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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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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05. 2023

조금은 부끄러운 나의 이야기

about love

요 근래 주변 사람들이 실연을 겪으며 내게 연애사를 토로하고 있다. 친구는 곧 죽어도 안 할 것 같은 헬스를 석 달 치나 결제했으며, 아는 언니는 재회를 위해 컨설팅 비용을 50만 원이나 지불했다고 한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내가 졸지에 그들의 마음을 카운슬링해주고 훈계와 잔소리를 하는 웃픈(?)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나는 나이 삼십이 넘도록 연애 한번 해보지 않았다. 10대 때는 여자친구들이 전부였고, 20대 때는 철벽만 치다 보니 어느새 훌쩍 나이가 들어 30대가 되었다. 겨우 아줌마 나이가 되어서야 넉살이라는 게 조금 생겨서 이성과 대화정도 하는 수준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사실 연애라는 것을 우스이 여기는 오만한 마음도 있었다. 나는 연애라는 쾌락적 감정보다 무게 있는 진정한 사랑을 꿈꿔왔고, 그러려면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배우자를 만나야 했기에 당연히 결혼이 먼 이야기였던 젊은 시절에는 연애를 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가볍게 만나지 않을 거라고 스스로와의 약속을 하며, 이름 모를 배우자를 위해 순애보를 지키고 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런 내 처지를 합리화하기라도 하듯 ‘결국 지식과 소양만이 인생의 자양분이다’라고 여기며 줄곧 인문학 예능을 챙겨보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김상욱 교수님이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의 일대기를 설명하면서 그가 얼마나 사랑꾼인지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노년의 시기에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물리학이 아니라 사랑이다”라고 말을 했다고 한다. 그 순간 나는 머리를 땡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우주의 법칙과 모든 삼라만상의 이치를 깨달은 지성인도 결국에는 다 필요 없고 사랑이 최고더라 말하는 것이다. ‘아, 왜 나는 그런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왜 알려고도 하지 않았는가’ 하는 통감한 마음과 함께 그저 남녀 간의 사랑을 소꿉놀이처럼 여겼던 오만함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김광석 아저씨 노랫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사는 게 인생일진대 나는 시작도 하기 전에 매사에 겁부터 내며 살아왔다. 삶의 끝이 죽음임을 알면서도 인생을 살아가듯이, 사랑의 끝이 이별임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사랑은 한다.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허다한 것이다.



나이를 먹고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가면서 독신의 삶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는 나도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 숙원사업이 되어버렸다. 돈 많고 집 있고 차를 보유한 물질부자보다는 희로애락을 함께 느끼며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마음부자인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한다면 단칸방에서 시작하는 신혼집인들 어떠하리..!


이제 세상은 점점 물질주의로 변해가고, 속마음을 보여주는 것이 약점 잡힐 일이 되어가고 있는 시대에 나의 이상형도 점점 ‘착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소박한 것 같지만 마음씨 착한 사람의 수요가 부족한 이 시대에 그야말로 착한 사람은 품귀 현상이기 때문이다.


인생을 나름 절제하며 선하게 살려고 노력해 온 만큼 내게도 언젠가 좋은 사람이 올 것이라고 믿어본다. 막연하지만 그런 보답을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더 선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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