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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08. 2023

결혼에 대한 단상

무부녀의 시선에서 바라본 결혼이라는 제도

자취를 한지 어언 6년이 넘었지만 부모님 집이 가까운 덕에 요즘 매일 저녁을 그쪽에서 해결하고 다시 집으로 귀가한다. 독립하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도 요리 실력은 젬병이다. 이런 나의 모지란 성격 탓에 뭐든 야무지게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부럽고 신기할 뿐이다. 이를테면 박나래? 호텔 5성급 셰프 수준의 음식을 뚝딱 만들고 지인들에게 대접하는 그 모습을 보면 진짜 주변에 두고 싶은 인물로서 매우 탐이 난다.


앞으로 점점 더 나이 들어가고 체력은 노쇠해질텐데 내 몸 하나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서 큰일이다. 요즘 인스타에서는 미혼의 삶, 혼자가 좋은 이유 등 비혼주의 라이프를 권장하는 숏폼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난 혼자보다 둘이 좋다. 부대끼면서 살더라도 살갗도 부딪혀가며 서로로 인해 울고 웃으며 사는 것이 인간(人間) 다운 삶이 아닌가. 물론 이것이 모두에게 정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방법이 맞다.​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한번 고민을 해봤다. 결혼은 무엇인가? 영화제목처럼 정말 결혼은 미친 짓인가? 우리는 결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으며 또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이상주의자인 나도 결혼에 있어서 만큼은 현실적인 상황들을 요목조목 따져볼 수밖에 없었다. 결혼은 낭만이 아닌 곧 REAL LIFE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본 결혼에 대한 내용들이 있는데 아래 두 가지 말이 가장 뇌리에 꽂혔었다.


01.

결혼은 상대에게 예측가능성을 안겨주는 것이며 끝없이 작은 약속들을 지켜 신뢰를 쌓는 것이다.

연애 때에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들을 안겨주어 끊임없이 놀라움을 주는 관계라 한다면, 결혼은 정반대로 수많은 약속들을 지키어 예측가능한 사람임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은 곧 안정성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02.

결혼은 모든 콩깍지를 걷어내고 상대방의 단점을 마주했을 때 그 단점이 싫지 않아야 한다.

콩깍지의 유효기간이 끝나고 나면 비로소 날것 그대로의 그 사람이 보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으며 콩깍지가 씔 때에 커버 가능했던 것들이 벗겨지고 나서도 커버할 수 있는지는 스스로 잘 체크해봐야 한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들 모두 콩깍지를 벗고 난 후의 시뮬레이션을 사전에 미리 돌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무튼 결혼을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경험한 선배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게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결혼은 서로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가 불쌍하고 나를 계속 연민하기보다 상대방을 애틋이 생각하고 안타까이 여기는 마음. 자칫 곡해해서 ‘그럼 불쌍하고 딱한 사람 구제해 주라는 것이냐’라는 화살이 돌아올 수도 있는데, 그런 동정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애잔한 마음인 것이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난 뒤에 어깨에 묻어나는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어찌 애틋한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있으랴.


또한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퍼주듯이 부부사이 또한 누가 더 잘났는지 서로 뽐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돌보며 보살피는 관계라고 생각한다. 밥은 먹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계속해서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배우자의 또 다른 이름이 보호자인가 보다.

​​



자취를 시작하고 혼자 고찰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곤 하는데 요즘 나의 결혼에 대한 단상은 이렇다. 어제는 아는 언니가 함께할 반려자가 생겨서 나에게 결혼 소식을 전해주었는데 정말이지 육성으로 축하하다는 말과 함께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왠지 그 언니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나의 촉과 막연한 믿음이 있었는데 현실로 이루어지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혼 지인이 몇 안 남은 시점에서 주변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떠나가면 내 마음도 조급해질 줄 알았는데 진심으로 축하한 마음이 드는 걸 보니 아직까지 내 마음에 결혼에 대한 조급함이 크지 않다는 셀프체크도 하게 되었다.


또 다른 미혼인 친구도 우스갯소리로 “한번 갔다 오더라도 결혼은 한 번쯤 해보는 게 맞지.” 하는데 나도 동감하는 편이다. 해보지 못한 것은 계속해서 후회가 남지만 해보고 난 것은 그나마 얻게 되는 것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구는 80억에 도달하는데 ‘과연 내 짝은 태어났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급함을 꾹꾹 눌러내고 나의 내면에 집중하며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훈련을 하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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