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콘서트 이야기
드디어 북콘서트 날이다. 워낙 조용히 출간하고 조용히 지내려고 했던 거라 발간 기념회 성격의 북 콘서트까지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내 글을 에디팅 해주던 백 선생님한테 물어봤다. “북 콘서트를 해야 할까요?” 그러니 웃으신다. “그래도 하면 책 낸 기분이 나죠. 아니면 책이 나왔는지 그래서 작가가 된 거인지 감이 잘 안 들어요”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일을 벌인 참에 한번 해보자. 다 경험이니 나한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마침 행사 당일 오전에 지난주에 출연했던 유튜브 채널 “대나무 숲 택시”에 내가 출현했던 에피소드가 따끈하게 올라왔다. 택시 기사님은 이것저것 해보겠다고 나서는 내가 기존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공무원들과는 달라 보여서인지 상당히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신다. 부인되시는 분이 직접 영상을 편집한다고 하는데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게 신경 써주신 게 보인다. 참 감사하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택시기사님이신데 이렇게 인연이 이어지고 서로를 응원하는 사이가 되었다. 코로나 때에는 자가 격리 대상인 환자들을 수송하는 역할까지 자발적으로 나서서 하셨다고 한다. 어릴 적 기사님 본인 또한 나와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나쁜 짓도 하고 사회에 반항도 하고 그런 시절이 있었으나 그러면서 더 성숙할 수 있었고 지금은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밀알 같은 존재로 있는 것 같다. 나의 다음 꿈은 뭐냐고 하신다. 우선은 물류학 박사 학위를 따고 물류분야 전문가로서 그때까지 공직에 있다면 정책 수립 분야에서 일을 하고 그 후는 전문 컨설팅이나,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 현재는 5년 후로 보고 있다. - 세계 일주를 하며 여행작가로, 글로벌 노매드로 살고 싶다. 그렇게 길 위에서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보려 한다.
코로나 2단계로 인해 인원수가 50명 미만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참여하는 사람들은 백신 2차 접종 후 15일이 경과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오겠다는 사람은 점점 많아지고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거의 배제를 하고 나서도 50명이 넘었다. 그래서 백신 관련 규정을 찾아보았다. 백신 완료자는 50명 미만에 적용이 안 되는 거로 해석이 되었다. 담당부서 팀장한테 제차 확인하고 예술발전소 대관 담당자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숫자는 60명까지 늘었다. 결과 인원수를 다시 확대해서 참석하고 싶다고 하는 분들을 더 모실 수가 있게 되었다. 그렇게 초청인원을 대관 담당자와 조정을 하고 저녁 7시에 시작한 행사 준비를 위해 조퇴를 달고 먼저 사무실을 나왔다. 현장에 가니 잠시 후 미미에게서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3층 수창 홀의 한쪽 벽면에 현수막을 달고 무대 중앙에 사회자와 작가가 앉아서 대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옆에 작가 대기 좌석을 만들어 놨다. 음향 체크하고 조명 처리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배우고 나니 홀을 세팅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 퇴근한 우리 팀원들 덕에 무사히 시간 전에 마무리할 수가 있었고 나는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검토를 시작했다.
“링링링~” 하고 전화가 울린다. 받아보니 부시장님께서 다른 일정에 좀 늦게 도착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이쪽으로 오신다는 거였다. 6시 반경에 예쁜 꽃다발과 함께 도착하셔서 축하한다고 하셨다. 고맙습니다. 하고 말하고 내 베스티 미미를 그에게 소개하였다. 살짝 당황한듯하나 “How are you?” 하고 인사를 나누시고는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 자리를 뜨셨다. 30분 전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축하하기 위해서 올 거라고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다양한 분야의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시러 왔다. 내 수요일의 즐거움인 “Daegu Jazz Singers” 쿼텟이 식전 공연을 위해 미리 와서 연습 중이다. 이영우 부단장, 성재연 단장, 올해 결혼한 이쁜 목소리의 알토 미연, 그리고 굵은 저음이 멋진 베이스 상훈이 와 주었다. 든든한 내 후원자들이다. 그리고 토스트마스터즈로 인해 인연을 맺게 된 정 앤드류, 그리고 월요일 영화를 보는 재미를 알려준 고다르 멤버들, 그리고 까칠한 기타리스트 이동우 선생님, 그리고 지역의 마이스산업 육성을 위해 중요 역할을 하는 오정현 대표까지 모두 고맙고 또 우리의 인연에 대해서 감사했다. 이동우 선생님의 경우는 워낙 기타 플레이어로서 거물이기도 하지만 약간 기인 같은 기질이 있어서 좀처럼 이런 행사에 오는 것을 못 봤는데 오시고 또 연주까지 해주신다고 하니 한티재 편집자 부부가 놀란다. 역시 사람은 자기 색깔을 드러내야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다. 나랑 그는 왠지 통하는 구석이 있다는 걸 말은 안 해도 서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오늘의 최고는 빌이 아닐까? 꽃도 많이 들어오고 초콜릿, 케이크, 샴페인 등 자기만의 성향으로 축하하는 그들이 모두 고맙다. 며칠 전부터 드레스 코드가 뭐냐고 하면서 정장을 입어햐 하는 거냐고 해서 너무 캐주얼스럽지만 않으면 될 것 같다고 하면서 그래도 나는 네가 정장 입은 것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오늘 나보다 더 주인공같이 차려입고 왔다. 그도 한껏 꾸민 나를 보고 놀라는 듯하다.
드디어 7시가 되었다. 오정현 대표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와 함께 대구 재즈 싱어즈 쿼텟이 식전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올 블랙으로 차려입은 그들이 “I’m feeling right”과 성기경의 “두사람”을 아카펠라로 2곡 부른 후 이영우 부단장이 솔로로 “누구 없소”를 불렀다. 그리고 작가의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2부로 넘어가기 전에 이동우 기타리스트의 연주곡 감상이 있었다. 그리고 2부는 “라나 언니에게 물어봐” 코너로 입장할 때 받았던 노란 포스트잇에 적었던 질문을 중심으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맨 앞줄에 앉은 미미는 유튜브 라이브 내내 핸드폰을 들고 있느라 팔이 저린듯한 모습이었고 빌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있는 건지 지루한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있다. 그래서 참석자들에게 질문을 받을 때 일부러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 Bill, Is there anything you want to say to me who’s trying challenge for the life?” 하자 그는 “It’s honor to see and be with you when you are in the moment of transition”라고 한다. 내가 진화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변화의 과정에 있는 건 맞다.
북 사인닝을 마지막으로 행사를 마쳤다. 모두가 빠져나간 행사장에 마지막까지 남아서 정리하는 것은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빌이 수고해주었다. 고마웠고 미미, 빌, 이동우 선생님하고 근처 작은 바에 가서 우리들만의 축하를 하였다. 그곳에서 이동우 선생님은 맥주 몇 잔에 취했고 그렇게 행복한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다음날 새벽 3시 출근이라고 일찍 자리를 떠나는 빌이 고마워서 문 앞까지 따라 나가 따듯하게 안아주었다. 그는 아쉬운지 몇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와서 핸드폰을 보니 축하한다는 메시지가 많이 와 있다. 이제는 또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또다시 고민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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