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인 Apr 11. 2017

전 국민이 잠재적 범죄자?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이전 글 '범죄수사 이등공신, 지문'에서 알 수 있었듯이 지문을 활용한 수사로 범죄자를 효율적으로 색출해 검거할 수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전 국민의 지문을 정부가 수집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하는데요.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까지 헌법적 논쟁이 있었습니다.


전 국민 강제 지문등록은 위헌이다?


*위 사진은 국내 손가락 지문 날인 양식 사진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법 시행령 제33조 제2항 별지 제30호 서식에 열 손가락의 회전 지문과 평면지문을 날인해야만이 주민등록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으러 가면 손바닥 전체가 검은색 잉크로 뒤덮여서 한동안 지워지지 않던 기억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두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죠.


이렇게 수집된 열 손가락의 지문 정보는 정부와 관련된 단체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데, 그중 경찰청장의 경우 이를 보관, 전산화하여 실종자 수색, 범죄 수사의 목적으로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1999년 9월 1일, 이러한 경찰청장의 행위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인격권, 신체의 자유, 사생활의 비밀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것을 근거로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이 청구되었고, 이후 2004년 3월 11일, 열 손가락의 지문을 강제로 등록하는 조항 자체에 대해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이 청구되었습니다.


하지만 2005년 5월 26일, 헌법 제판 소는 두 사건을 병합하여 합헌의견 6, 위헌 의견 3으로 주민등록법상의 지문날인 규정과 경찰청장이 이를 보관, 활용할 수 있는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결했습니다. 


여기서의 헌법소원의 가장 주된 근거 논리는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대함으로 인하여 개인의 여러 가지 행복권과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으로, 이를 인권문제로 여겨 전 국민 지문등록과 경찰청장의 활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내용 출처: 주민등록 지문정보DB 사건


그렇다면 주민등록법에서는 지문에 관련된 조항들이 어떻게 이를 명시하고 있을까요?


주민등록법 (지문과 관련된 부분 발췌)

36조 2항: 공무원 앞에서 별지 제30호 서식에 따른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에 지문을 찍어 신청하여야 한다

36조 5항: 주민등록증의 발급에 필요한 사진과 오른쪽 엄지손가락 지문은 전산조직으로 관리할 수 있다.

37조 1항: 3. 주민등록증의 뒷면에 표기할 사항: 지문 및 주소 변동사항

40조, 49조(재발급) 5항: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제4항에 규정된 방법으로 신분확인이 곤란한 경우에는 신청인의 동의를 받아 지문을 주민등록 전산자료와 전자적 방법으로 대조하여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50조, 51조에서는 이렇게 수집된 정보의 활용에 대해 조건을 두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나 정부 관련 단체나 기관장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이유에서 이를 활용하도록 명시되어있습니다.



해외사례


대부분의 소위 선진국들(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등)은 전 국민에게 '신분증'을 의무화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 필요에 의해 개인이 발급받는 형태이고, 운전자의 경우 운전면허증, 운전을 하지 않을 경우 ID(Identification) Card, 혹은 여권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중 전 국민 신분증 제도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이지만, 주민등록번호나 지문 등 개인 식별 정보는 포함되지 않고, 이름과 성별, 출신지역, 사진 등만 포함되어있습니다. 


미국

체포된 범죄자나 외국인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지문등록을 실시

일반 미국 국민에 대해서는 운전면허증이나 사회보장 번호(SSN: Social Security Number) 등록 시 지문날인을 하지 않음


일본

테러대책 차원에서 2007년 11월, 16세 이상 외국인이 입국할 경우 공항에서 사진 촬영과 함께 양손 집게손가락 지문 인식 시스템을 통한 지문등록을 하는 제도를 도입

자국민에게 지문등록을 요구하지 않음


영국

비 유럽연합 회원국 출신 방문객을 대상으로 만 생체 비자 발급을 의무화

자국민에게 지문등록을 요구하지 않음


프랑스

외국인에게 사진과 지문 등 정보가 들어있는 생체정보 인식·비자를 요구

자국민에게 지문등록을 요구하지 않음


인도

2009년 인도에서는 첫 주민등록 사업인 'UID(Unique Identification)' 프로젝트를 실시

새롭게 등록되는 주민정보에 지문과 얼굴 사진 등 생체 정보를 담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 정부는 11억 명이 넘는 국민의 지문을 채취하고 얼굴 사진을 찍는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

수천만 명에 달하는 주거부정 인구와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생체정보 수집을 위해 개발한 기계와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북한

북한에서는 강성대국 원년으로 정해 놓은 2012년까지 전체 주민의 주민등록을 전산화한다는 목표로 평양시의 주민등록에 대해서는 2008년 기본적인 전산화가 완료됐지만 지방은 예산 부족으로 미뤄오다 장성 택당 행정부장 주도로 예산이 확보돼 지방 전산화 작업이 시작

이에 따라 회령, 청진, 함흥 등에서는 보안원이 각 가정을 방문해 출신 토대 조사를 하면서 증명사진 촬영과 지문채취 등 주민등록 전산화 작업 도병행


해외의 경우 대부분 범죄자나 외국인의 지문을 수집하여 관리, 범죄 수사 등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자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을 의무 보관하고 있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합니다.


*내용 출처: 주민등록 지문정보DB 사건


지문 날인과 잠재적 범죄자


국내 여론을 살펴보면 국민의 약 70%가 지문날인 제도를 찬성하는 등 (관련기사: 국민 67,1%, 지문날인제도 존속돼야), 지문 날인에 대해 특별히 반감을 가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채, 사회적으로 합의가 되기도 전에 강압적 정책으로 이를 시작한 부분은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범죄자를 수색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요소임과 동시에 실제 결과를 내고 있는 모습 (이전 글, '범죄수사 이등공신, 지문' 참고)을 보았을 때, 잠시 내가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심적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지문을 수집하고 활용하는 정부의 투명하고 합리적인, 정의로운 활용이 이 모든 것의 전제라고 할 수 있겠고요.


최근에는 이러한 지문을 활용한 기술로 경찰청에서 운영하는 미아방지, 노인 실종방지 '안전 Dream'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습니다. 이는 본인의 신상정보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어린이나 지적장애인, 치매노인 등의 지문과 사진, 긴급연락처 등을 등록해 실종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신원을 신속히 파악해 보호자에게 인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요. 애플리케이션 자체에서 지문과 사진 등록을 바로 할 수 있어 경찰서에 가지 않고 이러한 정보를 사전에 등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익광고 글 아닌데 자꾸 이렇게...


실제로 2016년 한 해 동안, 이러한 사전등록제도를 통해 실종 아동이나 치매 노인을 찾은 사례는 아동 40건, 지적장애인 32건, 치매노인 10건 등 모두 82건으로 집계됐습니다. (관련기사: "잃어버린 아들 찾았어요"…자녀 지킴이 '지문 사전등록' 위력)



내 지문 지키기


내 지문을 본떠 범행을 할 때 누명을 씌우기 위해 활용하는 경우는 아주 극히 드문경 우라고 하겠습니다. 일단 지문을 프린팅 할 수 있는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고, 그만큼 중대한 범죄가 되기도 하겠습니다 (주로 이렇게 연루되는 경우는 이미 중대한 범죄와 연관된 경우가 많기도 하고요).


좀 더 일상적으로 생각해본다면, 먼저 지문이 유출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한 때, 유행했던 '지문나무'가 있었죠. 나무 가지 형태를 미리 그려두고 지문을 찍어 잎사귀 모양을 만드는 등으로 모임을 기념하거나, 사회단체 등의 활동에도 잠시 활발히 쓰이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은 지문 유출에 굉장히 취약합니다. 최근에는 멀리 떨어진 곳이어도 사진 촬영으로 지문을 채집할 수 있을 정도로 광학기술이 발달했고, 이러한 유출된 지문들은 금융범죄, 신분 사기 등에 사용될 수 있어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계약서에 지장을 찍기보다는 서명을 주로 하시면서 사진 촬영이나 녹화 등의 기록정보를 활용하시는 것이 지문을 지키는데 더욱 안전합니다.



다시 한번, 이런 모든 것에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의 지문을 안전하게 보관하며, 합리적으로 사용하고, 이러한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공개한다.



연계 콘텐츠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에피소드: '전국민 지문 등록'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지문 2화] (안드로이드/PC: 팟빵 아이폰: 팟캐스트)


매거진의 이전글 범죄 수사 이등공신, 지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