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습관의 힘
갖고 싶은 습관, 내 것이 되지 않는 이유?
올해를 시작하면서 경제 잡지를 일주일에 한 권 읽고, 명상도 꾸준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좀처럼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았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버리고 싶었는데 이것도 떨쳐내지 못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고, 나흘이 지났을 뿐이지만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여 기록해 둔다.
책 4장에서 저자는 원하는 대로 습관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들이고 싶은 습관이 자신의 정체성과 맞지 않아서일 수 있다고 했다. 순간 정말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를 잘 아는 내 모습을 나는 스스로 믿지 못하는 게 아닐까? 명상을 하겠다지만 실은 하기 싫은 건가? 들이고 싶은 습관과 관련된 내 정체성을 하나씩 생각해 본다.
애초에 내가 왜 경제 잡지를 읽으려고 했나? 처음에는 재테크를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스스로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다. 작년에 <백만장자 시크릿>을 읽고 나도 부자가 되어보자 생각했던 때가 있었지만 잠시 뿐이었다. 돈과 나의 관계, 친근감보다는 어색함이 여전히 크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나는 오랫동안 경제학에 관심이 있었다. 정확히는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학은 어려웠고 결국 흥미를 잃었다. 그러다 작년 장하준 교수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정치를 떠난 경제를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시민들이 경제학에 대한 기본 지식을 갖고 경제학자와 기술 관료들에게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부자라는 정체성보다는 경제 시민의 정체성이 나에게 더 맞는 것 같다.
다음으로 나는 왜 명상을 하고 싶은가? 감정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불필요한 일에 감정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온몸으로 스트레스를 떠안고 싶지 않다. 나는 명상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런데 왜 하지 않을까? 이건 정체성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급하지 않아서다. 일을 쉬고 있어서 스트레스 레벨이 낮다. 열심히 명상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그래도 명상하는 사람, 마음이 편안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사회로 돌아갈 때가 가까워오는 지금 다시 습관을 들일 때가 되었다.
습관 설계 결과, 일단은 성공적
분명하게 만들기 :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습관점수표를 썼다. 현재의 습관에 새로운 습관을 쌓아 더 분명하게 만들어 보았다.
-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 준비를 하면서, 한경모닝루틴 유튜브 영상을 듣겠다.
-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잘 자라고 인사한 후, 몸을 이완하고 내 호흡에 집중하다가 잠이 들겠다
책에 따르면 습관을 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고, 나쁜 습관을 도와주는 신호는 제거해주어야 한다. 다음날 아침 문제없이 영상을 들을 수 있도록, 잠들기 전에 거실에서 iPad와 핸드폰을 충전해 둔다. 특히 휴대폰을 절대 안방 침대로 가져가지 않는다.
매력적으로 만들기 : 해야 하는 일에 하고 싶은 일을 덧붙여주었다. 그래서 아침에 한경모닝루틴을 들은 후에는 (가족 출근, 등교 후) 인테리어 잡지를 한 권 보기로 했다. 밤에 편히 누워 명상하다가 바로 잠들 수 있으니 이건 뭘 더하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쉽게 만들기 : 경제를 잘 알기 위해서 경제잡지를 꼼꼼히 읽으면 가장 좋겠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한 자리에서 끝까지 읽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 쉬운 방법, YouTube 영상을 틀어두기로 했다. 자기 전 명상, 이보다 쉬울 수는 없다.
이렇게 습관을 설계하고 실천한 결과, 오늘로 나흘째 성공이다. 아침에 몸이 무거워 더 누워있고 싶지만 휴대폰이 옆에 없으니 몸을 일으키게 된다. 충전이 다 된 iPad를 꺼내 유튜브 콘텐츠를 찾아 틀어놓고 평소에 하던 대로 도시락을 준비한다. 밤에는 잠자리에 누워 아이들에게 잘 자 인사한 후, 똑바로 누워 눈을 감고 손을 배 위에 올려놓고 몸을 이완시킨 후 호흡에 집중한다. 그러다 잠이 든다. (그런데 명상 습관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명상을 시작하자마자 스르륵 잠이 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예상한 바다.)
부가적인 효과도 있다. 내가 습관에 대한 책을 읽자 가족들도 나에게 물들었다. 남편은 눈뜨면 휴대폰 열어 한국 정치 뉴스를 틀어놓는 습관이 있었는데 (계엄 후 생긴 습관이다),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며 영어 콘텐츠를 듣게 된 지 삼일 째다. 아침에 일어나지 못해 잠든 채로 유모차에 실려 어린이집에 가던 둘째 아이의 변화도 극적이다. 엄마 아빠가 누워 있는 아이를 일으켜 침대에서 양치질을 시켜준 지 삼일 째다(아이의 입냄새 때문에 고안해 낸 대책이다). 좋은 습관이라고 하기는 뭣하지만, 아이가 그 바람에 잠이 깨어 집을 걸어서 나가게 되었다.
습관의 반격
이렇게 해피엔딩인가. 그렇지 않다. 책 마지막 장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습관이 자리를 잡았을 때 안주하지 않고 숙고와 복기로 본인의 정체성에 맞추어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 바람에 기존에 갖고 있던,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습관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 매일 밤 감사일기를 쓴다
- 매일 첫 끼니는 채소와 과일을 먹는다
- 책을 꾸준히 읽고 기록한다
이 습관으로 내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냈는지, 질적으로도 좋아져 내 정체성과 가까워졌는지를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있다. 감사일기의 효과를 분명히 보았지만, 요즘 다시 형식에 그치는 편이다. 아침에 채소와 과일을 먹는 습관도 분명히 자리는 잡았지만, 식사의 질은 최근 들어 조금 떨어졌다. 초반과 비교했을 때 들어가는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고, 그 양도 충분하지 않다. 책 읽고 기록하는 습관이 가장 만족스럽다. 하지만 여기에도 개선할 여지가 있다. 지금은 그야말로 개인적인 기록에 그치고 있다. 읽는 사람을 배려해서 글을 쓰는 노력을 하면 더 좋겠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 한마디로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책이다. 내 습관을 돌아보고, 나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특히 오랫동안 고쳐지지 않았던 나쁜 습관을 버릴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