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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잡담

쿨한 삶을 엿보았다

단 한 번의 삶

by RAMJI

김영하 작가는 독자들에게 "언제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는지 “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고 한다. 그는 뚜렷하게 답하기 어려웠다. 글을 써보니 반응이 괜찮았고, 제대로 쓰자 싶어 공부했고 쓴 글을 보냈더니 등단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우연처럼 기회가 찾아와 교수가 된 적도, 뉴요커가 된 적도 있고 순간의 선택으로 지금에 이르렀다. 인생의 의미는 결국 사후에 짜 맞추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글을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첫인상이 쿨하다. 세상이 유도하거나 집단이 이끄는 대로 살지 않고,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신답게 살았다. 교수라는 직위, 방송으로 유명해지는 것, 경험해 보고는 다 털어냈다. 이렇게 쿨한데 성공한 작가이기도 하다. 내 친구는 이 작가의 팬이다. 또 다른 지인도 이 작가의 글이 좋다고 내게 “단 한 번의 삶”을 주고 갔다.


남의 삶을 엿보고 내 삶으로 돌아왔다. 내 삶은 그와는 결이 퍽 다르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내 인생의 의미를 그려놓고 사회로 나왔다. 좋은 일 한다는 공공조직을 선택했고, 그 울타리 안에서 성실히 살았다. 내가 아니라 남이 이끄는 대로 살아서 그런지 결국 멈춰 섰다. 복기를 하며 인생의 의미를 다시 그려보고 있다, 사전적으로. 뭐,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어떻게 살든 후회 없이 살면 되는 것이겠지.


요즘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김영하 작가와 다른 점은 내 글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무엇을 읽거나 경험하고 나면 되새겨 표현하고 싶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고운 천에 내 경험을 걸러내고 나면 또렷하고 매끈한 진주알이 남을 것 같은 설렘으로 글을 쓴다. 하지만 실제로 써보면, 거의 모든 것이 천을 통과해 사라지고 얼룩만 남아 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거였다니. 기대는 깨졌지만 초라하지 않다. 이것도 괜찮은 경험이다. 나를 정확히 알아가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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