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도록 인생 살고 싶지 않다. 가볍게 날아야지
승진과 조직개편 발표와 함께 인사이동이 있었다. 승진하기 위해서는 과 주무팀장 자리로 가야 한다고 한다. 우리 국에도 주무팀장 자리가 하나 났다. 그리고 국 근평순서에서 내 밑에 있는 사람이 갔다. 일전에 우리 과장과 이야기하면서 농산유통과 주무팀장 자리로 가는 게 나한테는 별 메리트가 없는 듯하다고 이미 얘기가 된 바가 있으나 씁쓸하다. 이럴 때마다 하는 말이 ‘이제 그만두어야 할 것 같다’이다. 그래서 최근 4~5년간 조직 밖의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고 배우면서 지금까지 왔다.
씁쓸한 마음에 국 주무와 차 한잔을 했다. 그녀는 이번에 국에서 1번을 받아서 다음 인사에서는 승진 예측되는 동료이다. 당초 계획했던 7월 1일 자 과 내에 신생 팀 조직 추가가 어렵게 되면서 기존 팀을 개편하게 된 이야기, 임기제로 앉아 있던 팀장은 계약 연장이 안되어 7월 말까지만 하고 그만두어야 하는 이야기 등을 하다가 내 이야기로 넘어갔다. 현재 나는 전에 근무하던 일자리국이 없어지고 경제국에 합치면서 경제국에 있던 사무관 동기 밑으로 근무평정을 받고 있는 터였다. 그리고 나보다 승진이 뒤인 국내 다른 과 주무팀장에게도 근무평정에서 계속 공격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저런 넋두리를 하고 동료는 들어주고 하다가 문득 묻는다.
“팀장님은 왜 공무원을 하세요?” 이어서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은 공무원 하면서 조용히 살면 되는데 팀장님은 멋있잖아요” 그런다.
이런 얘기는 자주 들어서 이제는 놀라지 않지만 여전히 당황스럽다.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난 이런 말 들을 때마다 내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떠있는 느낌이 들어요. 외부에서는 내가 회사 대표나 전문직 같아 보이는데 공무원이라고 하면 실망한 듯한 반응을 보이고 내부에서는 ‘왜 저 사람은 저 인물에, 저 능력에 공무원을 하지?’ 하고 나를 바라보는 것 같거든” 하고 대답하니 지긋이 나를 쳐다본다.
무슨 의미일까?
그 사람이 내 편이라고 생각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나와 친하고자 액션을 취한 적이 없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정적이던지 긍정적이던지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나는 호기심의 대상이라는 것은 안다. 그런 관찰의 대상이 되는 입장에서는 직장이던 직장밖이던 관계없이 받게되는 관심은 종종 피곤함으로 다가온다.
드물게 나를 안타깝게 여기고 자기 기준에서 여러 조언을 주는 사람도 있다. 어제는 그렇게 전에 같이 근무하던 국장, 이번에 구청에 국장으로 내려간다는 시청 과장과 저녁을 했다. 소맥을 말고 마시면서 고참 많은 경제국 말고 교통국 어떠냐고 한다. 교통국은 18년 전 구청에서 시로 전입하면서 근무했던 첫 부서이다. 1번은 국 주무한테 내주고 2번 받을 수 있다면 할만하다는 거지. 그래 노 라고 말하면 그냥 있으면 되니까 하고 충고를 한다. 대답은 안 하고 건배를 외쳤다. 짠.
조심히 들어가세요 하고 돌아서서는 술에 취해 기분이 좋아서 노래를 흥얼거렸다. 몸을 흔들거리면서 집으로 향하는데 ‘엄마, 길거리에서 흔들거리며 걷지 마. 남들이 쳐다보잖아’ 라던 둘째 녀석이 떠오른다. 이 나이에 남 눈치 보면서 살 필요 뭐가 있어하며 달구벌대로를 건너 우리 아파트 지역으로 들어가는데 옆에서 걷던 단발머리 여자분이
“어머, 안녕하세요? 잘 계셨어요?” 한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누군지 모르겠다. 실례하면 안 되니까 기억해내려 했으나 되지 않아 마스크를 내리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니
"라나~" 하며 마스크를 내리고는 웃는다.
"아니 이게 누구야. 제니퍼(같이 영어공부할 때 불렀던 닉네임이다) 아냐~" 너무 반가워 꼭 안아 버렸다.
”라나는 여전하네요. 여전히 자기 관리 잘해서 날씬하고 더 예뻐진 거 같아요 “
“그래? 나 작년에 보디빌딩 대회도 나갔잖아. 그러면서 지금은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야”
“여전히 열정적으로 인생을 최선을 다해 사시네요. 너무 보기 좋아요” 라고 한다.
“나? 나도 항상 열심히 사는 것은 아니야.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죽도록 열심히 했던 것은 몇 개 안 되는 것 같아”
“그래요? “
제니퍼가 눈이 동그레 져서 나를 쳐다본다.
“응”
“나는 아버지가 내가 고3 때 재혼했을 때 재정지원이 끊긴 부모님으로부터 살아 남을려고, 그리고 정상적으로 평범하게 살기 위해 죽을 듯이 노력했던 것 같아. 그리고 오십이 되어 책을 내면서, 나, 재작년에 책을 출간했거든, 정말 글을 보면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아. 그리고 작년에 보디빌딩 대회를 출전했거든. 그때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 이상, 최소 두 시간 반이상 운동하면서 정말 죽을 듯이 연습을 했던 것 같아.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고 지금은 가볍게 살기 위해 노력 중이야~“
듣고 있던 제니퍼가 말없이 쳐다본다. 열심히 인생을 산 선배에게 보내는 무언의 수고했다는 뜻이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도닥인다.
그래 나, 정말 수고 많았지. 그리고 이제 너무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한다. 순간에 집중하고 소중하게 살면서 두 번째 인생을 위한 새로운 관계를 엮어 나가려 한다. 새로운 나는 나만의 의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가 나를 바꾼다. 좋은 관계 맺음을 통해 주변을 긍정적 에너지로 채우고 세상을 공부하며 내가 진정으로 즐기고 봉사할 가치를 찾겠다. 사실 얼마 전에 찾은 듯하다. 여성이 신나는 세상 만들기이다. 이제는 어떤 방법으로 공헌할까를 고민 중이다. 내가 찾은 가치를 위해 일하며 남은 인생 행복하게 경영하고자 한다. 나 만이 아닌 우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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