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클참여기 1. 어쩌다 보니 ESG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지만 그 중에서도 전세계적으로 희귀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숙련된 설비 엔지니어들이다.
설비 엔지니어는 설비의 제어와 진단에 대한 domain knowledge를 바탕으로 설비의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를 뜻한다.
특히 5종 이상의 다양한 설비 진단/제어를 할 수 있는 설비 엔지니어는 전세계 200명 미만으로 한국, 인도, 스페인 출신이 전체의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희소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양성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양성이 어려운 이유는 다음과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충족되야지만 해당 인력으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전세계 주요 설비회사는 독일, 미국, 스위스, 일본 등 선진국으로 기본 인건비가 높고, 생산의 세계화로 인해 자국보다 해외 생산시설 비중이 높다.
그러나 보니 해외 생산시설 출장으로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되고, 낮은 인건비 + 출장비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본국 외 지역의 엔지니어 중심으로 운용하게 되었고, 이는 본사가 아닌 판매법인 지역의 다양한 이기종 설비 진단/제어가 가능한 엔지니어가 만들어진 배경이 되었다.
2) 이렇다고 해서 모든 설비회사의 해외 판매법인에서 해당 인력을 육성할 수 없다.
그 이유는 해당국이나 인접국가가 다양한 설비를 사용하는 제조업 국가여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인도, 한국, 베트남-인도네시아, 스페인 등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 stuck in the middle에 갇혀 있는 전세계 5-7개 내외 나라에 국한된다.
3) 여기에 국민성이랄까, 응대하는 공정/생산관리 엔지니어들의 까다로움이랄까 그런 무형의 것들로 인해 고이고 고여야 하는 숙련도의 영역이 가미되어야 한다.
4) 그런데 신규 인력의 경우에는 최근에 로보틱스 중심의 제어/진단 인력 양성과 채용이 주로 이루어지다 보니 이 부분에 진입 자체가 적고, 로보틱스에 비해 다양한 이기종 설비와 산업으로 인한 높은 복잡도로 들어왔던 인력도 초기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 현장 업무가 많아 워라밸(?)이라는 것은 가지고 가기 어렵기도 하다.
5) 거기에 대부분 설비가 왜 다운타임(작동을 멈추거나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상태)를 일으켰는지 보다는 다시 빠르게 설비를 작동하게 만들어 일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보니 애당초 신입으로 돌아갈수도 없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유럽의 설비시설은 주로 스페인 엔지니어, 인도를 비롯한 주변지역은 주로 인도 엔지니어가 그리고 한중일을 비롯한 주변지역은 주로 한국 엔지니어가 담당하게 되었고.
이게 20-30년 간 고착화되면서 소규모 인력에게 기대는 사업구조가 되었다.
문제는 이들이 점차 고령화되어가고 있으며 그에 비해 현장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한 해당 국가의 성장에 따라 인건비는 상승되고 있지만 비슷한 요건인 중국,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서 10-20년 내 설비엔지니어 양성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코로나19로 오프쇼어링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는 새로운 제조업 중심의 middle급 개발도상국을 만드는데 방해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는 급성장기의 한국, 스페인, 인도 같은 구조에서 해당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을 더이상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글로벌 설비제조분야에서 과점을 하고 있는 독일에서 먼저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디지털트윈을 제조산업 혁장에 적용하는 시도를 계속하는 주요 이유로 판단된다.
다들 한국에 선진국에 맞는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한국은 선진국의 제조업 오프쇼어링 마지막 수혜를 받은 나라로 해당 인력풀을 통해 이미 기존 선진국들과 다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