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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2021.3.25)

일상속에서 시(Poem) 감성 찾기

by Rana


다이어트(2021.3.25)


“저녁에 뭐 드시는거 아니죠? 체중이 정체되었어요”


우리 코치는 귀신이다.

지난 작은 성과에 들떠

뱃속 허전함을 달래려

이것저것,

홀짝홀짝

자기전 음식을 탐닉하던

나를, 본 것이다.


“정신일도 하사불성”

답해보지만

나는 안다

노력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꽉 막힌 녀석이란 것을


헬스장은 전쟁터이다.

죽고자 달려와 곡소리를 낸다

스무살 청춘부터 수다장이 아줌마까지

두 눈 바삐 돌아가는 배볼룩 아저씨도

지젤번천과 브레드피트를 꿈꾸며

피, 땀, 그리고 눈물을 뿌린다.


나이 오십에 무슨 다이어트냐고

니가 뺄 살이 어디 있냐고

심지어 바람났냐고 묻는다

보리수 나무의 마귀들이다.


마귀들은 나를 흔들고

도전을 하잖게 만들고

가보지 않은 길을 두렵게 만들고

실패를 천사인 냥 위로한다.


밀어내 본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너를

차갑게 도려낸다

내 귀에 속삭이는 마귀도,

스물스물 올라오는 식욕도

친구인냥 다가와 나의 비밀을 가져가고

나의 좌절을 즐기는 너란 녀석도


다음날 체중기엔 숫자가 변해있다

역시나 사람은 초심을 잃어서는 안되는거 였다

오늘도 이렇게 하나를 배운다

배움에 지칠 즈음에 하나를 또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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