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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인 Jul 21. 2020

한 송이의 장미가 내곁에 오기까지

누구나 아는 꽃중의 꽃, 장미 

국내 절화(뿌리에서 가지채로 잘려진 꽃) 유통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적인 꽃 장미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고 한번쯤 사보았을 만큼 그 색상이나 품종이 수백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며, 지금도 계속 신품종을 개발하는 시도들이 매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마 단일 품목으로 쳤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생산량과 소비량을 차지하는 품목일 거에요. 

저 역시 장미농장에 가보기 전까지, 저역시 장미하면 가시가 있고 향기가 있는 그냥 흔한 꽃이지 어떻게 길러지고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장미농장에서 활짝 만개해버린(?) 빅토리안 시크릿 장미 



장미는 그 어떤 꽃보다 가장 손이 많이가고, 시설투자도 필요하고 양액 관리 등이 필요한 품종입니다. 

꽃농사를 지으셨던 분들이면 한번쯤 장미에 관심을 기울이기 마련인데요. 오랫동안 꾸준히 시도하시기보다는 다른 작물로 전환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누군가는 장미 농사 짓다가 품목선택을 잘못하여 말아먹고, 누군가는 시설 투자와 관리가 너무 힘들어서 정리하고... 


"처음에는 장미했어요.
재미 좋았는데 몇년 하다가 망해서 다 때려치고 다른 꽃들을 심기 시작했어요" 
"예뻐서 시작했다가 지금까지 신혼여행도 못가고
애 셋 나으면서 계속 매여있네요" 
병충해 관리가 늘 고민이죠.
쳐야 할 약도 많고, 시장에서는 또 연중 나오기 때문에 값 적게 나오면 진짜 이걸 왜 하고있나 싶을 때도 가끔은 있어요" 


사실 처음에는 왜인지 알수가 없었고, 지금도 여전히 잘 알지 못하지만

그래도 장미가 자라서 내 곁에 오기까지의 과정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나니 달라 보이더군요. 

애쓰면서 내 손에 쥐어질 때까지 자라온 것이 신기하기도 하구요..



아는 만큼 보인다지요.

내 손에 들린 장미가 이렇게 오랜 인고의 시간과 손을 거쳐 오게 된다는 걸 알게 되면 

특별한 날 하루, 만끽하는 것보다는 곁에두고  더 오랫동안 지켜보고 아름다움을 깊이 관상하려고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요? 그런 미래를 꿈꾸며 제 나름으로 알고 터득하게 된 이야기들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콩한쪽 심어본 적 없는 서울 촌년으로, 고추, 가지, 오이 등을 따는 일 이외에는 어떤 농업행위 또는 공부를 해본 적이 없는 문과 졸업생 일반인입니다. 문외한인 제가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만져보며 배운 이야기들을 나눠보려 합니다) 




꽃은 어떻게 처음 심어질까요?


꽃은 종류에 따라 씨앗을 뿌리거나,  구근을 땅에 심고 다시 거두고 하는 형식이거나, 씨앗으로, 모종으로, 다양한 형태로 재배가 시작됩니다. 저 역시 화훼, 식물, 조경 따위에 1도 경험이 없는 무식자이나 이런 큰 분류에 따라 큰 범위에서나마 각 식물의 특성이 왜 다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게 되어 공유하자면 


ㅁ 구근 : 흔히 알뿌리가 있고 거기에서 싹이 띄워지고 꽃이 피는 형태로 대표적인 작물은 튤립, 백합, 히아신스, 프리지아, 아네모네 등이 있습니다. 구근류는 수확 후 다시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소독-보관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며 품종에 따라 재사용이 불가하여 일회성이 경우들도 있습니다. 구근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꽃들이 많이 있으나 재배를 위해서는 그만큼 구근을 수입하거나 구매하여 사용하여야 하기 때문에 높은 초기 비용이 필요하고 수입된 구근의 퀄리티가 어떻냐에 따라 농사의 여부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ㅁ숙근: 여러해살이로 뿌리가 스스로 번식하여 퍼지는 종류로 대표적으로 다알리아, 러넌큘러스, 아스틸베 등의 품조잉 있으며 야외에서도 잘 자라며 해가 지날 수록 나누어지고 불어나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 하나를 심고 그 다음해에 2-3배 이상이 되어가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고 자연의 신비로 느껴졌어요. 구근류는 하나심으면 하나만 나오는데, 숙근은 하나를 심고 몇해가 지나면 5-6개가 되니 훨씬 이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하지만 잘 자랄 수 있는 토양/환경이 중요하고 모든 지역에서 모든 품목을 다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ㅁ모종 : 발아율을 컨트롤하기 어렵고 시기가 훨씬 오래걸리는 씨앗보다는, 모종 형태로 재배를 하고 키우는 품목도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장미입니다. 뿌리가 나누어지는 것도 신기한데, 이 친구는 어미 나무에서 가지를 잘라 몇 도막을 낸 후, 뿌리를 내게 하여 다시 이를 번식시키는 방법입니다. 잘라진 가지에서도 뿌리가 나다니 평소 생각하기 어려운 발상이죠. 구근류와 달리 계속 한 모주에서 꽃대가 올라오고 잘라내는 형태이기에 그 환경을 어떻게 잘 관리하고 양액/비료를 어떻게 주는지에 따라 생산량과 사이클이 크게 달라지기에 농사의 기법이 그만큼 더 중요하고 비법이기도 합니다.




장미의 라이프사이클


AA 화훼종묘농장에 조성된 모종 생산용 장미(관목형) 시험포장에서 자신의 부인과 함께 장미 가지 50여 개를 50~60㎝ 길이로 절단해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장미꽃이 예뻐서 관상용으로 쓰려고 (가지를)꺾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지를 잘라낸 장미는 모두 모종을 생산하는 모주(母株ㆍ어미그루)로, 해외에서 수입하였으며 국내 독점 재배 및 생산할 수 있는 품종보호권을 갖고 있다. 보통 길이 50~80㎝짜리 가지 1개 당 모종 10여 개를 생산할 수 있으며, 모종 1개당 3만원에 거래되는 품종이다.       -2017.09 한국일보


이처럼 장미의 모주의 가치는 수백만원에 이르며, 품종에 따라 종묘회사 혹은 특정 재배자가 독점권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장미만큼 유행에 민감한 품목도 없기에,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스테디셀러에 몰입하고 지속적으로 생산 노하우를 높이며 퀄리티를 높이는 유형의 농장과 계속 신품종을 시도하고 시장에 새로운 것을 소개하는 유형의 농장들이 다양하게 혼재되어 있습니다. 


어니스트플라워에서 함께 하고 있는 농장 중에서도 생산규모가 대규모이고 시설, 품종에 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 경우 직접 품종에 대한 고민과 스터디를 하며, 그만큼 시장에서 인정받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하던 것을 하거나 종묘회사를 통해 추천받고 구매한 것들을 심기 마련입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데 오랜 시간과 비용이 걸리는 투자임에도 수년이 걸린 품종투자를 위한 치열한 고민과 연구는 

사실 생산만으로도 24시간이 모자른 농장에서는 쉽지 않죠. 



특정 환경조건이 갖추어진 후, 

장미의 모종에서 뿌리가 나기 시작하면 드디어 시설 베드로 옮겨질 준비가 된 것입니다. 


각종 병충해를 막고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어 생산량을 높이고 재배난이도를 높이기 위한 시설재배를 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이 투입되기에  장미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에도 많은 비용이 수반됩니다. 



1단계) 삽목 후 입식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장미 모종



2단계) 시설 베드에 안착, 영얄을 공급받으며 점차 잎이 무성해지고 가지가 길게 뻗어갑니다.



3단계) 잎이 나면서 한 모종에서 1-2 줄기들이 올라오고 첫 수확을 하기 시작한 때 (좌), 수확을 해가며 여러 대가 올라올 때 (가운데), 수확량이 높아지는 청년기의 모습(우)


한 모종에서 1-2 줄기들이 올라오고 첫 수확을 할 때에는 아직 꽃이 어리고 대가 약할 수 있으나 점차 세력이 세어면서 주변으로 줄기가 새롭게 나며 몸통이 점차 두꺼워집니다. 몸통이 두꺼워지는 장미들의 옆으로 나는 자르고 꺾어주고 꽃을 따주어야 영양분이 곧게 뻗어오르는 새로운 가지 (상품으로 판매할 수 있는)로 갈 수 있기에 옆으로 난 덩쿨 속의 장미들은 잔인하게도 산 채로 머리가 똑똑 땋이게 됩니다.  머리만 땋인 꽃들이 수북하게 한 수레 가득일 때도 있고 너무나 아깝기도 하여 가져가 보지만, 향기만 가득담은 채 수분을 공급할 줄기가 없는 동아지 꽃들은 하루면 이미 시들어버리고 말죠.




그래서 돈이 벌리나요?


보통 장미를 심고, 첫 출하를 시작하는 데 까지 짧게는 2달, 길게는 수개월이 거치며 본격적으로 수확량이 늘어가는 2-3년차를 청년기. 그리고 4년차 이후 점차 수확량이 줄고 몸통이 두꺼워져서 더이상 꽃대가 올라올 곳이 없이 빽빽해져버린 노화된 모종은 교체를 기다립니다. 


꺽꽂이하여 삽목한 모종 1개에서 보통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잘라내는 가지(대)는 적게는 30-많게는 100 정도까지 이릅니다. 간단히 생각하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장미는 연중 생산을 위해 일정한 온도로 관리하기 위해 한겨울에도 온도를 15-20도로 난방하며 한달에 수백만원 이상의 전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시설 관리 및 재투자, 수도광열비, 각종 비료 혹은 영양 공급을 위한 양액비, 관련 인건비 등을 고려할 때에 

장미농사는 결코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에 오를 수 있는 품목이 아닙니다. 


장미를 1평에 모종을 20주 정도 넣을 수 있다고 보고, 1주에 1작기 동안 3대 정도를 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렇게 계산하면 어떻게 작기를 관리하고 또 그 생산량을 유지/확대하면서 몇 년동안 관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기에 그만큼 전문적인 분야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장미는 수요도 많지만 그만큼 가격 및 품질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연간 안정적인 가격을 시장에서 받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많은 자본력과 도전정신, 시설운영에 대한 노하우가 복합적으로 요구됩니다.

예쁘고 멋진 농장의 모습만을 꿈꾸며 하기에는 따져야 할 부분, 

너무나 많은 부분에 위치한 위험요소들과 그에 따른 의사결정들의 순간마다 

좌절하거나 열심히 땀흘린 보람없이 결국 포기하는 분들도 많죠. 게다가 값싸고 질좋은 일부 수입장미들이 유통되면서 품질과 가격경쟁의 공세까지 받고 있어 사실 국산 장미농가들의 어려움이 적지는 않습니다. 



각종 풍파를 이겨내고 그래도 난 장미를 재배할테야 마음먹은 농장에서 소중하게 자라난 꽃이  

최종소비자에게 오기까지는  

꺾꽂이 - 입식 - 관리 - 수확 - 선별 - 포장 - 운송 - 시장 - (도/소매) 를 거쳐 

대략 100번 이상의 손길이 닿아 도착합니다. 



흔히들 꽃농사를 짓는 농부님들은 내 꽃을 시집보낸다는 표현을 공통적으로 쓰신답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서 사랑받고 예쁘게 활짝 피우기를 바라는 건 

영락없는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요?


그래서 어니스트플라워에서는 이런 과정이 담겨 수많은 손길과 고민을 거친 꽃이 어떻게 하면 소비자에게 제값을 받고 사랑받고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 수 있을까 늘 고민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키워낸 장미가 2-3시간 예식에 사용되고 폐기되거나, 순간의 아름다움을 위해 존재한다면 이런 가치까지 담아낼 겨를이 미처 없으니까요. 어니스트플라워를 통해 단순히 만개한 꽃만 보는 게 아니라 몽우리부터 지는 모습까지 곁에두고 즐길 수 있도록 제안하려는 것도 이런 과정과 노고를 알기에,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하려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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