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재도전

by RAMJI

24살에 제주도 우도 해변에서 튜브가 뒤집혀 물에 빠진 것을 아빠가 구해주셨다. 수영을 할 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고, 얼마 후 마음먹고 수영장에 등록했다. 첫 달 강습 막바지에 물에 뜰 수 있게 되었고, 겁이 났지만 하라는 대로 팔다리를 휘저었다. 선생님의 "되죠? 방금 자유형 하신 거예요!"라는 말을 기억한다. 그 순간 느낀 성취감과 뿌듯함도 기억한다. 하지만 2개월 차에 호기롭게 저녁반에서 새벽반으로 옮기고는 아침에 한 번도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수영 강습이 끝이 났다.


18년이 흘러 가나에 왔다. 더운 나라답게 아파트에 수영장이 있다. 초반에 아이들이 심심해할 때 가끔 찾곤 했다. 열대의 여유로운 야외 수영장에서 내 모습이 좀 튀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킥판을 생명줄인양 붙들고 있거나 수영장 가장자리 벽에 붙어 서 있었다. 사람들은 사각형 수영장의 긴 변을 오가는데 나는 모퉁이에 머물렀다. 아이들은 수영을 할 줄 모르지만 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구명조끼를 벗겠다고 할 때는 가슴이 철렁했다. 혹시라도 물에 빠지면 구하지 못할 거라는 걱정에 잔소리만 해댔다.


또 2년이 지났다. 지인에게 수영 선생님을 소개받았는데, 아이들은 아무리 권해도 배우지 않겠다 했다. 그래서 그냥 남편과 내가 배우기로 했다. 두번째 레슨에서 선생님에게 머리를 물밖에 내놓고 유유히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니 그럼 평영부터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수업 외에도 주 한 번은 따로 연습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연습하지 않았다. 사실은 강습도 하기 싫었다. 수영복을 갈아입는 것도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가는 것도 번거로웠다. 함께 배우는 남편, 같이 나가 수영장에서 노는 두 아들이 아니었으면, 20년 전처럼 강습비만 내놓고 한 번도 나가지 않았을 것임에 틀림없다.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춥지도 않은데, 수영장이 코앞에 있는데 말이다. 게으른 것이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물에 빠져 숨을 못 쉬는 것에 대한 공포를 20년째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년 전, 어이없이 한 달 만에 수영을 그만둔 이유이기도 하다. 그걸 이제 알았다.


이틀 전 여섯 번째 수업을 시작하면서 선생님이 물었다. 지난주에는 연습을 했느냐고. 나는 또 머쓱해하며 “노”라고 대답했다. 선생님은 기초 동작부터 다시 시켰다. 개구리처럼 두 발 뒤꿈치를 서로 붙였다가 밀어내며 원을 그리고 발끝까지 쭉 뻗기, 양 손바닥이 책인 것처럼 가슴 앞에서 펼쳤다가 물을 가르고 뻗어 모래성의 모래를 끌어모으듯이 다시 물을 당기고는 어깨까지 왔을 때 손을 모으기. 여기에 머리를 드는 동작을 더했다. 고장 난 로봇 같은 모양새였지만 들은 대로 하려고 애썼다. 얼마나 했을까. 선생님이 배 아래 깔고 있던 누들을 치우고 해 보자고 했다. 지난주에도 잘 안되었는데,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여섯 번의 수업을 거듭하며 물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든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맨몸으로 수영장 한 끝을 떠나 반대쪽 끝에 도착했다. 선생님이 큰 소리로 축하해 주었다. 남편도 축하해 주었다.


해냈다. 인내심 있고 친절한 선생님 덕분이다. 매주 함께 수영장에 나오는 가족 덕분이다. 무서워도 운동신경이 없어도 어쨌든 만들어놓은 스케줄을 성실히 따라간 내 덕분이다. 감사하다. 기쁘면서도 마음이 차분하다. 20년 전에는 이 지점에서 멈춰 섰다.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손동작, 발동작, 타이밍을 꾸준히 익힐 것이다. 지루할 수도 있다. 평영은 배우기는 쉽지만 완벽하게 하기는 어려운 영법이라고 했다. 그래도 끝까지 하기로 마음먹는다. 앞으로 1년, 꾸준히 해서 인어처럼 느긋하게 수영장 긴 변을 오가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커피 프라이데이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