼 4회
피해자: 여성 10명
국내 연쇄살인 관련 참고자료로 활용 가능한 도서 목록
2005년 표창원 저 '한국의 연쇄살인' (국내 주요 연쇄살인 위주)
2014년 양원보 저 '한국의 연쇄 살인범 X파일' (국내 잘 알려지지 않은 연쇄살인 위주)
해외의 연쇄살인
세계적으로 100명 이상 살해한 연쇄살인범
1위 루이스 가라비토 (콜롬비아): 밝혀진 케이스 138건 (가능 피해 건수 172-300+건), 1990년대, 여아 대상
2위 페드로 로페즈 (콜롬비아): 밝혀진 케이스 110건 (가능 피해건수 300+건), 1969-80년, 남아 대상
3위 다니엘 카마르고 (콜롬비아): 밝혀진 케이스 72건 (가능 피해 건수 150건), 1974-86년, 여아 대상
놀랍게도 1위부터 3위까지 모두 콜롬비아 국적으로, 콜롬비아의 치안에 관련된 문제도 한몫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우려를 불러일으킵니다.
미국의 연쇄살인 현황
FBI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매년 1만 5천 건의 살인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중 150명이 연쇄살인의 피해자라고 합니다. 이는 미국 인구 비율로 계산해 보았을 때 (미국 인구 약 3억 2천4백만 명) 천만 명당 4.6명의 피해자로 계산될 수 있습니다. 반면에 매년 25-50명의 연쇄살인범이 활동 중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천만 명당 1.5명의 연쇄살인범이 존재한다는 계산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우리나라의 인구에 대입해보면 국내에 활동 중인 연쇄살인범은 7.5명이라고 할 수 있다는 답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 수치의 비교로, 우리나라에는 더욱 적거나 많을 수도 있겠죠.
미국에서 30명 이상의 피해자를 발생시킨 연쇄살인범은 다음의 총 3명입니다.
'그린리버 킬러' 게리 리지웨이
1982년 - 2000년 동안 49명 살해 (가능 피해 건수 71-91+)
그린리버 근처에 시체 유기
여성과 소녀를 살해
정보교환을 이유로 사형을 면함
테드 번디
1974년 - 1978년 동안 35명 살해 (가능 피해 건수 36+)
매력으로 대학에서 여성들을 유혹해 살해
7개의 주에서 30명 살해
사형
'광대 킬러' 존 웨인 게이시
1972년 - 1978년 동안 33명 살해 (가능 피해 건수 34+)
젊은 청년과 소년 살해
1994년 사형
최근까지의 미국에서 기록된 피해자 수에 따라 연쇄살인범의 수를 알아보면, 30-15명의 피해자: 15명 / 15-5명의 피해자: 119명 / 5명 미만의 피해자: 74명이며, 의사나 의사를 사칭한 경우는 16건, 그룹이나 커플로 연쇄살인을 저지른 경우는 16건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기타 유명한 연쇄살인범의 경우는, BTK(Bind, Tourture, Kill의 약자로 묶고 고문하고 살해하는 패턴을 보임) 킬러로 알려진 데니스 레이더(74-91년 동안 10명 살해), 매춘을 매개로 6명의 남성을 살해하고 정당방위를 주장한 여성 연쇄살인범 에이린 우르노스, 뉴욕시에서 1976년과 77년 사이 6명을 살해하며 경찰을 농락한 Son of Sam, 데이비드 베르크위츠가 있습니다.
*출처: 미국 연쇄살인범 리스트 (위키)
FBI의 연쇄살인범의 14가지 특성
90% 이상 남성
머리가 좋음, IQ 보통 이상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함, 막노동 직장
눈에 띄게 불안정한 가정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버려지고, 지배적인 어머니에게 자람
가족 중 범죄, 정신병, 약물중독 이력이 있음
부모를 증오
어렸을 때 정신적, 육체적, 성적으로 (특히 가족에게) 학대당함
어렸을 때 정신병 이력 혹은 문제
높은 자살률
관음증, 도착증, 가학 피학성 변태성욕, 포르노에 관심
12살 이후에도 야뇨증
방화에 집착
가학적 활동, 동물학대
*출처: Serial Murder
다음 글에서는 연쇄살인범을 잡는 그물, 프로파일링에 대해 알아봅니다.
연계 콘텐츠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에피소드: 범죄의 끝판왕 [연쇄살인 1화] (안드로이드/PC: 팟빵 아이폰: 팟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