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MJI Aug 05. 2024

그린델발트

엄마 엉덩이가 뜨거워

제네바에서 베른을 거쳐 그린델발트로 떠났다. 거대한 호수가 나타난 것을 보고 인터라켄까지 왔음을 짐작했다. 이어서 큼직한 산들이 턱 나타났다. 등산을 온 것도 아닌데 손을 뻗으면 닿을 듯 가까이 있는 것이 신기했다. 몽블랑에서 호들갑을 떨어서인지 이번에는 마음이 퍽 차분했다. 그린델발트는 생각보다 더 개발이 된 관광지였다. 터미널은 새 건물인 티가 났고, 쿱(COOP) 마트는 관광객의 돈을 쓸어 담고 있었다. 알프스에 간다고 긴팔 옷을 많이 챙겨 왔는데 땀이 흐를 정도로 더웠다.


숙소에 도착해서 저녁을 해 먹는 사이 비가 내리더니 마을의 공기가 한순간에 달라졌다. 찬 공기를 머금은 산속 마을은 고즈넉했다. 아이거 북벽을 구름이 지나가 좌우로 선을 그려놓았다. 이제야 알프스에 온 것 같았다. 기후변화가 심각해도 그린델발트는 아직은 선선해서 일단 안심이다.


심심해 형제는 드디어 (집에는 없는) 욕조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배쓰밤을 풀어주고 둘이 한참 놀게 두었다. 미끄럼틀 놀이를 하는 듯 싶더니 심심해 2호가 울기 시작했고 이내 대성통곡했다. 

“따가워, 엉엉엉” 


남편이 씻겨 데리고 나온 2호를 살펴보니 엉덩이가 빨갛고 피도 조금 나 있었다. 욕조를 살피니 바닥이 (미끄럼 방지를 위해) 까끌까끌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후시딘을 꺼내 발라주었지만 심심해 2호는 잠들기 전까지 따갑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엉덩이가 뜨겁다고 우는 어린 송아지 동요가 생각나는 밤이었다.



이전 05화 샤모니 몽블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