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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Dec 08. 2022

엄마는 가르치면 안된다고?

티칭말고 코칭.

“엄마, 졸려.”

“이것만 외우고 끝내자.”

“......”

“하고 있니?”

아이에게 영어 단어를 외우라고 시키고, 그 옆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니 역시나 딴짓을 하고 있다.

“어디까지 외웠어? 확인해보자”

“기억 안 나”

나 원 참. 한 시간 넘게 하나하나 짚어가며 가르쳤는데 모른다고? 이게 말이야 방귀야. 지금 목구멍에서 피가 나와도 뭐하나 이상할 노릇이 아니었다. 결국 아이는 울고, 난 소리치고 방에 들어와 버렸다.




진짜 매번 느끼는 거지만 엄마는 자식을 가르칠 수 없다. 그런데 또 앞에서 아이가 모르겠다고 알려달라는데 혼자 하라고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물어봤으면 “네 엄마” 하며 집중하고 열심히 해야 할 맛이라도 날 텐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화를 누그러뜨리려 유튜브를 기웃거렸더니 친절한 ‘유튜브’씨가 알고리즘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영상을 쭈욱 보여주신다. 그래그래 맞장구치며 영상을 보는 것도 잠시. 아이는 엄마를 또 부르며 징징대기 시작한다. 

세상에 엄마라는 직업보다 힘든 게 있을까. 고스란히 책임을 등 뒤에 업고 욕심을 내려놓으며 순전히 바르게만 키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아이는 특별하니까 나보다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에 하나라도 더 가르치려는 것뿐인데. 참 힘들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아이가 크면 엄마가 가르치면 안 된다고. 서로의 관계를 위해서 학원을 보내는 게 낫다고. 처음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엄마가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데 엄마가 가르치면 안 된다니. 그리고 가정형편이 괜찮다면 상관없지만 학원을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어쩌란 말인가. 


콧방귀 좀 뀌어주고 ‘난 잘할 수 있어, 다른 엄마들과 달라’ 으스대려는 찰나. 결국 나도 똑같은 엄마라는 걸 알게 됐다. 무슨 말만 하면 징징대는 통에 머 하나 진도 나가기가 어렵고, 목이 터져라 같은 얘기 더 쉽게 더 쉽게 설명해 줬건만 이 아이는 대체 왜 이해를 못 한단 말인가. 어이가 없다가 이제는 남편 탓을 한다. 

“아빠 닮아서 이 모양이지. 엄마 반만 닮아봐라”

결국 오늘도 우리의 관계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꼴이 되었다. 영단어 하나 가르치다가 소리치고 울고불고 난리 통에 가만히 있던 남편에게까지 똥물이 튀었으니 말이다.




‘티칭 하지 말고 코칭하라’라는 고현숙 저자의 학부모 코칭법 책에서는 코칭은 하나의 철학이자 강력한 방법론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경청하고, 질문하고, 공감하면서 전략적 사고를 해나가는 코칭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일깨워준다. 부모라면 누구나 마땅히 가지게 되는 조건 없는 사랑 밑바탕에 크나큰 욕심이 자리 잡고 있진 않은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티칭이 아닌 코칭을 해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다.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사랑이라는 명목 아래 다 내려놓을 수 있을까. 나보다는 더 큰 뜻을 이루고 더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는 게 큰 욕심일까.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쩌지. 

하긴, 공부 때문에 닦달하지만 않는다면 아무 문제없는 건 사실이잖아.

오늘부터 내려놓기 연습 시작이다.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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