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미디어와 범죄 관련 콘텐츠
우리는 매일 수많은 미디어를 접합니다. 핸드폰으로 지속적으로 뉴스를 확인하고 새로운 사건들에 대해 접하고, 텔레비전에서는 뉴스에서 수많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드라마에서는 자연스럽게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고, 대부분의 영화에서 범죄나 일탈적인 장면이 없는 영화는 찾아보기 어렵죠.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러한 콘텐츠들에 노출되어있어요.
실제로 범죄와 일탈 적인 사건과 사고들은 우리의 삶과 분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을 반영하는 미디어에서도 범죄나 그에 연관된 콘텐츠를 다루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 다반사인데, 특히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들이 자주 자극적인 제목 아래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이 현실이고요.
다행히도 범죄와 관련된 콘텐츠들은 그러한 불법행위 혹은 일탈행위를 해결하는 것으로 통쾌함을 주고 권선징악의 교훈을 주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범죄와 관련된 콘텐츠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 대중은 '우리가 전해 듣고 보는 이러한 내용들이 정말 우리의 삶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범죄의 피해를 당할 확률
실제로 범죄의 피해는 우리가 미디어에서 접하는 것처럼 빈번할까? 우리도 매일 범죄피해에 노출되어 있을까?
걱정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의 범죄율은 세계적으로 하위권을 자랑하고 있어요. 다양한 통계 조사 결과 대부분 '낮음'과 '매우 낮음'에 위치하고 있죠(미국 정부의 우리나라 범죄분석, 전 세계 통계에 관련된 내용을 정리해 보여주는 사이트 NUMBEO의 우리나라 범죄분석).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보여주었듯이 특히 외국인들이 느끼는 우리나라의 치안은 '안심'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범죄가 일어나고 있고 피해자가 생겨나는 그런 상황들과, 미디어에서의 범죄 콘텐츠의 노출로 막연한 공포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일상을 살면서 범죄의 피해를 받을 확률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이런 궁금증을 가졌던 연구자들이 모여 국가적으로 이 '개인의 일생에서의 범죄피해 예상 확률(Lifetime Likelihood of Victimization)'을 통계학적으로 조사를 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죠: 강도 83% / 강간, 폭행 40% / 주거침입 47% / 차량 도난 20% / 절도 99%. 미국의 1980년대에서 90년대는 범죄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로, 국가적으로 범죄를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피해 확률을 통계로 나타내 보고자 이러한 조사가 이루어졌던 것이었는데요.
최근 학계에서는 이러한 '개인의 일생에서의 범죄피해 예상 확률'의 계산은 실제로 측정이 어렵지만, 현재 이러한 범죄피해 확률 등은 절반 이하로 줄었을 것으로 추측한다는 평가를 하고 있어요(뉴욕타임스 사설 페이지: How Rare Is Crime?). 더욱 중요한 사실은, 이것을 더 이상 국가적으로 측정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떠한 수치가 지속적으로 측정되지 않는 이유는 대부분 실효성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개인의 일생에서의 범죄피해 예상 확률'은 실질적으로 범죄 피해를 줄이는 데에는 도움이 되기 어려운 단순 현실 반영의 보고서로 보이는데, 이러한 현실 반영의 보고가 대중에게는 공포심을 유발하여 '범죄에 대한 공포(Fear of crime)'만을 증가시키는 이유에서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실제로 이것을 측정하는 것은 통계학적으로도 한계가 많다고 판단이 된 이유도 있을 것이고요.
그렇다면, 범죄의 피해는 정말 알 수 없을까? 우리가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범죄의 피해는 교통사고에 비유할 수 있다
범죄의 피해는 대부분 예방 가능합니다. 범죄의 피해가 많은 곳을 피해 다니고, 과음을 하지 않고, 이른 시간 귀가를 하고, 소지품을 신경 써서 챙기고, 주변인들과 갈등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는 등, 우리가 특별히 '범죄피해의 예방'을 위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들도 이에 포함되어 우리의 삶에 함께하고 있죠. 또한,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적, 구조적으로도 어두운 길에 가로등을 더 설치하고, 야간 순찰을 늘리고, CCTV를 설치하는 등의 예방활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인적, 사회적인 예방활동들이 행해진다고 해서 모든 범죄가 예방되지는 않아요. 항상 이러한 예방책들을 피하거나 혹은 무시하고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범죄피해'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것은 '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차를 타고 다닙니다. 개인 차량, 대중교통 등의 종류는 다르지만 '탈것'을 타고 다니죠. 운전을 조심하고 위험한 것을 하지 않는 등 우리는 교통사고가 나지 않게 조심하며 다닙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는 우리가 대부분 피할 수 있지만, 피할 수 없을 때가 있어요. 잘못하지 않아도 교통사고를 당할 수 있는 경우도 있고요.
범죄의 피해도 이와 마찬가지로, 개인이 범죄의 예방을 위한 활동을 한다고 해도 범죄의 의도가 있는 범인이 기회를 만들어 개인에게 범죄를 저지를 수 있어요. 그 개인이 조심을 하는 정도나 방법은 범인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무력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교통사고처럼, 범죄의 피해도 100%의 예방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은 언제나처럼 예방에 힘쓰면서도, 교통사고(범죄피해)가 일어났을 때 최대한 피해의 정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 마치 '안전벨트'의 역할처럼 말이죠.
이 '안전벨트'는 범죄의 피해 자체를 줄여주지는 않아요. 안전벨트가 교통사고 자체를 줄여주지 못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안전벨트가 교통사고의 피해의 정도를 줄여주는 것처럼, 우리도 사회구조적으로 이러한 '안전벨트'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유독 소매치기가 많은 거리에 CCTV와 가로등의 설치를 확대하고, 거리를 지나는 개인들에게 소지품의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을 안내하는 등의 피해를 예방하는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범죄 피해 자체가 줄어들고, 피해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범인의 검거와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한다면, 사회 전반적으로 범죄의 피해에 대한 공포심 또한 줄일 수 있어요.
범죄 '피해자'를 이야기하는 것
하지만 이렇게 범죄의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최근에야 생겨났어요. 이는 범죄학 내에서 '피해자학(Victimology)'로 불리며 피해자에 대한 관심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있지만, 대부분 범죄 피해 이후의 후속조치와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입니다.
그간의 범죄와 관련된 콘텐츠들의 관심은 '범죄자'에게 높게 쏠려있었죠. 범인을 검거해 범죄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 학계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도 많이 알려진 방법이기도 하고요. 일반적인 우리는 '비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나머지 '비 범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가 범죄의 피해를 받지 않는 것.
우리들의 일상에서의 범죄피해 예방에 대해 논해볼 때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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