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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a May 23. 2022

우정반지 너, 거기 있었니

우정에 대한 개인적 성찰


우정반지 , 거기 있었니?”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십 수년 된 오랜 친구 모임 욜로의 우정반지가 어느 날 사무실 책상 밑 A4 박스 위에 놓인 목안마기 위에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참 아이러니다. 인생이라는 것은 한순간도 나에게 안주하거나 혹은 자만심에 빠질 시간을 주지 않는다.

 

잠시라도 안 보고는 죽고 못살던 욜로 친구들 중 한 명과 어느 날 사소한 걸로 언쟁이 있은 이후 유효기간이 다 된 식품처럼 여태 소원하게 지내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그 친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기에 먼저 연락하지 않았고 그 친구도 어쩜 비슷한 이유로 나한테 연락을 하지 않은 거겠지. 소원한 시간이 길어지니 어느 순간 맘을 내려놓게 되었다. 포기하는 것이 더 맘 편했던 것 같다.

 

나로 인해 그 모임이 불편해지는 것도 싫었다. 그래서 어느 날 그중 한 명을 불러 내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말하는 동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랑한 만큼 더 아팠다. 상대도 내 맘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 모임은 깨어졌다.

 

“인생 뭐, 있어. 맛있는 거 먹고 맘 맞는 친구들하고 이렇게 수다 떨고, 함께 여행하면 행복한 거지, 안 그래? We only live once~”

“We only live once? 야, 그거 좋네. 그거 우리 모임 이름으로 딱인데?”

“그럼 YOLO로 지으면 되겠네. You only live once”

 

우리 네 명은 모두 영어를 좋아하는 그중 두 명은 영어로 먹고사는 프로젝트 매니저였다. 보수적인 공직사회에서 만난 우리들은 답답한 조직문화 속에서의 서로에게 탈출구가 되었고 우리끼리 있을 때는 “~척,” 가식을 떨 필요가 없었다. 나는 그들을 통해 다시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즐거웠다.

 

나는 개성이 강하다. 튀는 외모, 군중 속에서도 우뚝 솟은 신장, 남다른 생각과 말투, 항상 왜? 라는 생각을 담고 있는 눈빛까지 절대 평균이 될 수 없게 태어났다. 조직은 나긋나긋한 여자 같은 여직원을 원하지만 나는 절대 그렇게 살 수 없는 여자이다.

 

근무할 때는 점잖게 옷을 입으려 하지만 그래도 개성을 감출 수는 없다. 우리 조직에서 개성이 강하다는 것은 다루기 힘든 직원으로 받아들여진다. 어느덧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고 조직 안에서 내가 숨 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욜로 외에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불편함을 느끼게 되었다. 서로 간의 작은 차이가 오랜 시간이 흐르니 큰 차이가 되었다. 그들은 머무르고 나는 나아가기 때문이다.

 

책을 쓸 때도 그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만약 말했다면 ‘그래 한번 도전해봐’ 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보다 ‘네가? 책을 낸다고? 팔리기나 하겠어?’ 식의 괜한 수고를 한다는 말을 나를 위하는 것처럼 말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의지를 약하게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바디 프로필 찍은 거 어떻게 되었어? 한번 보자”

 

어느 날 점심을 한 후 사무실 근처 카페에 커피를 하러 들어가다가 만나 욜로 친구가 나를 보더니 하는 말이다.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은 나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내 후면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때였다.

 

“와~ 완전 포르노 배우 같잖아”

“뭐, 포르노 배우?”

강하게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했다.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말을 욜로 친구한테 듣다니.

 

이미 우리는 멀어져 있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독립적 자아가 되어야 한다. 사람에게 의존한 행복은 언제든지 무너진다. 홀로 선다는 것은 외롭다 라는 의존적인 것이 아닌 주체적인 고독하다는 거다. 고독한 나는 스스로 움직인다. 내 의지를 가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요즘은 비우기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비우는 것은 소유하고 있던 것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다시 채우기 위함이라는 것을. 지금 나의 세계는 확장 중이다.

 

혼자가 되어야만 우주가 다시 내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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