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CCTV(Closed-circuit television)는 현대의 삶에서 공존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의 매일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CCTV의 설치 목적은 '치안, 범죄예방, 범인 검거 시 활용, 교통관제용'등 공공질서를 위한 부분도 있지만 교육, 산업, 의료, 사업장 등에서 감시 혹은 기록용으로도 활용되고 있어요.
그렇다면, 이러한 CCTV의 설치는 범죄의 감시 및 예방, 그리고 차후 해결에 어떻게 연관되어 활용되고 있을까요?
국내 CCTV 관련 사건
2016년 1월 29일 인천공항 화장실에서 공항을 폭파하겠다는 아랍어로 적힌 협박 내용과 함께 폭발물이 발견되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어요. 다행히도 범인은 사건 5일 만에 잡혔고, 현재 1심 8개월(형벌이 낮다며 검찰 항소), 2심 1년(심신 미약인데 형벌이 과하다며 피의자 항소)의 징역이 결정된 후에도 법적 공방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관련기사: 인천공항 아랍어 메모 협박범…2 심서 징역 8월→1년).
조금 의문스러운 부분은 어쩌다 범인의 신원을 밝혀 검거하는데 5일이나 걸렸느냐 하는 부분이었어요. 범행 장소가 일단 '공항'이라는 점이 그것을 더욱 의심스럽게 만들었었죠. 그 많은 CCTV로 범인 얼굴도 밝혀내기 힘들었을까?
이러한 의문점은 인천공항의 CCTV 관리의 소홀 때문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단 CCTV를 통해 공항을 관리, 감시할 수 있는 직원분들의 수가 굉장히 적었고, 전체 CCTV 수 중 95% 이상이 15년 전 개항 당시 설치했던 41만 화소의 아날로그 CCTV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던 것임이 드러났습니다(관련기사: 인천공항 CCTV 97.4%, 15년 전 개항 당시 설치한 저화질).
이번 협박 사건이 개인의 몹쓸 짓이 아닌 정말로 테러와 관련된 사건이었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인천공항은 이후 뒤늦게 해당 CCTV들을 210만 화소로 교체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미 이 사건에서 경찰분들이 41만 화소의 화면으로 어렵게 범인을 검거한 후이지만, 다음 소를 위해서라도 외양간은 잘 고쳐둬야겠죠.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가 시작된 지 약 1년 2개월이 지났습니다.
어린이집, 놀이방 등에서 일부 개념 없는 어른들의 어린이 폭행으로 어린이들이 고통받았던 안타까운 사건들이 늘면서, 그에 대한 가장 유력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것이 CCTV 설치 의무화 움직임이었죠. 이는 어린이 폭력을 예방 및 감시하는 의미에서 학부모분들을 중심으로 추진되었던 정책이었어요.
이로 인해 많은 학부모분들은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마음이 놓이고 폭력도 예방된다고 지지하시는 반면,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을 돌보시는 보육교사분들의 경우 아이들을 돌보는 데에 있어 CCTV가 신경 쓰여 위축되고 불편한 경우가 많음을 보였고, 한 조사에서는 이로 인한 사직의사가 생겼다는 보육교사분들도 약 30% 정도가 된다는 결과도 보여줬어요 (관련기사: 어린이집 CCTV 설치, ‘보육교사 위축’ 불러온다).
가시적으로 CCTV를 늘리는 것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어린이 폭력을 줄이는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문제는 CCTV만 늘린다고 해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어린이집의 보육시스템 자체의 개편(예: 어린이 수에 비례한 다수의 보육교사 시스템 구축 및 정부의 재정지원)등 다양한 각도에서의 해결책이 필요합니다. CCTV가 한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우리나라 CCTV 현황
우리나라 CCTV 현황을 공식적이고 신뢰도 있게 볼 수 있는 곳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 '정보공개'부분입니다. 안타깝게도 국가적으로 이러한 데이터를 취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이런저런 홈페이지를 찾아보았지만 원하는 결과를 찾을 수 없었어요).
이 글에서는 서울시 중구 CCTV 현황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고자 하는데요. 유의할 것은 서울시 전체의 자료(서울시 자치구 목적별 CCTV 설치 현황)와 각 구청 홈페이지에 정리되어있는 자료는 업데이트의 차이로 수치의 차이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 중구의 경우 현재 홈페이지에 고지하고 있는 CCTV의 총 운영대수는 1,023대로, 방범용(507), 주정차 단속(223), 차량판독(8), 쓰레기 단속(60), 문화재 감시(53), 공원관리(96), 저류조(10), 초등학교(66) 등으로 일부는 방범 겸용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관기간은 촬영일로부터 30일이고, CCTV 자료를 확인 가능하나 '명백히 정보 주체의 급박한 생명, 신체, 재산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개인 영상정보에 한정'한다고 합니다 (중구청 CCTV 운영현황).
공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CCTV의 수는 이렇지만, 실질적으로 우리가 느끼는 CCTV의 수는 '언제나 함께'이죠. 일반적인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지하철역, 기차 안, 백화점, 카페, 도서관까지 우리의 도심에서의 삶에서는 이제는 분리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CCTV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CCTV를 피할 방법은?
도심에서 CCTV를 피할 수 있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해리에게 투명 망토 빌리기, CCTV가 없는 곳(사막, 바다, 정글, 깊은 산 등)으로 이사 가기, 집에만 있기.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기도 하고, 무의미한 것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CCTV를 피하고 싶을 때는 크게 자랑스러운 일을 하지 않았을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교통법규 위반, 쓰레기 투기, 무단횡단, 기물파손, (연인끼리의) 과한 신체적 접촉, 성추행, 길거리 음주가무 등이 있을 수 있죠.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비단 CCTV로만 안 보이면 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못하고 있거나 다른 이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일 수 있어요.
사생활 침해 등 개인적인 공간에 불법적으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그 어느 이유에서라도 쉽게 처벌되서는 안 되겠지만, 공공장소의 공공의 안전을 위한 CCTV는 노력하여 피할 일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CCTV 활용법과 유의해야 할 점
사건 1. 은행 ATM에서 현금 인출 후 지갑을 두고 왔다.
빠르게 은행으로 되돌아가서 지갑을 찾았지만 지갑이 사라졌다면, 은행에서 운영하는 CCTV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은행에 영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경찰서에 도난신고를 접수한 후, 경찰과 동행하여 영상을 함께 확인하거나, 경찰분들이 확인하여 범인의 검거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건 2. 아파트 주차장에 고이 대어둔 내 차를 누가 긁었다.
아름답게 핸드폰 번호를 남기고 가주셨으면 좋았겠지만 가해자가 그대로 사라졌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운영하는 CCTV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본인이 먼저 영상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서 먼저 사고를 확인하고, 가해 당사자에게 연락하여 합의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경찰서로 신고하여 신고 후 이러한 절차를 진행할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합의를 권한다고 해요.
이 경우에는 관리사무소 CCTV 이외에도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
기타 CCTV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개인 자택에 홈비디오를 설치하는 것과 사업장에서 CCTV의 비용 부담이 어렵다면 모형 CCTV를 구입, 설치하여 간접적인 범죄의 예방을 목표로 하는 것 등이 있습니다.
한 가지 유의할 점. CCTV와 몰래카메라는 '고지(告知)'의 차이를 가집니다. 만약 정체불명의 카메라가 본인을 촬영하고 있는데 그 어디에도 'CCTV 촬영 중'과 같은 안내가 없다면, 몰래카메라가 됩니다.
다른 한 가지 유의할 점은, 홈비디오 설치 시 비밀번호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해킹의 우려가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 서버로 이러한 국내 CCTV가 스트리밍으로 보이고 있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CCTV 훔쳐보는 사이트… 실시간 전 세계 생중계까지). 이러한 사이트에 대한 국가적 대응 또한 필요하겠지만, 우리의 개인정보를 스스로 지켜나가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비밀번호 꼭 변경하세요.
CCTV의 나라와 극단적 활용의 경우
영국의 경우, CCTV의 나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CCTV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이도 실제로 측정하기가 어려워 전문가마다 그 수를 약 150만에서 600만으로 추정하는 등 그 수를 세기 어렵죠. 영국 일간신문 Guardian에서는 다음과 같이 영국의 CCTV를 분석하였습니다.
영국 내 CCTV 추산 : 1,853,681대 (영국인 32명당 1대)
하루에 영국인 1명이 CCTV에 촬영되는 횟수: 약 300회
런던 지하철 시스템에 설치된 CCTV: 11,000대
출처 원문: You're being watched: there's one CCTV camera for every 32 people in UK
비교 기사: One surveillance camera for every 11 people in Britain, says CCTV survey
이러한 실정에, 영국 내에서 실제로 CCTV로 촬영되는 영상들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와 사생활까지 침해할 수 있는 과도한 CCTV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공지능으로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스마트 CCTV 등의 개발로 더욱 범죄가 없는 나라로 나아가려 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One nation under CCTV: the future of automated surveillance).
CCTV의 극단적인 활용이라 하면 두 곳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카지노와 디즈니랜드.
이 두 곳은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CCTV가 많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어요. 카지노의 경우 천장의 조명과 함께 CCTV들이 빼곡히 설치되어있습니다. 이러한 CCTV를 통해 카지노를 상대로 사기를 행하려 하는 이들의 행동을 분석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 그 목적이죠. 디즈니랜드도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였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범죄와 일탈행위 등을 예방하기 위해 곳곳에 CCTV를 설치하여 이를 감시, 예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곳들에 방문했을 때,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촬영을 거부하는 일은 없죠. 오히려 이것은 암묵적인 합의하에 '나는 촬영이 될것이다'는것을 알고 그 장소에 입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생활의 존중을 요구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비슷한 형태의 노력이지만 결과는 굉장히 다르게 나타나요. 디즈니랜드의 경우는 실제로 모이는 인원에 비하여 사건사고의 건수가 미미한 반면, 카지노의 경우 지속적으로 그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범행을 밝혀내는 건수가 전체의 일부분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관련기사: Not in my house: how Vegas casinos wage a war on cheating). 아무래도 그 두 장소에 모였을 때,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목적이 크게 달라서가 아닐까 합니다.
CCTV는 정말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을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CCTV의 범죄예방 효과인데요.
이 '예방 효과'라는 것은 측정하기 가장 어려운 척도가 아닐까 해요. 사회과학에서 의도하는 '과학적인 증명'을 하고 싶은데, 아무리 해도 '예방 효과'라는 것을 측정하기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CCTV가 있음으로 인하여 범행을 저지르려다가 포기했는가?'라는 질문을 잠재적 범죄자에게 한다는 것 자체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또한 이것이 '범죄를 저지르려다 말았음'을 신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예방 효과'는 인간의 이성에 대한 논리로 추측할 수 있는 추측의 척도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러한 한계 때문에 '사생활 침해'와 'CCTV의 예방 효과'가 끝까지 맞선다면, 그 끝에서는 '사생활 침해'가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사생활 침해'는 명확하며 증거와 증인이 있기 때문에 과학적으로 더욱 근거 있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성적인 논리로 추측할 수 있는 많은 선한 것들처럼, '예방 효과'도 그와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CCTV가 범죄예방의 정답도 아니고, 모든 것을 편리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만병통치약도 아닙니다. 단지, 우리가 마련할 수 있는 수많은 범죄 예방 계제 중의 하나로 정의롭게 활용해나가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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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지켜보고 있다 CCTV (안드로이드/PC: 팟빵 아이폰: 팟캐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