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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로필 도전기

2021.2.22~6.25까지 바디프로필 도전 이야기

by Rana

아이 둘이 다 대학을 가고 직장 생활의 큰 숙제이던 사무관이 되고 보니 오십이 되었다. 돌아보면 백세 인생의 절반을 남을 위해, 남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을 따라 살아왔다. 내 인생이 주인 잘못 만나 피지도 못하고 아깝게 사그라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모한 도전 한번 해 본 적 없이 아버지의 영향력 밑에서 소모되었던 나의 청춘도 그러하다.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더 어려워지고 어쩌면 영영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늘이 가장 젊고 아름다운 순간이기 때문에 더 이상 늦출 여유는 없다.


건강한 몸은 새로운 모험을 위한 자산이다. 그래서 올 2월부터 ‘D-100 보디프로필 챌린지’를 시작했다. 주4~5회, 1회 두세 시간씩 땀을 쏟으며 나이 먹고 있음에 역행하고자 애를 썼다. 물론 매우 힘들었다. 근육이라는 것이 왠만큼해서는 피부위로 두드러지지 않았다. 왜 내 돈 내고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나 싶었다. 트레이너는 옆에서 “한 번 더”를 외치기만 할 뿐이고 정작 할 일은 내가 다 하고 있는데. 다행이 체형과 근육량 등에서 타고난 부분이 있어 오십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정에 돌이 금이 가듯 어느 정도 노력이 쌓이면서 몸의 변화를 드디어 느낄수 있었다. 그떄부터이다. 거울에 비친 나를 보며 동작마다 움직이는 근육들과 도드라지기 시작하는 힘줄을 보면서 고통을 즐기게 된 것이. 짜릿하다.


“정말 열심히 하셨어요 도전한 사람들의 3분의 2는 중도에 포기하는데 한번 한다고 마음먹으면 하고야 마는 그런 성격이신가 봐요. 이대로 꾸준히 해서 내년에 시니어 대회도 나가 보세요.” 지젤은 다음 도전을 부추긴다. 바람 들기 좋은 사람한테 자꾸 바람을 집어넣는 그녀가 밉지 않다. “이제부터는 물도 음식도 촬영 24시간전 부터는 끈으셔야 해요. 최대한 몸을 말려야 하니까 주의하시고 내일 하루는 푹쉬고 촬영일 스튜디오에서 봐요” 그렇게 D-2일 운동을 끝으로 한 후 24시간 단식과 단수를 지킨후 촬영장으로 갔다.


“뭐? 사진 찍으러 오면서 제모를 안 했다고?”

사진작가가 황당해 한다. 알몸에 망사 보디슈트를 입고 신체 중요 부위를 가리느라 어쩡정하게 서 있는 나를 더 당황하게 만드는 그의 말이다. “그럼 누드는 안되겠다.” 라고 하며 카메라를 옆으로 치우자 나를 보조해주기 위해서 같이 온 지젤이 나선다. “엉덩이가 이쁘니까 뒷태 위주로 찍고, 앞면 찍을 때는 스카프 같은 걸로 거기만 가리고 찍으면 안 될까?”한다. “그래? 그럼 저기 가서 서 보든지.” 나는 후다닥 그가 가르키는 하얀 벽면으로 갔고 지젤은 “회원님, 벽을 보고 돌아서세요”한다. 그리고는 이어서 “어깨를 쫙 펴고, 등을 근육이 보이게 힘껏 짜고. 옳지! 더 힘껏, 그렇지”하고 주문이 들어온다. 나의 보디 프로필 촬영을 지원해주기 위해서 온 미미는 저쪽 의자에 앉아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참 민망한 순간이나 정해진 시간내로 목표한 컨셉들을 다 마칠려면 부끄럽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조차 아깝다. 그러고 보면 오십이 넘은 나이에 오늘 처음 만난 낯선 남자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보디 프로필이라는 이름으로 누드를 찍고 있다는 사실이 참 우습기도 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몸을 노출한다는 것에 대하여 걱정이 많았는데 오늘은 부끄러운 것도 없고 어떻게 근육을 쥐어짜야 그간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을 잘 보이게 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다. 생각보다 힘들다. 웨이트 리프트를 하는 것도 아닌데 뜨거운 조명 아래서 땀이 비 오듯이 흐른다. “오케이! 다음 의상!”이라고 외치는 그의 목소리가 반갑다. 동시에 휴~ 소리를 내뱉으며 다시 파우더실로 들어갔다.


최근 중년 여성들의 보디 프로필 도전이 늘고있다고 한다. 뭔가 변화를 원할 때 도전하기 쉽고 시각적으로도 효과적이다. 만약 지금 중년을 거치면서 삶의 의욕이 떨어지고 낮은 자존감으로 힘들거나 나이 들어가면서 변해가는 외모에 자신감을 잃고 있다면 ‘보디 프로필’에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힘든 것을 어떻게 했어?”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해 본 사람으로서 가장 쉬우면서 효과적인 가성비 최고의 활동이라 생가간다. 우리나라에서 성형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지나친 외모지상주의는 문제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의학의 힘을 빌어 자신감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것이 뭐가 문제이겠는가. 근육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자신감 회복을 위해 성형보다도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것이다. 올해 대구경북 보디빌딩대회에서 시니어 우승자가 마스터즈에서도 우승하는 것을 보았다. 사십대 후반의 나이에 젊은 사람들보다 더 아름답고 건강한 보디라인을 갖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무지막지했을 그의 노력에 감탄을 금할수가 없다. 무엇이 그녀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었을까. 건강한 아름다움을 통해 당당한 자신감을 찾은 그녀의 모습은 이십 대, 삽십 대와 비교할 수 없게 너무 아름다웠다.


“수고하셨습니다”

드디어 끝이 났다. 모르면 용감해진다고 다소 무식하게 시작한 나의 보디 프로필 도전기이지만 참으로 얻은게 많다 먼저 건강이다. 평소 운동을 싫어했던 내가 꾸준한 운동을 통해 만성적으로 고생하던 어깨와 요추 통증이 많이 좋아졌다. 근력강화를 통해 얻은 바른 자세로 더 스타일리시하게 변한 것은 덤이다. 그릭 운동을 하면서 뇌 운동이 함께 되면서 멘탈이 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사람을 상대할 떄도 자신감이 넘치는 것을 느낄수 있다. 내가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좋은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니 사람들도 나를 매력적으로 바랄봐 주고 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다. 변화를 원한다면 공부를 하거나 주위 환경을 바꾸거나 외모에 변화를 주라는 말이 있다. 주위 환경을 바꿀수는 없어지만 박사 학위 도전과 다이어트와 운동을 통해 가져온 외모의 변화는 나를 만나는 사람들이 나를 특별하게 보게끔 한다. 운동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이제 남들의 시선이 두렵지가 않다. 옷을 입을 떄도 평소에 입지 않던 스타일을 이전 같으면 남들이 어떻게 볼까 먼저 고민했다면 지금은 별다른 고민없이 시도할 수 있다. 그렇게 당당한 나, 자신감 넘치는 나, 사람들의 시선으로 부터 자유로운 나, 그리고 건강하게 자기 주장을 하는 나에게로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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