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독후잡담

이제 어떻게 하지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by RAMJI

어느 날 마음속에서 내 목소리를 들은 뒤

세상이 달라 보였다.

그리고 나도 조금은 달라졌다.

그 이야기를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과거의 나를 똑 닮은 내 아이가 나보다는 빨리 무명을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한편으로는 내 아이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먼저 혼자 읽을 글을 썼고

지금은 다른 사람들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고 있다.

서툴게, 조악하게, 단순하게.

어제는 내 이야기 속 등장인물 한 명이 사망하여 이야기 바깥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이제 어떻게 하지? 어떻게 이어서 쓰지?' 고민하다가

남편이 집에 둔

'김용택의 꼭 한번 필사하고 싶은 시

어쩌면 별들이 너의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

에서 아무 페이지나 열었는데 아래 시가 딱 눈앞에.

제목이 너무 익숙하다. 한 백 번은 들은 것 같은데.

내용을 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여기 다 있네.

짧은 글 몇 줄에.

이게 시의 힘이구나.

이야기 그만 쓸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킴벌리 커버거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내 가슴이 말하는 것에

더 자주 귀 기울였으리라

더 즐겁게 살고, 덜 고민했으리라

금방 학교를 졸업하고 머지않아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아니, 그런 것들은 잊어 버렸으리라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말하는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으리라

그 대신 내가 가진 생명력과 단단한 피부를

더 가치 있게 여겼으리라

더 많이 놀고, 덜 초조해 했으리라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데 있음을 기억했으리라

부모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가를 알고

또한 그들이 내게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사랑에 더 열중하고

그 결말에 대해선 덜 걱정했으리라

설령 그것이 실패로 끝난다 해도

더 좋은 어떤 것이 기다리고 있음을 믿었으리라

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리라

더 많은 용기를 가졌으리라

모든 사람에게서 좋은 면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그들과 함께 나눴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분명코 춤추는 법을 배웠으리라

내 육체를 있는 그대로 좋아했으리라

내가 만나는 사람을 신뢰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 되었으리라

입맞춤을 즐겼으리라

정말로 자주 입을 맞췄으리라

분명코 더 감사하고,

더 많이 행복해 했으리라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종교적이지 않지만 영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