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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Nov 16. 2023

월동 준비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스위치 ON


11월 중순이니 월동 준비를 해야겠다.

얇은 옷들도 싹 다 정리하였고 이불보도 새로 갈았다.

곧 겨울이라 러브레터 음반 CD도 구입했다.

첫 번째 트랙에 담겨있는 his smile이라는 곡은

시리고 추운 계절에 따뜻한 차를 마시며

명상하기에 딱 좋은 곡이다.




나는 가을을 제일 좋아하지만 흰 눈이 소복이 내리는 이 겨울은 내가 태어난 계절이기도 하니 춥다고 마냥 미워만 할 수도 없는 계절이다. 집 근처에 있는 횡단보도 앞에는 노점상을 운영하는 노부부가 계시는데 여름에는 옥수수를 팔던 메뉴가 붕어빵과 어묵으로 바뀌면 그제야 겨울이 왔음을 알 수가 있다. 그곳을 지날 때마다 코를 뚫고 들어오는 바삭한 붕어빵 냄새는 정말이지 달콤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오늘은 2024 수능일이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따뜻했던 날씨가 수능날만 되면 기가 막히게 다시 추워진다. 올해의 수능은 내가 수험생이었을 때보다는 덜 춥지만 여전히 ‘수능 추위’의 법칙은 세대를 거스르고 지금까지 존재하는 것 같다. 겨울의 서막을 알리는 수능일이 지나고 나면 곧바로 ‘연말’과 ‘새해’라는 이벤트가 우릴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가올 신년의 태양은 또 어떤 버킷리스트를 세우며 준비해야 할까?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도 크게 달라질 것 없는 삶이기에 이제는 계획을 세우는 행위도 그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한 일종의 허례허식처럼 느껴지고 있다. (사실 그건 내가 세워놓은 계획들을 이루지 못해서 생긴 불찰이라고 본다.)


.

.

나는 내년에 무엇을 하고 있고,

자아실현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을까?

내 활동반경은 어디로 넓혀져 있고

또 나의 주변인들은 누구로 채워졌을까.


나의 생각과 시간은

어디로 집중되어 있을까.


앞으로는 이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과 방안을 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겨울이 다가오면 동파 예방을 위해 월동 준비를 하듯, 이제는 삶의 겨울을 대비할 수 있는 인생 준비도 구체적으로 설계해야겠다. 그저 물 흐르듯 살았던 인생을 이제는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인생이라는 그릇에 차곡차곡 담아서 채워나가야겠다. 나중에 내 나이테에도 멋진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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