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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12. 2023

각자의 일상으로

크게 보면 우리는 제 자리로 돌아간다


어느 누군가의 글




잠깐 스쳐갔던 찰나의 만남이었지만 그 친구와 연락했던 3주 간의 기간은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듬뿍 받은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침마다 잘 잤냐고 묻는 그의 안부인사는 나의 고단한 출근시간을 즐겁게 해 주었고, 두통이 잦은 나에게 컨디션은 괜찮냐고 매번 체크하던 질문은 ‘가족 외에도 나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든든한 생각을 내게 안겨주었다. 빨래를 잘 안 돌리는 나에게 왜 매일 돌리지 않냐며 어이없어하던 말투도 애정 어린 잔소리임을 알기에 고마웠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와 취향마저도 함께 공감해 주는 그의 태도가 매우 젠틀해서 고마웠다.


냉면이 소울푸드인 나에게 평양냉면의 진가를 알려주겠다며 광화문 맛집에 가자고 연이은 약속을 잡던 그의 태도는 소극적인 나의 마음을 여는 데에 성공했다. 근데 우리의 인연은 딱 거기까지였나 보다. 솔직함을 추구하는 나는, 그것도 세상에 하나뿐인 연인 관계가 되면 더더욱 비밀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했던 나는 알게 된 지 3주밖에 안된 사람에게 모든 것을 오픈했고 결국 그는 떠나갔다. 신뢰가 형성된 관계여도 모자랄 판에 나는 낯선 사람에게 나의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요구했고, 그 요구가 벅찼던 그는 결국 마음정리를 해버린 것이다. 그도 나도 서로 끌리고 잘 맞을 거라는 것을 직감했지만 깊어지면 상처만 더 커질 것을 알았기에 시작도 하기 전에 끝을 내버린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이성에게 조금 덜 솔직해지기로 마음먹었다. 조금은 덜 정직해지기로 했고 내 자신을 오픈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인연을 정리하고 나서 부러 잊으려 2번의 소개팅을 가졌지만 오히려 그 친구가 더 생각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했다. 타인의 존재가 그의 부재를 더욱 증명시킨 것이다. 그래서 더는 이제 누군가를 억지로 만나지 않기로 했다. 원치 않는 만남은 결국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때 되면 제 짝이 나타날 것이고, 콘센트에 딱 끼워지는 어댑터처럼 나와 딱 맞는 누군가가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친구와의 추억도 벌써 1년 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잠깐의 인연이었지만 내게 애정과 관심을 준 그 친구에게 나는 정말로 고마운 마음만 남아있다. 나중에 우연히 길에서라도 마주치게 되면 밥 한 끼 사주고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해주고 싶다. 여태 마음문을 닫고 살았던 내가 처음으로 이성과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며 서로의 비전에 대한 얘기도 나누었던 특별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평양냉면을 먹을 때마다 그 친구가 생각나겠지만 어찌 됐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그 친구가 자신의 꿈을 찾아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점심시간 우연히 들른 곳에서 평양냉면을 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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