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참 어렵네요.

처음은 언제나 쉽지 않다.

by 랑세

날씨는 약간 흐렸다. 해가 내리쬐지 않으니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다.

영종도로 이사 온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다. 매일의 일과가 된 해변 산책길을 걷다 보면, 공원 한쪽에 조성된 맨발 걷기 길이 눈에 들어온다. 공원 내부를 빙 둘러 길이 나 있고, 세족장과 신발 보관대도 마련되어 있다. 중간중간에는 벤치와 평상, 커다란 파라솔도 설치돼 있어 한껏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사를 한 건 겨울의 끝자락. 맨발 걷기는 감히 시도할 수 없었다. 4월에 개장할 예정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정작 4월이 되어도 봄은 쉽게 오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우박, 기온 급강하, 장대비까지. 이상기후 탓에 해변 산책만 하며 곁눈질로 걷기 길을 바라보는 날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큰맘 먹고 체험에 나섰다.

벤치에 앉아 들고 온 커피를 홀짝이며 걷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맨발로 걷고 있었다. 나는 그저 멍하니 앉아 있었지만, '맨발 걷기 열풍'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효능도 꽤 많다고 한다. 소화 기능 개선, 두통 해소, 피로 해소, 기억력 향상, 혈액순환 개선 등등. 물론 어떤 전문가는 과장된 효과에 비해 위험만 크다고도 말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걷고 있었다.


이곳 맨발 걷기 길은 420m에 이르고, 오색 자갈이 깔린 지압 구간과 휴게 데크, 벤치와 평상 등 편의시설도 제법 잘 갖춰져 있다. 그 자체로도 휴식 공간이 되는 셈이다.


커피를 다 마신 후,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었다.

그리고 첫발을 디뎠다. 이게 웬일인가. 황톳길인 줄 알았던 길 위에는 생각보다 단단한 모래자갈이 깔려 있었다. 발바닥에 느껴지는 날카로운 감각에 나도 모르게 ‘아야!’ 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내는 나보다 한걸음 먼저 나섰다가 몇 발짝 만에 되돌아왔다. “너무 아파.” 그래도 용기를 내어 몇 번은 왔다 갔다 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옆으로 비켜서 조금씩 움직여 보았지만, 좀처럼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한참을 그 자리에서 서성이다가 결국 길을 벗어났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성큼성큼 걷는다. 천천히 걷다 비틀거리며 쉬는 이도 있었고, 아이들은 거의 뛰어가는 수준으로 신나게 달렸다. 대단했다. 건강의 척도일까?

왜 나는 이렇게 통증이 심할까. 나만 유난인 걸까. 결국 포기하고 세족장으로 향했다.


수돗물은 아직 차가웠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발바닥에 닿는 물살은 시원했다. 신발을 신자마자 ‘세상에나, 이렇게 편할 수가!’ 싶었다. 신발의 고마움을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처음이라는 건 원래 그런 것이다. 낯설고 어색하고, 때로는 아프다.

몸이 적응하지 못한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쉽게 포기한 걸까.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자주 시도해 보자. 발바닥도 마음도 단련이 필요하다. 익숙해지기 위해, 다시 걷기 위해.


맨발로 딛는 땅은 조금 아팠지만, 그만큼 생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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