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그러하였다.
변화의 중심속에서 살아가며, 어찌저찌 곡예를 하면서도 나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나날.
괜찮았다가 좋았다가, 조금은 힘들었다가하며 휘청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등허리를 세우고 발끝에 힘을 주고 서 있다.
올해 초, 2월 중순부터 출근길 책 읽기를 시작했다.
별거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이글의 초안은 10월 25일에 작성하였다고 괜히 밝혀두는 바이다)
사실 책을 읽기 시작했던건, 다독가나 애독가와 같은 단어를 내 앞에 붙이기에는
그만한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주변에서 책을 좋아한단 소리는 자주 들어왔던 내가
책을 가까이하지 못한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관심도 많고, 서점가는건 좋아하지만,
그 책들을 읽어내는거까지 이어지지 않아 이건 또 무슨 짓인가 싶었던.
그러다가 회사를 다닌지 1년이 채 안될 무렵, 이렇게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지.
지금 회사도 편도 2시간을 다니지만, 이전 회사도 편도 1시간 30분 거리였다.
퇴근길에는 지쳐서 그냥 드라마나 영화 편집본이냐 마케팅 관련한 짧은 영상들을 보았더랬다.
집에서도 쉴때는 괜히 적적해 음악이나 교양관련 영상을 틀어놓았지만,
정작 내가 읽어내는 텍스트는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사실 전 회사에 입사해 얼마 지나고는, 점심먹고나면 남는 시간이 아까운데
날이 좋지않으면 산책마저도 어려워 남은 점심시간에는 책을 읽곤 했다.
그때는 흐름이 길면 안되어서 (정말 10-15분이었으니) 주로 챕터가 잘게 쪼개진 인문서적을 읽었다.
그 당시에 박웅현 CD의 책들을 읽었는데 여러모로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쨌든 이후에 점심시간에만 읽는게 아쉽지만, 집가서도 책을 읽을 체력은 없고 (변명이다!)
(자기 변호를 좀 하자면, 집에 도착해 운동을 다녀와 씻으면 곧 잘시간이었다. 진짜로.)
주말엔 지쳐 누워있었다. (변명이군.)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다가 별안간 2월에 그런생각이 들었다.
특히 퇴근시간에는 그래도 친구들과 약속도 잡고, 아니면 좀 생산적인 걸 해보려고하지만,
출근시간에는 그저 내 앞 사람이 일어나기를 빌며...지쳐 시간을 버리다 못해, 그 시간을 최악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
그래서 갑자기 집에 있던 좋아했던 책들을 시작으로 출근길 책 읽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여기서의 포인트는...앉기 직전까지만 책을 읽는다.
워낙 통근시간이 길고 아침에는 잠이 부족한지라, 앉으면 까무룩 잠에 들지만,
그 전까지는 1분이 10분같아 재밌는 컨텐츠를 넣어줘야지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읽었던 책 중 가볍게 다시 읽을 만한 책으로 시작했고,
점차 다양한 책들을 읽어가면서, 5월에는 이북리더기까지 샀더랬다.
이북리더기를 들이고는 더 편리해졌고, 나아가 회사가는 길이 아니어도 이북리더기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작은 가방이 꽤나 많은데, 애매하게 이북리더기와 사이즈가 안맞는 가방들은 5월 이후에는 메지 않은 듯하다.
출근길이든, 약속길이든 내가 바로 앉아잘수도, 약속길이라면 가면서 새로운 걸 찾아 서핑할 수 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읽고 싶어질 수 있기 때문에 늘 들고 다니게 되었던 것.
그리고 5월말이었던가, 방에서 책상을 빼고 그 자리에 책장을 다시 들였다.
이후에 이직 등 다양한 변화가 찾아왔을 때에도,
내 가방엔 이북리더기가, 내 방엔 책장이 든든히 버티고 서 있다.
이렇게 계속해온 것들이 내 허리를 곧추세우고 지지해주고 있다.
올해로 10년간 해온 필라테스와 아주 어린 시절부터 놓지않았던 독서가.
이제는 여기에 스스로가 스스로를 인정하는 주문을 얹어볼까하는 요즘.
엄청난 것 같지는 않아도, 내 중심을 함께 견뎌주며,
내 일상에 윤기를 주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