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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감자 Jan 03. 2021

온라인의 나와 오프라인의 나

외로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보여지는가?” 자기 증명이 더는 어색하지 않은 시대에 세포와 숨으로 존재하는 휴먼이 아닌 0과 1의 세상에 출생신고를 해야만하는 요지경 속. 더군다나 코로나 이후 개인들에게 주어진 미션은 디지털 땅에 등기 치기. 

 하루의 기록이 이미지로 캡쳐되어 온라인화 되고 개인적으로는 쭈뼛쭈뼛한 관계들이 내 일상을 확인하는 행위가 가진 의미가 생각보다 심오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 정체성을 강타하는 펀치! 스타벅스 창가자리에 앉아 하루종일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보다 내 방에서 엄지 2개로 훨씬 다양하고 많은 프로파일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선별되고 각색된 특정인의 프로파일은 80cm 지름 원형 탁자에 앉아있는 게으르고 불친절한, 점심에 떡볶이를 먹고도 아이스크림을 반 통이나 해치운 극사실적인 ‘나’와 본능적으로 비교된다. 한껏 치장한 타인의 보여주기식 삶 이면에는 분명 날것의 처절함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보여야하는가” 혹은 “보여지고 싶은가”라는 생각으로 자연히 이어진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정작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싶다’와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가’는 선택의 주체성에서 차이가 있지싶다. <소셜딜레마>에서도 지적했듯, 플랫폼 창조자들 마저도 그들이 창조한 피조세계에 스스로 노예가 되었다는 거스를 수 없는 중력법칙이 작용하기에 더더욱 주체적인 선택과 분별 근육을 키워야한다. 

 온라인의 영향이 커져가고있지만 필연적으로 오프라인을 통해 생계 활동을 하는 나는 시대의 격변을 온 몸으로 맞으면서도 펜으로 다이어리를 쓰고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고싶다. 아, 결국 나는 지금 외롭다는 말을 하고싶은 것인가? 골뱅이와 3*4 사진으로 규정되는 '내'가 아니라, 좋으나 싫으나 무리 안에서 나를 발견하고 부딪히고 깎이고 갱생하는 오프라인의 삶을 되찾고싶다. 그럴 때에 내가 어떻게 보일지가 아닌, 어떤 사람이 되고 싶고, 되어야하는지의 본질적인 자아와 실제의 삶이 괴리되지 않는 고민과 노력이 될 것이다. 그 날이 오기까지 너무 많이 자책하지 말기. 무의미한 비교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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