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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Mar 27. 2017

범죄 수사 이등공신, 지문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현재 범죄 수사에서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과학수사 기법은 DNA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역사를 오래 한 과학수사 기법은 '지문'이라고 할 수 있죠. 지문은 DNA보다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범죄 수사에서 주요 증거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미제사건 현장지문 재검색 사업


범죄현장에서 지문을 채집해 범죄자를 가려내는 것은 비교적 익숙해질 정도로 수사물에서 많이 다루어왔고, 관련 기사 등도 쉽게 접해올 수 있었는데요. 최근 국내에서 지문이 조금 다른 형태로 범죄 수사에 사용되고 있는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8월,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2명이 만 17세가 되면서 주민등록증 발급 과정에서 지문을 채취하면서 13세 때의 범죄 행각이 밝혀져 검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범행 당시 만 13세였던 친구 2명은 한 주차장에서 승합차를 훔친 후 몰고 다니다 차를 버렸는데요. 차주가 경찰에 도난신고를 하고 지문을 채집했으나 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이었죠. (관련기사: 3년 전 차량 절도 10대, 지문 등록하면서 범죄 들통 뉴시스)


유사한 사건으로 2017년 1월, 6년 전 슈퍼 절도 사건으로 23세 남성을 지문검색을 통해 검거하기도 했는데요. 범행 당시 금고에 지문이 남겨졌지만 당시에는 미성년자였던 범인의 지문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정기적인 지문인식 시스템을 활용해 지문 대조작업을 해오던 경찰이 일치하는 지문을 찾아내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지문 검색으로 6년 전 절도 ‘들통’ 제주신보)


경찰청에서는 2010년부터 2016년 7월까지 '미제사건 현장지문 재검색 사업'을통해 총 4,285건의 미제사건 범죄자 지문을 재검색해 1,861명의 신원을 확인, 이를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여 528건을 해결했습니다. 이 중 절도가 318건(60.2%), 성폴결 135건 (25.6%), 강도 69건 (13.1%), 살인 6건 (1.1%) 순이었습니다. 검거자 중 대부분은 미성년자나 외국인으로 밝혀졌습니다. (관련 기사: 지문은 잊지 않았다 5년 전 너의 도둑질 서울신문)


지문이 범죄 수사에 큰 역할을 함과 동시에, 외국인의 국내 체류 중의 범죄가 늘어나는 추세인 것을 고려해, 국내 체류 외국인의 지문도 법무부와 국방부가 연계해 '실시간 열람'이 가능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그간 법무부와 경찰 사이에 공문을 통해 지문 공유를 요청하느라 신속한 수사가 어려웠던 구조에서 장, 단기의 국내 체류 중인 모든 외국인의 지문을 공유하기로 2016년 9월부터 실시 중이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법무부·경찰청, 범죄 신속 대응 위해 외국인 지문 공유 로이슈)


지문은 어떻게 수사에 사용될 수 있는 걸까?


지문이 범죄 수사에 쓰이게 된 원리는 간단히 설명 가능합니다. 개인마다 모두 다른 지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제껏 그 어떠한 경우라도 (심지어 같은 DNA를 보유한 쌍둥이의 경우도) 모두 다른 지문을 가지고 있어, 개개인을 구별하는 가장 편리한 방법이 됨과 동시에, 범행 장소에 있음 혹은 범행 도구를 만지거나 했던 증거로 남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다른 원리로는, 상대적으로 변화가 없는 편에 가까운 개인적 특성이라는 것인데요. 보통 사람을 구별하는 얼굴의 형태나 체형 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고 알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자주 생기지만, 지문의 경우 일반적으로 시간에 따른 변화가 매우 적은 편으로 해당 인물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로 활용되기 쉽습니다. 


모든 지문은  아치형 (arch), 고리형(loop), 나선형(whorl) 세 가지의 형태로 구분 가능합니다.



아치형(arch): 지문 골의 형태가 손가락의 한쪽에서 시작해 중간 부분이 볼록한 아치 형태로 다른 쪽으로 끝나는 형태

고리형(loop): 지문 골이 손가락의 한쪽에서 들어와 굴곡을 형성하고 같은 방향으로 끝나는 형태

나선형(whorl): 지문 골이 손가락의 중간지점부터 둥글게 형성된 형태


과학자들은 이러한 지문의 일반적 형태가 가족 내에서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해 지문 또한 유전일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문을 범죄 수사에 활용한 역사


가장 먼저 지문을 범죄 수사에 활용한 곳은 영국 경찰(Fingerprint Branch, New Scotland Yard, Broadway, London, England)이었는데요. 이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지문을 활용한 증거가 살인 재판에 활용되었던 것은 1684년부터 1905년 사이라고 합니다.


지문을 연구한 대표적인 학자로는 Galton이 있는데요. 그는 진화론의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친척으로, 1892년에 지문에 대한 연구를 발표합니다 (위에서 설명한 지문의 패턴이 그의 연구였죠). 


이를 활용한 세계적인 첫 케이스는 1892년 아르헨티나 경찰이었던 Vucetich 였는데요. 그는 자신의 자녀를 살해하고 다른 이를 범죄자로 지목할 목적으로 자신의 목을 칼로 그어 자해를 한 여성의 주장을 문 틀에 찍힌 지문을 증거로 (해당 지문은 그 여성의 지문이었음) 그녀가 살인자였음을 밝혔습니다. 


이후 지문은 가장 유용한 현장 증거 중 하나로 지속적으로 활용되어져 왔습니다. 다양한 기술의 발전으로 지문을 채집하는 과정이 더욱 편리해지고, 축적이 쉬워지는 등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그대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문이 등록되면 자동 지문 분류 시스템(automated fingerprint identification system, AFIS)으로 전산화되어 저장되며, 등록된 지문은 용의자가 검거되었을 때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로 활용됩니다. 미국의 경우 전과자를 중심으로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합니다. (관련 내용: Fingerprints: An Overview NIJ)


우리나라의 지문 감식 역사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내무부 치안국의 '감식과 지문계'가 설립된 1948년 11월로 이라고 합니다. 일제강점기 일본 경찰에 의해 범죄자 지문이 축적되긴 했지만, 경찰은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지문 감식을 활용한 1948년을 시초로 보고 있습니다. 


지문 자료의 축적 이전에는 용의자의 신병의 확보 후 현장지문과의 1:1 지문 대조를 확인하여 증거로 활용하였다면, 1963년 그간 축적된 범죄자의 지문을 현장에서 채집한 지문과 대조하는 1:다(多)로 지문을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이후 1964년 '일지지문제도'로 제도화가 되면서 한국 과학수사에 큰 기록으로 남게 됩니다.


이후 박정희 정권 시대인 1968년부터 주민등록증 발급을 위해 좌우 엄지손가락 날인 제도가 처음 도입되었고, 이후인 1975년 열 손가락 지문(십지지문)을 등록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이렇게 전 국민의 지문을 보유하게 되면서, 경찰은 축적된 지문 정보를 용의자, 변사자, 행려병자의 신원 확인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 <한국의 과학수사> ①'빼도박도 못하는 증거' 지문)



우리나라 지문 감식 시스템


국내에서는 1990년 전과자의 지문 패턴을 저장, 대조하는 지문검색시스템(AFIS)을 구축, 이후 패턴을 입력하면 저장된 이미지를 찾아주는 형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현재는 지문의 패턴을 시스템에 입력하면 '후보군'을 추려내게 되고, 이후부터는 경찰관이 아닌 행정직 공무원인 지문 감정관 40인이 지문감정 업무를 맡아 지문을 감식합니다. 지문 감식은 대부분 전체 지문을 비교하는 경우보다는 부분지문인 '쪽지문'을 활용해 일치하는 지문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쳐 지문을 찾아내게 됩니다. (관련 기사: <한국의 과학수사> ①'빼도박도 못하는 증거' 지문)


현재 수사물 드라마에서 많이 보이는 지문의 일치도를 컴퓨터 프로그램만으로 찾아내는 것은 현재보다는 좀 더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지문감식에 있어서 사람의 섬세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듯 범죄 수사에 긍정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문의 이면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연계 콘텐츠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에피소드: 범죄수사 이등공신 [지문 1화] (안드로이드/PC: 팟빵 아이폰: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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