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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a Jan 03. 2022

여성공무원으로 살아남기

여성 간부 비율이 29%에 달하기까지

2021년 12월 31일 인사기준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중이 전체 29% 차지

해가 바뀌었으니 지난해가 되었다. 2021년 12월 31일 자 대구시 4급 이상 승진 및 인사명령 내용을 보면 여성 승진자가 대거 발생하면서 전체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중을 29%까지 끌어올리게 되었다. 상당히 고무적이다. 작가가 공무원을 시작했던 90년도만 해도 전체 100명 모집에 여성할당은 3명 정도로 구색 맞추기 수준이었는데 30년이 지나니 그 당시 이후 공직에 들어온 여성공무원들의 경력이 쌓이면서 점차 중간간부로 승진하였고 이번 인사와 같이 4급 이상 간부 자리에도 대거 여성들이 진출하는 시기가 드디어 도래하였다. 앞으로 공직에서도 우먼파워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과거 여성이 소수라는 이유로 1996년도부터 실시된 여성 채용목표제가 2003년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전환되고 2021년 양성평등 기본법이 제정되기까지 여러 과정과 오랜 시간을 통해 제도적 기반을 계속해서 마련해 가고 있고 젠더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수치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여자는 사무실의 꽃으로, 남자는 행정의 일꾼으로

과거 공채에서 남녀 구분이 없어졌던 1990년부터 대학을 갓 졸업한 여성들이 공직사회에 대거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성을 위한 변변한 일자리가 없던 시절에 공직은 여성들에게 성별 간 차별이 적은 그리고 사회에서 조금은 존중받을 수 있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해서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당시는 여자가 공채로 공직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병역 가산점을 보유한 남성들과의 경쟁은 당연하고 여성에게 할당된 극소수 인원 내에 들기 위해서 여성 간의 순위 경쟁도 이겨내야 했다. 그러나 공직에 들어옴과 동시에 여자라면 으래이 민원 업무에서부터 경력을 시작해야 했다. 여자는 남자보다 친절하고 말도 잘하고 또 예쁘니까 창구의 꽃이 되어 민원인을 맞이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을 벌어오고 집안일은 어머니가 도맡아서 해야 했듯이 남자들은 관변단체 관리, 민방위, 건설, 환경 등 각종 사업을 하면서 실력을 쌓으며 안팎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안 여자는 아버지가 부엌에 들어오지 않듯이 민원창구를 맡아 사무실의 꽃으로 오랫동안 근무하였다. 그렇게 여성과 남성 직원 간의 실력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더 많은 여성들이 공직에 진입하면서 여성은 내근 분야에서 외근 분야로, 지원부서에서 사업 부서로 다양하게 진출하고 있다. 늘어난 여성 공직자 수는 여성 간부 비율 향상을 견인하고 여성 복지도 느린 걸음으로 개선되고 있다. 일례로 내가 두 아이를 출산했던 1998년과 2001년에는 출산 전후 휴가 60일도 눈치 보며 사용하고 육아휴직은 대직을 해야 하는 동료한테 미안해서 생각도 못하던 시절이었는데 지금은 7세 미만의 자녀를 둔 공무원은 남편이든 아내든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


여성공무원의 비중이 계속 늘어 2016년 말 전체 공무원의 34.9퍼센트를 차지하며 지난 20년간 두 배로 증가하였다. 시도별로는 부산이 38.9퍼센트로 가장 높은 여성공무원 비율을 보였고 다음으로 서울 37.9퍼센트, 경기도 37.2퍼센트를 보이면서 17개 시도에서 모두 30퍼센트를 넘어섰다. 그중 5급 이상의 여성관리자 비중은 12.6퍼센트, 4급 이상 관리자는 7.8퍼센트로 1995년 기준 각각 4배와 6.5배가 증가하였다. 여성 간부직 목표제 도입 초반에 나타났던 업무 능력과 관련한 문제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똑똑한 여성 한 명이 보통 남성 두 명 몫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대한민국 115위, 르완다 6위?

젠더 평등에 대한 글로벌 보고서는 여전히 여성에 대한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세계경제포럼( WEF)의 ‘2018 글로벌 리포터 성별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양성평등을 이루는 데 108년, 직장 내 성 격차 해소에는 202년이 걸린다고 하였다. 경제 참여 기회, 교육 성과, 보건, 정치 권한 등 4개 부분을 성별 격차 지수로 하여 발표한 국가별 순위를 보면 한국은 전체 149개국 중 115위를 차지하며 103위를 차지한 중국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경제 참여 기회 부분에서는 124위를 기록하여 더욱 낮은 젠더 평등 지수를 나타내었는데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국가를 살펴보니 6위에 1994년 ‘종족 말살’ 제노사이드를 겪은 르완다가 올라와 있다. 이외였다. 궁금증에 자료를 찾아보니 종족 대학살 이후 르완다 정부와 사회는 남성 인력 부족으로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적극 지원하고 제도화하면서 높은 양성평등 지수를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2003년 국회의원과 장관, 각 부처와 관련 기관 공무원의 30퍼센트를 여성에게 의무 할당하는 헌법의 제정 이후 여성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하여 2018년 기준 하원의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61.3퍼센트로 전 세계 1위였다. 그 외 각료의 42퍼센트, 상원의원의 32 퍼센트, 판사의 50퍼센트와 시도의원의 43.5퍼센트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니 나의 지식은 양으로도 보잘것없지만 지역적으로도 몇몇 국가에만 편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성은 더 이상 사무실의 꽃이 아니다.

그들은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어 하며 이에 대한 이견은 없다. 그러나 여성이 리더가 되기 위해서 능력을 넘어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네트워크이다. 누가 더 넓고 견고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지가 직장 내 성공의 우선 조건이다. 내외부로 조력자를 구축하고 스스로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폭넓게 유능한 후배 여성 리더를 양성해야 조직 내 성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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