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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18. 2023

수술을 마치고

십자인대 파열 이후 회고의 일기

2021년 4월, 십자인대 수술 / 2022년 9월, 핀침제거 수술

2020년 5월,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서 무릎을 다치고 십자인대가 끊어졌다. 넘어지면서 무릎을 측면에서 박았는데 다리가 회전되면서 전방십자인대가 완전히 끊어진 것이다. 완전 파열은 무조건 수술밖에 답이 없대서 미루고 미루다가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다. 2021년 4월에 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하고 2022년 9월에 핀침을 제거하는 수술을 했다.

코로나가 창궐한 시기에 한 수술이라 일반 면회는 불가했고, 2주 안 되는 입원기간 동안 엄마가 머리를 감겨주러 한번 왔다. 내 인생에서 입원은 내게 상관없는 일로만 여겼었는데 비염 수술에 이어 벌써 2번째 입원이다. 6인실과 3인실을 사용하면서 나보다 더한 수술을 경험한 환자분들의 썰을 들으니 내 경우가 양호한 편이었다는 나름의 위로(?)도 살짝 얻게 되었다.

퇴원 후 ‘수술하면 됐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재활을 부지런히 하지 않아 2년이 지난 시점인 지금까지 다리가 다 회복되지 않았다. 나의 게으름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였다. 어쩌면 다리가 평생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로 살게 될까 봐 문득 겁이 났다. 평소에 잘 지내다가도 어느 날은 아픈 다리를 인지하게 되면 마음이 우울해지고 삶이 비관스러워졌다.



그때 자전거를 타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 길로 가지 않았으면 안 다치지 않았을까?

보호대를 착용했다면 괜찮지 않았을까?

.

.

나는 후회의 상자 속에 갇혀 수십, 수백 번도 저런 생각을 하며 내 정신은 그날의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다리를 다치기 전으로 돌아갔다면 내 인생이 다시 나아졌을까? 삶에 아무 불평 없이 만족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다리를 다치기 전에도 불만족스러운 곳은 늘 있었다. 그때도 아픈 곳은 존재했고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려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제 후회는 그만하기로 했다. 자책도 그만..


유튜브 채널, 조승연의 탐구생활


행복한 사람이란 조승연 작가님의 말처럼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입장을 만족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것. 이제 나도 무겁게 쥐었던 욕심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지나간 일들은 돌아보지 말아야지.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행복해지기는 간단하다.
다만 간단해지기가 어려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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