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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folks~

라나&미미 그리고 우리 인터내셔널 패밀리가 지구를 돌아 대구에서 만나다

by Rana

먼저 미미를 만났다. 그리고 수지를 만났지.


어느 날 미미에게서 문자가 왔다.

"헤이, 친구. 별일 없지? 시간 괜찮으면 이번 주말에 Painting and Beer 클래스 같이 갈까?"

"응, 그러자. 그림 그리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 재밌겠다."

"그리고 내가 친구를 한 명 데리고 갈 거야. 소개해 줄게. 그때 보자"

"오키 도키"


그리고 약속한 주말이 왔다. 우리는 수업이 있는 장소에서 바로 만나기로 하고 나는 집에서 나왔다. 집과 클래스가 있는 장소가 서로 멀지 않아서 걸어가기로 했다. 걷는 동안 달구벌대로변에 있는 가게들 안을 기웃거리며 그러다 눈에 꽂이는 물건을 발견하면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휘리릭 살펴보고는 또다시 걸음을 걷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되었지 하고 시계를 보니 3시 시작인데 수업 시작 5분도 안 남았다. '에고, 미미가 친구도 데리고 온다고 했는데 이러다 늦어서 인사도 못하고 수업 들어가겠네' 싶어 걸음을 재촉했다.


아니나 다를까 수업에 몇 분 늦었다. 입구에서 명단 확인을 하고 캔버스, 아크릴 물감, 붓 등 그림 그리는데 필요한 물품과 오늘의 주제가 '맥주와 함께 그림 그리기'인 것과 같이 녹색 하이네켄 하나를 받고 교실 안으로 들어가는데 저 편에 미미가 앉아있다. 반가워서 손을 흔들어 보는데 "방금 오신 분, 이쪽에 자리 있네요." 하며 오늘 수업의 튜터가 하나 남은 자리를 가리킨다. 나는 조금 있다 보자는 신호를 눈짓과 손짓으로 하고는 다른 사람들 수업에 방해되지 않게 고개를 숙여 지정하는 자리로 갔다.


오늘 우리가 그릴 그림은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한 야자수가 있는 이국적인 밤 풍경이다. 우리가 카피할 그림이 앞에 놓여있고 튜더가 노을 그리는 방법부터 하나하나 가르쳐 준다. 그림을 그리며 좌우를 살펴보니 그림을 좀 그려본 사람이나 안 그려본 사람 상관없이 얼추 그림이 멋지게 나온다. 처음 노을과 석양이 반사된 붉은 회색 구름도 붓 잡은 사람 맘대로 다 제각각이지만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멋있다. 남은 맥주를 마시며 그림을 마무리하였다. 미미와 그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러고 나서 미미는 옆에 조용히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수지를 소개한다.


"만나서 반가워. 니 얘기 많이 들었어" 수지가 말한다.

"아, 그랬구나. 나도 반가워요."라고 말한 후 악수를 하고 포옹을 했다.

지켜보고 있던 미미는

"자, 그럼 우리 근처로 이동해서 계속 이야기할까? 라나, 근처 어디로 가면 좋을까?"

그들은 외국인이라서 지역에 식당이나 가 볼만한 곳이 어디가 있는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나는 대구에 그렇게 오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단골 식당도 없고 만만한 술집 등 이렇다 할 정보가 없다. 이 나이 되도록 다닌 곳이 왜 없겠냐만 서도 그런 곳들을 딱히 머릿속에 담아두는 편이 아니라서 건물 밖으로 나오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다행히 시장 근처라 가게가 몇 개 보인다. '역전 할머니 맥주? 맞아. 전에 회식하고 2차로 갔을 때 보니 파전도 맛있고 치킨도 있던데 막걸리하고 해서 먹어야겠다.' 생각이 들어

"저기, 어때?"


젊은이들과 시끄러운 음악으로 북적되는 그곳에 셋이 앉아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우리 패밀리 중 두 번째로 알게 된 수지는 가장 나이가 많았다. 미미 그리고 나중에 만난 코코와 제리가 나보다 다섯 살 위였는데 수지 남편 미첼이 그들보다 세 살 많고 그 두 살 위가 수지였다. 인도계 미국인인 수지는 모정이 굶주린 나에게는 엄마 같았다. 넉넉한 풍채도 그렇고 그냥 이유 없이 나를 쳐다보는 따뜻한 그녀의 시선도 따뜻했다. 그러다 '라나~'하고 날 부르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꼬옥 끌어안으며 '수지~'하고 말했다.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데는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서 그녀 옆이 따뜻해서 그래서 그녀 옆에 붙어 있었다.


우리 여섯은 어디든 함께였다. 어떻게 만났는지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묻는다. 우리는 대답 대신 서로를 쳐다보았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몰라. 그냥 이렇게 되었어."

"니들 다 어디서 왔는데?"

"나라고 제리는 필리핀, 수지는 인도, 미첼은 일본, 그리고 미미는 뉴욕에서 왔어. 라나는 한국사람이고. 우리 완전 인터내셔널 하지?"

특유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가진 코코가 까르르 넘어간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우리 패밀리는 함께 신나서 웃었다.


태어나고 자란 곳도 서로 다른 우리가 어떻게 대한민국에서, 이곳 대구에서 만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한 것 같다. 각자의 나라에서 태어나 미국을 거쳐 여기 한국으로 어떤 인연의 끈이 우리를 이렇게 이끌었을까. 나의 잃어버린 청춘을 보상이라도 해주듯 무료한 일상에 찾아와 준 나의 인터내셔널 한 친구들을 우리들의 아지트 미미네 집에서 매주 만나며 밤새 수다 떨고 음악과 게임을 함께하며 국내로 국외로 여행을 다닌 our folks. 지금까지 그랬듯이 앞으로도 우리의 어드벤처를 계속해 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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