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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Jan 03. 2023

낫또의 동상이몽

첫째 아이와 함께 대형마트에 갔다. 지금과 다르게 시식코너가 한창일 때다. 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시식코너를 향해 달려간다. 처음에는 먹어보라고 해도 안 먹겠다고 하더니, 몇 번 입에 넣어 준 새로운 맛 황홀했었나 보다. 이제는 마트만 가면 시식코너부터 찾는다.


아이는 아직도 시식코너에서 얼쩡댄다. 나는 빨리 가자고 재촉하고, 시식코너 점원은 친절한 미소로 조금만 기다리라고 한다. 아 지친다. 이미 장을 본다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는데 아이까지 저리 뭉그적거리고 있으니 답답하다.


앞서 걷던 나는 짜증 나는 말투로 빨리 오라고 다시 한번 재촉했다. 아이는 황급히 따라오는가 싶더니 친절한 목소리가 들리는 다른 곳으로 향한다.


“아가~ 이거 하나 먹고 가!”

오른쪽 낫 코너에서 아이를 부른. 김에 낫를 올려 싸준 그것. 아이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입으로 직행한다.

“한 개 더 줄까?”

“네!”

한 개 먹고, 두 개먹고, 세 개먹고. 얘가 왜 이래? 낫 처음 먹어 볼 텐데 그리 맛있나? 민망함에 낫를 사들고 집에 왔다. 그때가 바로 를 좋아하게 된 시발점이다.  



    

악! 행주냄새! 엄마 행주 안 빨았어?”

“아니 다 빨아서 닦은 거야”

“근데 왜 식탁에서 냄새가 나? 행주 다시 빨아서 삶아야 할 것 같은데?”


어릴 때부터 냄새 때문에 매번 엄마한테 짜증 부리기 일쑤였다. 엄마는 냄새 안 난다고 하고, 난 냄새난다고 짜증 부리고. 엄마 코가 이상한 거라 생각했다. 코가 막힌 것도 아닌데 왜 냄새가 안 나는 걸까.  하지만 엄마 코 문제가 아니라는 커가면서 알게 됐다.


나는 코가 민감하다. 그래서 난 냄새나는 음식은 잘 못 먹는다. 특히 청국장. 낫는 입에 대 본 적도 없다. 그런데 아이가 낫를 사달라고 한다. 사달라고 하니 사주긴 했는데, 먹는 아이를 보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에 간장소스 하나 넣고 중앙에서부터 젓가락으로 휘휘 저었더니 거미줄 같은 끈끈한 점액이 콩과 함께 뒤엉켜 나온다. 젓가락으로 낫 서너 개를 집어드는데 얇은 실이 따라 올라온다.

“실 조심해!”

나는 아이가 먹던 젓가락에 묻은 실이 행여 반찬에 묻을까 염려부터 된다. 아이가 먹는 모습에 미소가 나오는 게 아니라 미간부터 찌푸려진다.

“애가 어떻게 낫이렇게나 좋아할 수가 있지? 진짜 대단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황당무계하다.


일부러 초보자급 순한 맛 낫를 사주긴 했지만 난 이거조차 못 먹겠다. 아이가 대단하게 느껴질 뿐이다.

알고 보니 남편이 청국장을 좋아한다. 청국장을 좋아하니 낫도 잘 먹는단다. 그동안 내가 청국장, 낫를 안 좋아해서 사주질 않았다. 남편도 사 먹자고 얘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껏 몰랐다. 괜히 남편에게 미안해진다.



를 먹은 지 5~6년은 된 듯하다. 낫도 음식이다 보니 매일 먹으면 질린다. 그래서 한두 달에 한 번씩 반찬걱정을 하게 될 때마다 12개짜리 낫를 하나 사준다. 며칠 전에도 낫를 오래간만에 사줬다. 진짜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게눈 감추듯 낫 하나를 해치웠다. 그것도 아침저녁으로 매일. 벌써 3일째다.


작년까지만 해도 콩알 한 개 먹어보고는 “우엑”하고 못 먹겠다고 손사래 치던 둘째 녀석이 갑자기 먹어보고 싶다고 한다. 첫째가 얼마나 맛있게 먹었으면.

“오빠, 낫 하나만 주면 안 돼?”

“너 이거 싫어하잖아.”

“맛이 어떤지 한번 먹어보고 싶어.”

이번에도 ‘우엑’ 하겠지 하고 반응을 살피는데 웬걸. 먹을만하단다. 콩 한 알만 더 달라고 한다. 신기하다. 이게 맛있다고?


어제저녁에는 둘째 아이가 낫를 나눠먹자고 한다. 큰아이는 동생에게 커피숟가락에 서너 알을 담아 주고는 후루룩하고 낫를 마신다. 영락없는 콧물 들이마시는 소리다. 으윽.

“엄마! 한 개 더!”

“뭐? 벌써 다 먹었어? 모자라?”

“동생 줬더니 양이 모자라서 더 먹고 싶어.”

헐. 서너 알 던져주고 다 준 것처럼 모자라다고 당당하게 한 개를 더 외친다. 이젠 한 끼에 낫 두 개다.


낫또 효능
낫또는 일본을 대표하는 발효음식 중 하나로 일본식 청국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낫또는 발효되는 과정에서 유익균인 바실러스균이 생기게 되며, 장 건강에 도움을 주어 변비와 설사에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바실러스균이 분비하는 나토키나아제는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고 혈전을 용해시키는 효과가 있어 동맥경화나 뇌졸중, 심근경색등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네이버 ghentm.com 출처


이렇게나 좋은 낫또를 못 먹게 할 수는 없고, 두 개먹는다고 해도 허용해줘야 하겠지? 이제 나만 빼고 우리 집 식구들은 낫또를 즐겨 먹게 됐다. 아마 난 평생 낫또를 못 먹을 테지만,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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