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can stop Rana & Mimi
어느 날 미미를 만났다. 나의 호기심과 경험에 대한 갈증을 해결해 준 My sister이자 Soul mate인 친구, Mirium Linzenburg. 처음 브런치 모임에서 그녀를 봤을 때 그녀의 왼쪽 손목 위에 있는 녹색 눈동자의 커다란 눈 타투에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는 딸의 눈이라고 했다. 뭔가 사연이 있는 듯한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주말에 시간 되면 등산이나 부산 같은 근교로 여행을 하자고. 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그렇게 처음 간 곳이 부산 스파랜드였다. 브런치 모임을 마친 다음날 그녀로부터 받은 “Let’s get naked”라는 문자와 함께, 처음 본 그다음 주에 바로 홀딱 벗고 만난 것이다. 보통의 외국인들은 공중목욕탕에서 완전 누드를 어색해한다(그들 문화에서는 보통 수영복을 입는다). 심지어 찜질방은 숨 막혀서 오래 있지 못하는데 미미는 뭐든지 적극적이다. 이런 그녀의 타문화에 대해 배우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에 지금까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K-드라마 보면 타월 가지고 양 머리 만들어서 쓰던데 너 그거 만들 수 있어?”
“그거 하고 싶어?”
나는 하얀 타월을 찜질방 바닥에 펴 놓고는 횡으로 세 번 접고 끝을 말아서 양머리를 만들어 그녀 머리에 씌웠다. 어깨를 으쓱이며 그녀만의 시그니처 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스파랜드의 다양한 찜질방을 다 돌고 마지막으로 절절 끓는 불가마가 남았다. 온도가 70도가 넘는다.
“너, 여기 들어갈 수 있어?”
“장난하나? 당연하지.”
익을 대로 익은 벌건 얼굴로 이까짓 것 즘 대수가 아니라는 듯이 성큼성큼 앞장서서 들어간다. 풋 대단한데 하며 나는 속으로 웃고는 그녀를 따라 들어갔는데 그 뜨거운 불가마 안에서 양머리를 한 채로 꽃꽂이 서 있는다.
“서 있으면 뜨거운 열기에 더 노출되어서 버티기 힘들어. 이렇게 나처럼 바닥에 누워. 그러면 좀 나을 거야” 했더니 이내 키를 낮추며 바닥에 눕는다. 그렇게 한 5분 버티는가 싶더니
“오후! 땀 나오는 것 좀 봐. 나는 여기까지다. 너는 좀 더 하다가 나와.”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가마를 탈출했다. 나도 깔깔거리며 그녀를 따라 나와 많이 힘들었을 텐데 잘 버티네. 너처럼 찜질 좋아하는 외국사람 처음이야 하며 운을 띄우니 어깨를 으슥이며 다음에 또 오자라고 한다.
찜질 후 스파, 전신 마사지까지 풀코스로 한국식 목욕문화를 즐긴 후 근처 퇴직한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일식집에서 저녁을 하였다. 작은 사케를 하나 시켜서 저녁과 같이 반주로 즐기면서 하루 부산투어를 마쳤다. 그리고 대구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하루 꼬박을 붙어있으면서도 아직 다 끝내지 못한 서로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지난 시간과 그녀의 지난 시절을 공유했다. 가족에 대한 것, 특히 아버지에 대한 원망으로 십 대 시절 방황했던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지금은 연락조차 끊어진 그녀 손목 위의 커다란 에메랄드빛 눈동자의 주인공인 그녀의 딸 얘기하며 어떻게 한국행을 선택했고 현재 적응해가고 있는 모습들, 앞으로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까지. 그러면서 서로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때부터였다. 미미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것만 만고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던 나는 미미의 응원에 힘입어 이것저것 시도해보기 시작했고 그녀를 통해 또 다른 사람들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그녀가 속한 그룹에 들어가게 되면서 그렇게 우리 ‘패밀리’가 완성되었다.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 사람을 사랑한 열정 넘치는 뉴요커 미미는 한국에 오랫동안 살기를 희망했다. 가능하다면 여기서 남자 친구도 구하고 결혼도 할 생각이었다. 캠프워커와의 근무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험프리에서 새로이 준비 중인 자리로 옮기려 했으나 뭐든지 바쁘게 돌아가는 우리와는 달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고 그러면서 새로이 준비되는 자리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만약을 대비해 신청했던 노스캐롤라이나 자리가 먼저 확정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5월에 이곳을 떠날 것이다.
“웅에게 말하는 것보다 너한테 이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 더 힘들다”
(웅은 그녀의 한국인 남자 친구인데 얼마 전 헤어졌고 그의 이야기는 나중에 다룰 것이다.)
그녀는 촉촉하고 깊은 눈빛으로 나에게 힘들게 말을 꺼냈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의 순간이 어느 날 우리 앞에 와 버렸다. 나에게 뭐든 할 수 있게 용기를 준 그녀의 부재가 벌써부터 겁이 난다. 나는 얼마나 홀로서기가 준비되어 있는 걸까. 아직 미완이라면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다. 미미랜드 이야기는 이별을 준비하는 우리의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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