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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31. 2023

Autumn Leaves

대공원의 기억

우리 가족은 가을철만 되면 드라이브도 할 겸 단풍 경치를 구경하러 대공원에 자주 놀러 가곤 했었는데, 그때마다 아빠 차에 놓여 있던 물건의 잔상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조수석에는 늘 종이로 되어 있는 전국지도와 두꺼운 전화번호부 책이 있었고, 차 안에서는 아바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딜 갈 때마다 차에서 틀어 놓았던 아바 노래 덕분에 나는 2008년에 개봉한 <맘마미아>를 볼 때에도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노래를 섭렵할 수 있었고, 일찍이 고전 팝송의 매력을 알아버린 나는 최신곡보다는 여전히 올드팝을 찾아 듣는 버릇이 남아있다.


그 기억의 파편들은 아직까지도 살아있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나는 가을이 될 때마다 그날의 장소와 물건들이 떠오르며 그때의 감정들이 일렁일렁 피어오른다.




단풍의 절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과천 서울대공원은 나에게 어릴 적 추억들이 깃든 장소이다. 앨범을 찾아보면 3살 때나, 7살 때나 서울대공원을 자주 놀러 갔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그곳은 어렸을 때 내가 자주 놀았던 놀이터 같은 기분을 준다.


오랜만에 찾아간 대공원은 변한 게 크게 없어 보였다. 변한 것은 엄마와 나뿐이었다. 인파에 놓칠까 봐 엄마 손을 꽉 잡던 나는 어느덧 엄마보다 키가 훌쩍 자라 있었고, 이제는 엄마가 빠르게 걷는 나를 놓칠까 봐 팔짱을 먼저 끼며 내 뒤꽁무니를 쫓아다닌다. 사진첩에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젊고 어렸었는데, 이제는 나이 들어 서로의 얼굴에도 주름이 피었다.


매년 건강검진을 할수록 엄마의 키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는 내가 다 큰 성인이 되어 엄마의 안위를 묻고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체크해 보게 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내 어린 시절을 돌봐주었던 부모님께 그 은혜를 고스란히 되갚기 위해 누군가가 제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스템과도 같았다.


가끔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어린 시절이 그립지만 우리는 과거로 되돌아갈 수 없다. 시간은 오직 한 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이다. 되감기가 없는 인생이기 때문에 한 번뿐인 지금이 더 귀하고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찰나인 지금 이 순간이 찬란하다.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I try to capture every minute, the feeling in it
Slipping through my fingers all the time
- ABBA, Slipping through my fing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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