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변화, 중심을 지키는 것 (9)

직급이 생겼다는 건.

by RAMI

한동안 정신없기도 했고, 어쩌면 내 속으로도 정리가 마저 되지 않아 쓰기를 시작하더라도 한 문장을 끝내 맺지 못했었다.

솔직히 전자보단 후자가 맞을 테다.


셀프 평가 이후, 리더와의 1:1 면담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평가 결과를 담은 레터가 날아왔다.

보통은 연봉인상률만 적혀올테지만, 나는 예상치 못한 승진 소식이 함께 날아들어왔다.

이건 회사 내부의 문제지만 연봉인상과 관련하여 볼멘소리가 꽤 많았고 스스로도 납득되지 않는 결과였다.

그렇다보니 승진은 감사하고 좋은 일이지만 적절한 혹은 그에 걸맞는 보상없는 승진이라 좀 난감했다.

정확히는 기분이 너무 애매했다.

이 기분을 좀 더 개선해보고자 인사팀과 면담도 진행해보았지만, 전사적으로 그 어떤 이의제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대로 연봉은 픽스되었고 나는 승진을 했다.


승진을 했다고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표면적으론)

굳이 찾자면 명함을 새로 팠고, 나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졌다는 것?

하지만 프로젝트가 크게 변화한 것도 아니기에 나는 그저 하던대로 하면 될 것 같았지만,

동시에 인정 욕구가 크고 책임감이 강한 편이라 무의식 중에 무언가를 더 올려가야한다는 생각에 막막하기도 했던 것 같다.

일한 기간을 따져봐도(만으로), 햇수로 따져봐도 아직 승진할 때는 아니었던 것 같아 혼란스럽기도 했다.

물론 그게 무자르듯 정확히 자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여태까지 인정받고 잘해온 것은 내가 사원이기 때문이었다면, 이젠 그 이상을 증명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 소용돌이 치고, 프로젝트가 한 개 더 생겨 살짝 당황하면서도

그래도 승진 한달을 꼬박 버텨내며 내 나름의 답을 찾은 것 같다.

지금 당장 내게 필요한 건, 현재 진행하는 것들을 더 무난히 원활히 핸들링하며 진행하며 적응하는 것.

어떤 큰 무언가를 변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것.

그리고 보상이 없었더라도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최선을 다하는 것.


그렇게 한 달을 보내니 이제는 많이 안정되었고 익숙해졌다.

조금 더 있으면 시야가 좀 더 넓어지고, 더 탐험할 수 있는 넓은 필드가 생길 거라 확신한다.

아, 무엇보다 나의 방향성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받은 것 같아 자기 확신이 생겼다.

누구든 자기 확신을 가지고 진행하는 사람은 신뢰감이 간다.

아집만 부린다면 문제겠지만, 어쩌면 주변의 신경을 많이 쓰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를 원해 그러다보니 어쩌면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조금 부족했던 내게는.

그 단점을 외부적인 요소가 채워주어 조금은 더 단단해지고, 조금은 더 명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한다.


아직 뭘 모르는 풋내기 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유지하던 그대로 꿋꿋히 걸어가야지.

20살때부터 내 핸드폰의 배경화면으로 늘 유지되었던 한 문장과 함께.

Suaviter in modo, Fortiter in 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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