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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Dec 13. 2022

어쩌다, 브런치

코로나 때문에 생긴 일

어쩌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그것도 삼수만에.

헐. 내가 합격할 줄이야.

이럴 때 외치라고 있는 말을 나도 한번 외쳐본다.

"대. 박."

머리가 띵한 상태로 대박을 연신 외치는데, 기분이 몽글몽글해지는 기쁨도 잠시.

급 걱정인형이 찾아왔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3년이 넘었는데 코로나 여파가 아직도 새삼스럽다.

메르스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땐 어렸고, 남의 일처럼 느껴졌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옆에는 남편과 두 아이가 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하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야 하는데, 코로나라는 녀석이 평범한 삶을 깨버렸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변화에 적잖이 당황했었고, 이 시기가 끝날 희망을 품고 버텼는데, 3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코로나는 끝이 없다고. 평생 같이 가는 거라고. 이제 나도 그렇게 생각다. 감기처럼 함께 가야 하는 존재. 아직까지도 사람들이 코로나에 걸리고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이제 우리는 일상생활을 되찾은 기분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외식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며, 여행도 간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아이들과 나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 아이들은 정해진 규율 때문에 몇 차례 코를 찔러댔지만 나는 한 번도 찔러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아직도 코로나에서 해방되지 못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이제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른 시간에 외출을 하고, 3미터 반경에 사람이 없으면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는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 살고 있지만 그래도 그 속에 있는 답답한 우울함은 감출 수가 없다.




주 5일 엄마로서 열심히 살고, 주말은 외출을 해서 스트레스를 풀어야 또다시 평일을 버틸 힘이 생기는 건데.

외출도 못하고, 사람들도 못 만나고, 외식도 못하고, 여행도 못 가고.

보이지 않는 악마, 코로나 때문에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씨름하며 내 시간이란 건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나의 존재.

나는 엄마로 태어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쯤 발견한 문구.


엄마 뭐해? 브런치 해!!

여러 각오와 굳은 다짐으로 시작했던 2022년
돌아보니 변변히 한 것도 없는데 벌써 11월
뭔가 아쉽다면, 남은 두 달을 놓치지 마세요

이은경 선생님과 함께 하는 [브런치 프로젝트 2022]를 통해 브런치 심사에 통과한 후(2022), 새해에는 나의 구독자들에게 글을 써 발행하는 브런치 작가로 폼나게 살아보자고요(2023)


“브런치가 뭐지? 작가? 진짜 올해 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이거라도 해볼까?”


어쩌다가 저런 글이 내 눈에 탁 띄었을까.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강조했던 엄마지만 내가 직접 써 볼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다.


“그래 이참에 한번 도전해 보자. 올해 한 것도 없는데 브런치 작가라도 한번 되어보자.”


무턱대로 신청서를 누르고 결제를 해버렸다.

매주 금요일 강의를 들으며 그 순간만큼은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2주 만에 이미 브런치 작가에 합격했다는 동기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마음을 다잡고 3주 차에 작가 신청을 덥석 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결과는 뻔했다.

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기다리면서 쫄깃했던 마음은 온 데 간데 사라지고 실패자라는 생각만 넘실거렸다.


“첫 번째 글 솔직히 내가 봐도 재미가 없는 것 같아. 이번에는 재미있게 써보자.”


포기할까 수도 없이 생각하다가 결국 모든 글을 다 갈아엎었다.

이틀이 지났는데도 메일이 없어 결국 난 또 직감했다.

역시 내 직감은. 이번에도 탈락.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유튜브를 뒤졌다. 10수 했다는 영상을 보니 다시 용기가 생긴다.


금요일 줌 수업 시간에 은경 죽은 글 살려내는 방법을 정말 다양하게 알려주셨다. 글쓰기 책 100권 이상 읽고 모든 내용을 초압축하여 알려주시는 듯했지만, 글쓰기의 기역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내가 막상 글에 접목시키려니 답답하기만 하더라. 절망 그 잡채였다.

매우 긴 고민 끝에 드는 생각은 주제가 있어야 한다는 것. 주절주절 일기를 쓰는 게 아니라 평범한 주제라도 재치 있게 써 내려가면 그게 바로 에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일기 같은 쓰레기 글을 다시 주제부터 정하고 고치기 시작했다.


'위이잉~'

다시 이틀 뒤, 알람이 왔다. 그리고 메일을 확인했다. 제목부터 다르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박, 대박. 진짜 됐네. 대박을 연신 외쳤다. 단톡방에 합격소식을 알리고, 축하를 받았다.


작가? 작가가  맞나? 근데 이제 어쩌지?”


그냥 아직 얼떨떨하다. 앞으로 글을 마음껏 쓰면 된다는데 무슨 주제로 어떻게 써야 하는지 막막하다.


“좋게 생각하자. 어쨌든 합격이란 건 좋은 거잖아. 하다 보면 실력 늘 거야. 책부터 먼저 꾸준히 읽어야겠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매일 무슨 글을 쓸지 고민한다. 브런치 1기 동기들과 서로 구독을 눌러주고 알람이 뜨면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른다. 다들 왜 이리 새로운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들을 하는 건지. 부러울 따름이다.

그 속에 나란 존재는 너무 평범했다. 반복된 일상들로 A4용지 한 장을 채우는 건 매우 역부족이었다.

또다시 우울모드가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시 용기를 내서 이 답답한 마음을 추천해 준 책으로 달래 본다.


저자 이하루의 ‘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는 나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준 첫 번째 책이다. 글을 쓰기로 결심하고 처음 읽은 책이기도 하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술술 읽었지만 특히, 맨 마지막 부분 에필로그. 에세이를 쓰며 알게 된 51가지는 그냥 글쓰기의 전부를 대변해 주는 듯했다. 글을 쓰다 보면 꼭 일기가 되고 마는  나 같은 초보 writer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해 본다.


23년을 코앞에 두고 22년 마지막에 작가의 타이틀을 얻었으니, 새롭게 다짐을 해본다.

< 2023년 목표 >

1. 매일 책을 읽자.

2. 매주 글을 쓰자.

변화된 나를 꿈꾸며, 이제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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