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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 Aug 21. 2022

독일 호수에서 맞이한 죽음의 공포

생사를 함께한 감자칩

벌써 6개월이 넘게 다니고 있는 어학원에서는 종종 자신에 대해 탐구할 일이 생긴다. 말하기의 기본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기에 말하기 연습의 질문은 보통 나 개인을 향한다. 이를테면 이런 문제,


  Wonach bist du süchtig?
(너는 어떤 것에 중독되어 있어?)


수업 시간에는 인터넷 중독에 대해 다뤘고, 다른 친구들의 입에서는 커피, 담배, 술, 스마트폰 등 기본적으로 중독과 쉽게 연결되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그 와중에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Ich bin Kartoffelchipssüchtig!
(난 감자칩 중독이야!)


그렇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감자칩 중독자다. (뭐가 그렇게 당당하고 자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기억 상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감자칩을 먹었고(포카칩의 출시연도가 1988년이니 충분히 신빙성이 있다) 포카칩 초록색 어니언 맛과 스윙칩 등의 달달한 감자칩을 거쳐 사춘기 시절부터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까지는 감자와 소금으로 구성된 기본 감자칩만을 아끼고 사랑하는, 절대적 순애보를 가진 감자칩 애호가가 되었다. 그런 내가 감자의 나라 독일에 와서, 감자칩 중독자가 된 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른 일이라고나 할까.


감자칩은 언제나 내 헛헛한 마음을 달래주는 친구였다. 엄마 아빠가 돌아오길 기다리며 텅 빈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낼 때도, 가족 모두가 잠든 밤에 방 문을 닫고 드라마나 영화에 빠져들 때도, 영화가 공부와 일이 되어버려 도피처가 사라졌을 때도 감자칩은 항상 내 옆에 남았다.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낼 때 나의 위안은 감자칩계의 에르메스라고 불리는 '보닐라 감자칩'을 끌어안고 아작아작 먹으며 행복해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감자칩을 매일 먹다가는 만만치 않은 지출을 감당해야 했고, 건강과 몸의 외형을 생각해야 했기에 절제 없이 먹을 수는 없었다. 다이어트를 위해 몇 달간 먹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러다 독일에 왔다. 독일 음식이라고 하는 것들은 모두 감자와 고기다. 어학원 선생님의 독일인 시아버지가 어느 날 야심차게 새로운 요리라며 내어 놓은 음식이 원래 감자에 파슬리를 뿌렸던 것을 고작 로즈마리로 바꾼 것뿐이었다는 일화가 이 모든 걸 설명한다. 메뉴 이름만 다르지 그냥 우리가 봤을 땐 다 감자와 고기다. 우리가 강원도 사람에게 감자만 먹냐고 놀리는 것처럼, 유럽인들에게 독일은 '감자'라고 불린다. 독일과 감자를 왜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느냐고? 그래서 독일에서는 감자가 정말로 싸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전, 독일의 인플레이션이 심해지기 전이었던 독일 생활 초기에는 감자 3kg을 1유로에 살 때도 있었다. 약 1,350원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감자칩도 저렴하다.


포카칩을 기준으로 137g 중량의, 빅 사이즈 감자칩은 정가 3,000원이다. 그런데 내가 독일에서 가장 자주 가는 슈퍼마켓 Rewe의 PB 브랜드인 Ja! 감자칩은 200g 중량에 0.79유로이다. 약 1,000원. 그야말로 1,000원의 행복이다. 포카칩은 언젠가부터 감자의 질이 떨어진 건지 맛이 좋지 않아서 오래 먹지 않았는데, 이 Ja 감자칩은 심지어 맛있다. 종종 Lays나 유기농 마트의 감자칩이 세일을 할 때면 1.15유로 정도로 얻어 오기도 하지만, 보통은 Ja 감자칩을 사게 되는 것이다. 가격 대비 행복감이 가장 큰 가성비 최강의 감자칩을.



짜서 잘 안 먹는 감자칩
유기농 감자칩. Ja는 매일 먹어서 그런지 사진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식후 감자칩은 나의 루틴이 되었다. 독일에 오기 전부터 조금만 과식을 해도 복통에 시달리던 나는 점점 먹는 양을 줄였고, 독일에 온 후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요리를 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진 탓에 감자칩을 먹을 때의 죄책감이 더 이상 크지 않았다. 물론 건강을 생각해 한 봉지를 한번에 다 먹진 않고 3-4일에 걸쳐서 먹었다. 독일어 공부나 얼마 전부터 하게 된 아르바이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거의 한 봉지를 다 먹을 때도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감자칩이 질리지도 않냐며 타박하던 산은 언젠가부터 걱정하기 시작했다.


"감자칩은 탄수화물이랑 지방에 고 나트륨이라서 일단 몸에 좋은 게 하나도 없고, 너가 정말 맛있어서 먹는 게 아니고 습관이 되는 것 같아. 고 탄수화물 음식이 대부분 그렇듯이 뇌에서 중독이 되는 거야. 그리고 그걸 행복함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어. 그렇게 되면 나중에 감자칩을 먹으면 행복하고, 안 먹으면 불행하다고 여기게 될 수도 있어."


나는 담배도 안 피고, 술도 종종 먹긴 해도 친구들이랑 놀 때나 마시고, 커피도 거의 못 마시는데. 감자칩 정도면 양호한 거 아니냐!라고 항변했다. 그렇지만 산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스트레스가 느는 만큼 감자칩의 양도 확실히 늘었으니까. 일하러 가기 전엔 "난 행복이 필요해" 라면서 감자칩을 더 먹었고, 일주일의 어학원 생활이 끝난 목요일 저녁이나 금요일이면 "난 휴식이 필요해" 라며 감자칩을 또 먹으며 미드를 봤다. 확실히 점점 감자칩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주의가 필요했다.





며칠 전, 산의 어학원 같은 반 친구인 가비의 제안으로 호수에 수영을 하러 갔다. 독일은 바다가 북쪽에만 있고, 내가 사는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바다가 너무 멀어서 독일에 사는 사람들은 근처의 호수에서 수영을 많이 한다. 독일의 호수는 바다처럼 모래사장이 있는 곳도 많아서 바다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미니 바다 같은 느낌이랄까. 그날은 산의 반 아이들이 B1 레벨을 종료하는 시험을 치른 날이었고, 나는 그 주 월요일에 B2 레벨을 종료하는 시험을 치르고 화요일부터 바로 시작한 C1 수업이 너무 어려운 데다가 하루에 5시간씩 해야 하는 숙제에 짓눌린 한 주를 보낸 다음이었다. 굉장히 지치고 피곤했지만 약속을 저버릴 수 없었고, 나는 물장구나 조금 치다가 모래사장에 누워서 책이나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호수로 향했다.



이곳은 크로아티아 바다. 정신이 없어서 그날의 호수를 찍지 못했으니 대체해본다. 꽤 비슷한 느낌이다.


나와 산, 가비, 가비의 남자친구인 다니, 그리고 산과 가비의 같은 반 친구인 이브라힘(이부)까지 다섯이 함께 했다. 어학원에서 시내로 이동해 점심거리와 마실 것을 슈퍼에서 샀고, 다니의 회사 근처에서 다니의 차를 타고 호수로 갔다. 세시 반쯤 도착해 모래사장에 피크닉 매트를 펼쳤을 때 나는 배가 정말로 엄청 고팠다. 슈퍼에서 산 볶음 면 요리를 허겁지겁 먹고, 브레첼에 후무스를 찍어서 먹고, 후식으로 빠질 수 없는 감자칩까지 먹었다. 그렇게 왕창 먹고 나서 에너지를 모았고, 가비의 제안에 바로 물로 뛰어 들어갔다.


비 예보가 있었던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해가 나오지 않아 물도 공기도 조금 차가웠다. 차가운 물에 유독 취약한 나는 천천히 몸을 적시고 있었는데, 언제나 그렇듯이 산이 나에게 다가와 이럴 땐 빨리 물에 들어와야 한다며 나를 잡아당겼다. 으악! 하고 소리를 지르는 동시에 턱 끝까지 물이 차올랐고, 몸이 떨렸지만 금세 물의 온도에 적응했다. 수영에 익숙한 아이들은 빠르게 깊은 곳으로 이동했고 나는 그 뒤를 파닥거리며 쫓아갔다.


수영을 잠깐 배우긴 했지만 머리를 물 밖으로 빼고 헤엄치는 영법을 제대로 배운 적 없는 나는 금세 지쳤다. 모래사장에서 조금 떨어진,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거리의 중간에는 판자로 만들어진 쉼터가 있었다. 우리는 그 위로 올라갔고, 친구들은 그 위에서 물속으로 다이빙을 시작했다. 나는 조금 무서웠다. 다이빙을 하는 곳은 생각보다 깊었고, 내가 다시 물 위로 떠오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흥을 깨고 싶지 않았고 다들 잘 물 위에 떠 있는 걸 보면 나도 왠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세차게 물 위로 뛰어들었다. 한참을 가라앉았다가 수면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그리고 문제가 시작되었다.


물 위로 머리가 올라오긴 했지만, 그곳이 아주 깊다는 걸 깨달은 거였다. 발이 물속 지면에 쉽게 닿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음과 동시에 내 몸이 계속 아래로 가라앉으려고 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헤엄을 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몸이 잘 뜨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갑자기 몸에 힘이 빠져 팔다리를 움직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헤엄을 멈췄다가는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을 것 같았다.


"자기야, 나 좀 도와줘."

"왜~ 여기로 와 봐~"

"아니 진짜로 나 너무 힘들어. 죽을 거 같아."


별일 아닌 줄 알았던 산도 내가 정색하고 도움을 청하자 놀라서 내 쪽으로 헤엄쳐 왔다. 문제는 내 생각보다도 산이 멀리 있었던 것이다. 나는 당장 가라앉을 것 같았고, 실제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어서 계속 발버둥을 쳤다. 배영으로 몸을 띄우려고 시도했지만 긴장해서 몸에 힘이 들어간 탓인지 몸이 마음처럼 뜨질 않고 계속 아래로 처졌다. 통제력을 잃고 계속 팔다리를 빠르게 휘저어서 힘은 점점 더 빠지고 있었다. 산이 가까이 왔을 때, 나는 산의 몸을 지지하고 물 위로 더 올라오려고 했다. 산이 나에게 오는 동안 겁에 질려 발버둥 친 탓에 더 이상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았고 산에게 내 몸의 무게를 의지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했다. 내가 산을 누르자 산도 함께 뜨지 못하고 물속으로 가라앉으려고 했다. 산이 나를 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자 나는 패닉에 빠졌다. 내가 잘못하면 산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을 직감했다. 몸이 딱딱하게 굳었고, 온몸에 힘이 들어간 상태로 발버둥을 칠수록 머리가 물속으로 들어갔다. 숨을 헐떡였고 물을 마셨다. 이렇게 물에 빠져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이 나를 끌어당기며 죽음으로 이끄는 것 같았다. 물가에 있던 두 명의 여성이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겨우 입을 수면 밖으로 꺼내고 도움을 요청했다.


눈에 물이 들어가서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머리는 계속 물 안과 밖을 오갔다. 발버둥 치는 나를 붙잡고 구조할 수 없었던 산은 뒤에서 나를 있는 힘껏 물가 방향으로 계속 밀었다. 나는 남아있는 힘을 어떻게든 끌어모아 헤엄치려고 했다. 물을 계속 먹었고, 머리를 물 밖으로 꺼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물에 흐려진 눈을 감았다 뜨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계속 꽉 긴장된 몸을 움직였다.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무서웠다. 이제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겠다고 생각했을 때, 내 팔을 잡는 온기가 느껴졌다.


"이제 여기선 일어날 수 있어요."


이미 중심이 흐트러져버린 몸을 그 말을 듣고 아래로 향하게 해 보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물이 허리까지 정도밖에 오지 않는 곳에 내가 도달해 있었다. 두 여성의 도움을 받아 일어났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물속에 주저앉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고, 온몸에는 힘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가 생생했다. 멀리 있던 친구들이 나를 향해 돌아왔다.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창피함이 몰려왔다. 물에 들어간  겨우 5, 10분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오래  것도 아니고, 고작 5 만에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하다니... 벙찐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산과 아이들에게 나는 그냥 휴식이  필요할 뿐이라고,  신경 쓰지 말고 제발 가서 놀다 오라고 애원했다. 가비가  옆에 있겠다고 하며 다른 친구들을 보냈다. 가비에게도 너도 가서 놀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착한 가비는  옆을 떠나지 않았다. 아니야...  너무 창피하고 힘들어서 그냥 혼자 있고 싶어...


숨을 헐떡이며 안정을 조금 되찾으니 플래시백처럼 빠르게 몰려오는 조금 전 기억. "이제 여기선 일어날 수 있어요." 깊은 곳에서는 그렇다 치고, 물이 허리까지 밖에 안 차는 물가에서까지 내가 사경을 헤매면서 파닥거리고 있었다니. '미친 개 쪽팔린다...' 두 여성은 그냥 걸어와서 나를 건져주었을 텐데, 얘는 왜 여기서 머리를 물에 넣고 있나... 그냥 일어나면 될 텐데... 심지어 다리를 바닥으로 내릴 때도 중심을 못 잡고 뒤뚱거린 내 몸짓은 분명 슬랩스틱 코미디였을...


가비는 나에게 수영을 할 줄 모르냐고 물어봤고, 나는 할 줄은 아는데 잘 못 하고, 깊은 곳에서는 무섭다고 말했다. 가비는 내 손을 잡고 갑자기 수영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아직도 내 심장이 진정이 안 됐는데, 가비의 팔을 잡고 손과 다리를 앞뒤로 뻗고 둥둥. 내 배를 받치고 둥둥. 좀 더 깊은 곳으로 가보자 둥둥. 나 이런 건 할 수 있어 가비야... 나 아직 진정이 필요해... 그렇지만 착한 가비의 선의를 뿌리칠 수 없어서 둥둥.


체온이 떨어지고 이가 딱딱 떨릴 때쯤 우리는 물 밖으로 나왔다. 일어서니 순식간에 머리에서 피가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두통이 찾아오고 어지러웠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뭍으로 나와 수건으로 온몸을 감쌌다. 심장이 아직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자리에 누웠다. 나는 그냥 누워서 책이나 읽으려고 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피곤했는데, 컨디션이  좋았는데 분위기를 맞추느라 욕심을 부렸다. 그리고 일단 물에 들어가기 전에 너무 많이 먹었다. 감자칩까지 먹었잖아.  분수를 알고 자제했어야 하는데. 나는 수영을 그렇게 잘하지  하는데.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정말로  뇌를 자극해서 판단을 흐리게  걸까?


물에 빠진다는 것이 얼마나 순식간에 일어나는 일인지, 공포에 사로잡힌 인간이 얼마나 판단력을 쉽게 잃는지 온 몸으로 경험하고 나니 사고나 죽음이 얼마나 일상과 맞닿아 있는 일인지 깨달았다. 내가 물에 빠졌더라도 그 날은 분명 금방 구조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한없이 심연으로 들어가 버릴 수도 있었다. 당시 내 심장박동수의 기록은 1분 사이에 118에서 갑자기 170으로 뛰어 있었는데, 버티지 못하고 심장마비 등의 추가적인 사고가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삶이라는 건 갑자기 사라져 버릴 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도 모른다.





가비와 다니의 집으로 돌아와서 발코니에 퍼질러 누웠다. 나 정말 죽을 뻔했어. 앞으로 튜브를 가져 가야겠어... 나 때문에 너희가 재밌게 못 놀아서 미안해... 아무래도 물에 뜨는 걸 연습해야겠어. 이부는 물 맛이 좋았냐고 물었다. 응, 안 짜고 맛있더라고... 호수는 바다보다 소금이 없어서 물에 뜨기가 더 어렵다고 산이 나를 대신해서 변명해주었다.


우리는 가비와 다니의 거실에 누워서 <버즈 라이트이어>를 봤다. 영어 원어에 독일어 자막으로 대사를 이해하느라 뇌가 더 지쳐버렸고, 졸음을 참기 위해 다시 또 가방에서 감자칩을 꺼냈다. 짜다. 호숫물이 짜지 않았으니 나트륨을 더 섭취해도 괜찮지 않을까. 난 오늘 죽다 살아났잖아. 나에겐 행복이 필요해. 진정이 필요해... 아작아작. 입 안 가득 울리는 바삭한 소리와 온 몸에 퍼지는 나트륨이 나에게 다시 평온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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