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올 것 같이 않은 2021년을 돌아보며 새해를 맞는다
코로나로 숨 죽인 세상 속에서도 가장 바쁜 나의 2021년을 보낸 것 같다. 이처럼 많은 것을 하고 한꺼번에 여러 결과물을 갖는 해가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올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도 하면서 한 해 동안 내가 해 온 것을 돌이 겨 보면서 열심히 살아온 나를 조용히 다독거려 본다.
작가로 데뷔하다
그간 가슴에만 담아놨던 이야기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자꾸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 줄 한 줄 적기만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글쓰기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모임을 통해 아직은 낯선 글쓰기와 조금씩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나 글 쓰는 솜씨가 늘었던 것 같지는 않다. 성인이 되어 나만의 사고가 이미 고착되어 있어 자꾸 도돌이표를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하나, 생각하는 것을 밖으로 끄집어내서 글로 표현하는 방법은 배운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치유를 위해서 선택한 글쓰기라고 할지라도 평소 사무실에서 보고서를 쓸 때 누구에게 보고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작성하듯이, 어떤 말을 독자에게 하고 싶은 건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본격적인 글쓰기를 2020년 8월부터 시작하였다. 매주 1편씩 글을 적으며 수정을 하고 또다시 글을 적고를 반복하며 연말까지 1차 본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내 글에 관심을 보이는 출판사를 찾았다. 당시 나는 책을 많이 팔겠다는 생각보다는 책을 낸다는데 의미를 두었고 나의 내적 치유가 먼저였다. 그러나 출판사는 이윤이 먼저이다. 당연히 상업력 있는 큰 출판사보다 지역의 소자본의 독립출판사에게 마음이 갔고 그들도 여성 공무원 입장에서 바라본 공직사회와 아직 행정공무원의 입장에서 코로나에 대한 경험담을 책으로 낸 경우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하여 의미를 두고 출판을 결정했고 2021년 4월에 계약을 했다. 출판사와 계약을 하면서 다시 한번 출판사의 시각에서의 글 수정이 들어갔고 그렇게 다시 지루한 5개월이 흘러 10월에 책인 세상에 나왔고 그 책이 “공무원 라나 언니”이다. 이를 통해 강연도 하고 대나무 숲 택시라는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다. 6년째 친절택시로 선정된 김규환 택시기사님과도 친구가 되었고 다양한 흥미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책은 책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책을 통해서. 다음 캐리어로 이어 갈 수 있는 브리지를 만들어야 했다. 시행착오에 대한 얘기는 다음 기회에 풀도록 하겠다.
바디 프로필 챌린지에 도전하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직장에서 하는 말이 있다. 숨이 꼴딱 넘어가기 직전에 사무관을 달게 된다는. 운 좋게 편하게 5급 승진하는 케이스도 많지만 나는 항상 매 순간을 힘들게 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번 사무관으로 승진할 때도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모두가 퇴근한 새벽에 내일 오전 마감인 국 업무보고 등 주요 사업 추진 보고서를 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임경란이라는 이름을 걸고 하고 있다는 생각에 새벽까지 수정에 수정을 하다가 한 번은 뒷골 하단부가 다리에 쥐가 나듯이 순식간에 죄어 옮을 느꼈다. ‘어, 이건 뭐지, 누군가에게 알려야 하나’하고 생각했다가 곧 없어지겠지 하며 머리를 움켜쥐고 책상 위에 얻드려 있었는데 그 고통이 20여 분간 계속되면서 다가왔던 공포는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하다. 처음 첨단의료산업국이 생겼을 때는 많은 인재들이 전보를 신청하고 들어왔으나 국 조직이 정식 조직이 아닌 매 2년 단위로 행정안전부에 조직유지를 승인받아야 하는 불안정한 상태에 머물자 좋은 인력들은 다 떠나가던 시기에 내가 이 국으로 전보를 온 것이었다. 소위 위로는 일이 안 되는 선임들을 두고 아래로는 다른 조직에서 선택을 못 받은 사람들을 선택해서 받다 보니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근무평정은 고참을 먼저 주고 나는 그다음 순위를 받으면서 현안이 생기는 자리를 옮겨 다니며 일을 했었다. 그러다 보니 국 안의. 많은 일들을 내가 하고 있었고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여자 국 주무가 되었다. 2015년 하반기부터 IoT 기반의 여러 파괴적 기술들이 등장하면서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드디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당시 미래산업추진국으로 명칭이 바뀐 우리 조직에 수많은 일들이 쏟아졌고 시정의 중심이 미래산업추진국으로 옮겨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일에 파묻혀 개인의 건강이나 사생활은 전혀 못 챙긴 채 3년이 지났고 2018년에 승진하고 주무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고 나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건강을 돌보는 거였다.
2019년부터 집 앞의 헬스장을 일주일에 한두 번씩 다녔다. 골프도 시작했고 대구 재즈 싱어즈라는 합창단도 시작하는 등 나의 모든 직장 외 일들을 이때 즈음에 시작하였다. 그런데 대충대충 하니 성과가 없고 성취감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2021년 2월 지젤 피트니스에서 바디 프로필 챌린지 행사를 하는 것을 보았고 집에서 상당거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을 했고 6월 25일에 바디 프로필을 찍을 때까지 일주일에 최소 4번, 5번 이상을 다니면서 몸을 만들었다. 다행히 체형과 근육량에서 타고난 부분이 있어 남들보다 조금은 수월하게 몸을 만든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정에 돌이 금이 가듯 어느 정도 노력이 쌓이면서 몸의 변화를 육안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 속의 근육의 움직임과 도드라지기 시작하는 힘줄들을 보면서 고통을 즐기게 되었고 짜릿했다. 처음에는 두렵던 레깅스에 브라탑이 이제는 남의 눈을 덜 의식하며 입을 수 있고 운동할 수 있다. 내 인스타에는 운동하는 내 모습들로 하나둘씩 채워지고 있다. 내년에는 시합에도 도전하려고 한다.
대구시 최초이자 전국 최초인 통상분야 국비사업 정부예산에 반영하다
지자체는 열악한 재정상태로 인해 해마다 다음 연도 국비사업을 정부예산에 반영하기 위해 지자체마다 경쟁이 치열하다. 매년 1월에서 3월 사이 신규 국비사업 발굴을 위한 연초 회의가 다양하게 진행이 되고 국비사업 추진 대상으로 선정이 되면 해당 부처를 찾아가 정부예산에 반영하는 작업이 상반기 내내 진행된다. 지금은 혁신성장국으로 다시 이름이 바꾼 과거 내가 일했던 미래산업추진국은 요즘 핫한 미래형 자동차, 스마트헬스, 3D 프린팅, 수소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비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 일자리투자국에 속한 국제통상과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국비사업을 해 본 적도 없고 신규 국비사업 제안을 해볼 생각도 안 했던 부서였다. 그러나 국비사업에 대한 국별 경쟁으로 인해 무엇이든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제협력, 국제교류, 통상지원, 마이스산업팀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제통상과에서 국비사업을 만들 수 있는 데는 통상팀밖에 없었다. 그래서 주로 코트라, 중진공과 같이 수출지원기관과 일을 하는 부처에 건의하여 현재 지자체 대상 통상분야 시범사업을 반영해놓았고 내년에 공모를 거쳐. 추진하게 될 것이다.
석사학위를 마친 지. 9년 만에 물류학 박사학위 도전, 2학기 수료하다
나이 40에 미국 로드아일랜드 Johnson & Wales에서 MBA를 마쳤다. 그리고 귀국하여 수년이 지난 2021년 다시 박사학위에 도전을 했다. 계기는 이러하다. 2020년 통상업무를 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해양운송에 있어 컨테이너 부족과 선복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들을 보면서 물류 쪽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무역협회와 관세청 등을 통해 내용을 듣고는 있지만 뭔가 좀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물류분야 보고서와 정부 보도자료를 보니 해당 분야가 5G 관련 기술이 총 집약되어 급속도로 스마트화 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와 함께 현재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같이 추진 중에 있는 2028년 완공 목표로 하고 있는 통합 신공항이 물류중심의 공항 경제권을 구축하겠다고. 하니 더 흥미가 생겼다. 뭔가 제대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가지고 있어 풀타입으로 LAB 실 근무는 어려운 상황이라 Part Time으로 공부할 수 있는 대학으로 정하고 현재 공부 중이다. 처음 입학 신청을 할 때 우여곡절이 있었다. 시의 통상팀장이 대학 박사과정에 신청했다고 하니 어느 교수도 받고 싶지 않다고 한 것이다. 뜨거운 감자처럼 여기저기 토스하다가 결국은 내가 전공을 물류로 정한 것을 알고는 그 분야를 담당하는 교수 중 가장 젊은 분이 등 떠밀려서 나의 지도교수가 되었다. 지금도 주변의 눈치를 많이 받고 있다. 박사학위 따려고 편하게 공부하는 사람으로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충 하는 것은 싫은데 그리고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데 코로나로 비대면 수업을 하던 2학기까지는 괜찮았는데 본격 대면 수업을 예고하고 있는 3학기부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싶다. 휴직을 해야 하나까지 고민 중이다. 이제 2년 정도만. 참으면 직장 내에서 승진도 가능한 상황이라 고민에 고민 중이다.
딩동 딩동 울려 퍼지는 대구 재즈 싱어즈의 크리스마스 작은 음악회
대구 재즈 싱어즈는 대한민국 유일의 재즈 합창단으로 지방 도시 대구에 있다. 사랑따라 이역만리 대국인 대한민국, 그것도 대구에 정착한 인터쿨투르 예술감독이지 세계합창위원회 멤버이면서 대구 범어대성당 지휘자이기도 한 재즈 피아니스트 요한 루즈의 지도 아래 기존 클래식 방식의 발성이 아닌 유연하고 다양한 보컬 테크닉을 통해서 가요부터 팝송까지 다양한 곳을 재즈로 연습하고 공연하는 모임이다. 인터쿨트르 재단은 세계합창올림픽인 세계합창대회 주관사로 독일에 있다. 세계합창대회는 2년마다 개최되는데 60~90개국, 2만여 명이 56개 부문에 참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합창대회이다. 2000년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첫 대회가 열린 뒤 2018년까지 총 10회 개최되었으며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일 년 연기되어 2021년 벨기에 플랜더스에서 열렸다. 2022년 제12회 개최지는 강릉으로 70개국 2만 5천여 명이 강릉으로 찾을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재단의 4명의 음악감독 중 하나인 요한 루즈가 우리의 스승님이라니, 참으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매년 2회 정기 공연을 했었는데 코로나로 2년째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앞산 밑 작은 카페에서 소수인원만 초청해서 크리스마스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Blue skies, Walkin down the street 등 5개의 재즈곡으로 1부를 열었고 이어지는 2부는 Mary did you know, Winter wonderland, Jingle bell 등 5개의 캐럴을 부르며 마무리를 했다. 매 곡을 시작하기 전 그 곡의 배경에 대한 설명과 관객들과의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작은 음악회를 마치며 우리 단원들의 얼굴은 모두 행복에 빛이 났다. 전에 부지휘자인 영우가 “와, 너무 좋다! 우리 늙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같이 노래하자”라고 했는데 대구 재즈 싱어즈가 대구 재즈 시니어 싱어즈가 될 때까지 행복한 노래 같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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