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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소 Feb 24. 2023

독일 체류허가 연장 신청

케바케의 덫에 걸려버린 우리

1년 간의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종료되고, 독일에 더 머무르기 위해서는 체류허가를 연장해야 했다. 


나와 남편인 산은 각각 한국에서 워킹홀리데이비자를 받아서 작년에 1월에 같이 독일에 왔고, 1월에 비자 만료라 미리 온라인으로 방문 예약인 테어민(Termin)을 잡았다. 나는 여기서 대학원을 갈 생각이라 유학 준비 목적 체류허가, 산은 가족동반 체류허가로, 같은 날 다른 시간에 각자 이름으로 예약했다. 미리 외국인청 (Ausländerbehörde)에 메일을 보내서 물어보니 체류증 신청 인원 수대로 따로 예약을 해야한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외국인청 온라인 예약 페이지


https://tevis.ekom21.de/fra/



현재(2023. 02. 24.) 기준으로 프랑크푸르트에서 어학 목적 또는 유학 준비 목적 체류허가 신청 시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다.


- 체류허가 신청서(Antrag auf Erteilung eines Aufenthaltstitels)


- 여권(gültiger Nationalpass)


- 여권 사진 실물(aktuelles biometrisches Foto in ausgedruckter Form)


- 재정증명서(Nachweis über die Sicherung des Lebensunterhalts (siehe unten). Beispielsweise durch Nachweis von entsprechendem Sparguthaben oder Finanzierungserklärung der Eltern welche durch die deutschen Botschaft im Heimatland bestätigt wurde)


- 재정 증명 상세 조건 : 한달 기준 최소 947€ - 1.033€ (ohne Entlohnung mind. 947€ pro Monat/11.364€ pro Jahr, mit Entlohnung mind. 1.033€ pro Monat/12.396€ pro Jahr)


- 거주지 월세 계약서, 세입자 간에 월세 계약 체결 시 집 주인 동의서 추가로 필요 (Mietvertrag - sollten Sie lediglich einen Untermietvertrag besitzen ist eine schriftliche Einverständniserklärung des Wohnungseigentümers/der Wohnungsbaugesellschaft vorzulegen)


- 건강 보험 증명서(Aktuelle Mitgliedsbescheinigung der Krankenversicherung (Keine Reisekrankenversicherung, keine Chipkarte) mit ausgewiesener Höhe des monatlichen Beitrags)



+ 유학준비 체류허가 추가 필요 서류


ZUSÄTZLICHE UNTERLAGEN FÜR DIE STUDIENVORBEREITENDEN MAßNAHMEN:


- 대학입학 가능 증명서, 대학 지원 사이트인 Uni Assist에서 받은 VPD나 지원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발급한 한국 수능 또는 학점을 독일식으로 변환한 증명서(Nachweis über Ihren Hochschulzugang)


- 현재 어학원 참여 증명서 또는 스튜디엔콜렉이나 입학 전 과정(DSH 준비반 등) 참여 증명서 (aktuelle Bescheinigung über den Besuch eines Intensivsprachkurses. Mindestens 18 Stunden die Woche / Nachweis über Teilnahme am Studienkolleg, oder Nachweis über studienvorbereitendes Praktikum


*모든 서류는 테어민 전 메일을 통해 PDF 파일로 미리 제출하고 여권과 여권 사진은 당일에 실물로 가져가야 한다. 




기존 워킹홀리데이 비자는 1월 16일까지였고, 테어민은 1월 11일이었다. 나는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DSH 시험 준비반을 신청해둔 상태였고, 체류허가 테어민과 같은 날인 1월 11일 오전에 그 수업을 위한 레벨 테스트를 치렀다.

DSH : 독일 대학 입학을 위해 필요한 독일어 능력시험
Deutsche Sprachprüfung für Hochschulzugang


프랑크푸르트 외국인청(Ausländerbehörde)



떨리는 마음으로 갔던 1월 11일의 첫 테어민, 외국인청 담당자는

네가 이 과정에 확실히 참여하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거주허가를 줄 수 없다.


라고 말했다. 대학 입학 자격을 갖췄다는 서류와 재정보증, 그리고 명확한 이유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고 들었는데, 나의 담당자는 내가 이미 대학교에 지원한 서류가 있음에도 당장 이 수업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주허가 신청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추가로, 내가 제출한 건강보험 증명서도 문제가 되었는데, 산이 당시에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을 하는 중이었어서 산의 이름으로 가입된 공보험에 제가 가족 보험으로 묶여 있던 상황이었다.

*독일에서 일정 소득 이하의 피고용인은 반드시 공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소득이 없는 배우자의 경우 가족 보험으로 같이 건강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담당자 왈, 내 이름으로 거주허가를 신청하기 때문에 가족 보험이 아니라 내 이름으로 따로 가입된 보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담당자의 논리에 따르면,


- 현재 남편의 피고용인 신분으로 가입된 보험은 1월 16일까지만 유효함(노동 허가가 1월 16일까지라서)

- 1월 17일부터 유효한 새 거주허가는 남편이 아닌 내 이름으로 신청하고, 남편은 동반 비자를 받는 것임

- 그러므로 현재 남편의 명의로 가입되어 있는 가족 보험은 새 거주허가를 신청하는 서류로 적절하지 않음


이러한 이유였다. 나는 산이 가족동반 체류허가를 받을 경우에 계속해서 노동 허가가 나오기 때문에 계속해서 보험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산은 일을 계속 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이었으면 이런 상황에서 보험을 바꾸라고 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 


담당자는 레벨 테스트 결과가 나온 후 대학에 등록했다는 서류와 내 이름으로 따로 가입된 건강보험증명서, 그리고 산의 명의로 된 건강보험증명서(피고용인 신분이 아닌 보험)를 추가로 메일로 보내고, 온라인으로 직접 테어민을 다시 잡고 오라고 했다. 산은 오늘 신청했던 테어민에 오지 않아도 된다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비자 신청비(각각 113유로 씩 226유로)도 결제하고, 다행히 7월까지 유효한 임시비자(Fiktionsbescheinigung)를 받았다. 그리고 다음 예약에는 내 이름으로만 예약을 잡고 오면 된다고 했다.


요금은 기계로 납부한다. 나의 피같은 226유로...







첫 테어민이 끝난 후 확인한 가장 빠른 예약이 2월 23일이었고, 바로 그날로 예약을 잡아 다시 외국인청에 다녀왔다.



다행히 내가 제출한 서류들에 문제가 없었고, 무사히 거주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단 워홀 비자 만료일부터 1년인 내년 1월 16일까지 유효한 거주 허가가 아니라 올해 12월 31일까지 유효한 거주 허가를 받았다. 신청서에는 2년으로 작성했는데 1년만 받았고, 정식으로 대학 입학 시에는 2년을 한번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재정 보증은 슈페어 콘토로 하지 않고 계좌 내역서로 독일 계좌에 있는 잔액만 인증했는데, 서류에 나와 있던 최소 금액보다 적었는데도 1년 체류 허가를 받아서 다행이었다. 

슈페어 콘토(Sperkonto) : 일정 기간 동안의 생활비(예시 1년)를 묶어두고 매달 정해진 금액까지만 인출할 수 있는 계좌. 해당 기간 동안 생활비 수급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의외였던 점은, 메일로 외국인청에 문의 했을 때 유학 준비생은 노동이 금지라는 답변을 받았었는데, 나는 일년 내 최대 120일 풀타임, 240일 하프타임을 일할 수 있는 노동 허가도 추가로 받았다. 추측하기로는 내 상황이 정식으로 대학에 입학하진 않았지만 대학에 등록(Immatrikulation)이 되어 있는 학생 신분이라 학생과 동일한 조건의 노동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어학원 등록으로 유학 준비 거주허가를 받는 경우에는 다른 조건이 적용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무사히 모든 것이 마무리 되는 줄 알았는데, 역시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는 건 내 인생이 아니다. 내 거주 허가 신청이 완료되고 이제 산의 신청을 처리해주려나 했는데,


네가 예약을 하나만 했잖아. 예약 한 타임 당 한 명밖에 처리할 수 없어.


뭔 소리야. 분명히 처음에 예약을 두 개 잡고 갔을 때, 당신이 분명히 다음엔 그냥 내 이름으로만 신청하고 오면 된다고 했잖아???


너무 황당했지만 담당자와 싸우면 괜히 문제가 커질 것 같았다. 우리는 일단 을이니까. 저 사람이 체류증을 안 주면 우린 돌아가야하니까. 정색하고 단칼에 산의 체류 허가는 처리해줄 수 없다는 말에, 비굴하게 


아... 제가 잘못 이해했나봐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일단 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분명히 내 이름으로만 예약하면 된다고 했는데? 


오늘이면 모든 게 처리될 줄 알았는데, 다시 와야 한다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황당하고 허망해져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잘못 알아 들었나? 


밖으로 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니 문득 스치는 생각, '내 이름으로 예약을 두 개 잡고 오라는 말이었던 건가?'  내 부족한 독일어로 당시에 잘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지만, 내 기억으로 담당자는 분명히 "당신이 유학준비로, 남편이 동반으로 신청할 거면 당신 이름으로 예약하고, 남편이 일하고 당신이 동반으로 신청할 거면 남편 이름으로 예약하세요."라고 했다. 그리고 첫 번째 테어민에서 "이후 시간에 예약한 남편이 지금 와 있으면 같이 들어오라고 해라."고 했었기 때문에(산의 예약은 내 바로 다음 타임도 아니었고, 심지어 중간에 다른 예약 타임이 껴있었다.) 나는 예약을 하나만 잡으면 된다고 이해했었다. 근데 이제 와서 예약을 하나만 잡아서 남편의 신청을 처리해줄 수 없다니.



한국에 있는 독일 대사관과 달리 프랑크푸르트 외국인청은 공무가 많고 담당자가 많아서 Nachname(성) 별로 담당자가 다르다. 보통 독일이나 다른 나라의 경우 가족이 같은 성을 갖고 있어 담당자가 같은데, 산과 나는 성이 달라서 각각 이름으로 예약하면 담당자가 달라지니, 내 이름으로 예약을 잡으라는 말이었던 거다. 그걸 나는 '다음 예약은 서류도 다 냈으니 확인만 하면 되니까 하나만 잡고 오라고 하나보다,' 라고 이해했고,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독일 공무원은 '너넨 둘이니 당연히 예약을 두 개 잡아야 하고, 그건 당연하니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냥 네 이름으로 잡고 오라고 한거다.' 라고 말한 것이다...


급하게 열어본 예약 페이지에서 제일 빠른 다음 예약은 5월이었다. 오늘 이후로 다시 공보험을 적용받아서 치과에 가려던 내 계획은 물거품... 이미 산이 필요한 서류도 모두 보내서 담당자가 확인을 했고, 따로 말이 없는 걸 보면 서류에 문제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5월까지 기다려서 받아야 한다는 게 정말 한국인으로서는 이해가 안 된다. 사실 오래 걸릴 일이 없어서 10분이면 되는 일이었다. 나에게 할당된 시간인 40분이 다 지난 것도 아니었고,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고작 10분이면 되는 일 때문에 3-4달을 더 기다리고, 다시 여기에 오는 시간까지 써야 한다니. 우리나라였으면 서로서로 좋게 그냥 해주지 않았을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첫 예약을 잡은 것도 아니었고, 이미 한번 다녀가서 담당자에게 나와 산에 대한 모든 필요한 정보가 다 있어서 그냥 사인 몇 개만 하면 되는 거였는데...

 

원칙을 중시하는 나라 독일이지만, 이 원칙이라는 것이 해석의 여지에 따라, 담당자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져서 독일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 케바케의 나라라고 불린다. 이 케바케의 나라에서 우리는 담당자 말에 따를 수 밖에 없고,  우리의 시간은 의사소통이 잘못 된 죄로 땅바닥에 계속 뿌려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 땅에서 자의적인 해석은 금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처음에 예약을 두 개 잡으라고 했으면 "네 이름으로만 잡고 와."도 "네 이름으로 두 개를 잡고 와."인 것이다. 모든 확실하지 않은 것을 다시 몇 번이고 확인해야 한다. 아니 근데 나한테 노동 허가는 안 준다더니 또 줬잖아... 


무사히 외국인청 테어민을 마무리하고, 자축하려던 우리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도 내 체류증이 문제 없이 신청되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여길 또 세 달이나 후에 와야 한다는 사실에,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찜찜함이 우리를 괴롭혔다. 


"아니, 우리 아무래도 담당자 잘못 걸린 거 같아. 자기 꺼 내내 친절하게 처리해주더니, 내 꺼 안 해주냐고 물어보니까 사람이 표정이 달라져서 정색하고 안 된다고 하던데? 어차피 우리가 언제 다시 오든 본인은 상관 없고 추가 업무 하기 싫다는 거지."


화가 났던 산이 말했다. 


누굴 탓하리오. 나를 탓해야지. 나의 부족한 독일어와, 나의 한국식 사고와, 멀리 내다보고 예약을 하나 더 잡아 놓지 않았던 내 탓이오...  





* 이 글을 보는 분들을 위해, 가족과 함께 체류허가 신청 시 주의할 점 요약,


- 거주 허가 신청 시, 가족이라도 무조건 사람 수대로 테어민 각각 예약

- 가족 동반 거주 허가 신청 시, 가족과 성이 다를 경우 주요 구성원(다른 거주 허가를 갖고 있는 사람)의 이름으로 테어민 예약

- 거주 목적 변경으로 새로운 거주 허가 신청 시, 신청하는 상황에 맞는 건강 보험 필수


저와 같은 시행착오는 아무도 겪지 않길 바랍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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