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OTT 시대 ?

by 랜덤초이

어느 면에서 보더라도 2022년 지금은 OTT(Over The Top) 서비스의 전성시대(全盛時代)라고 할 만하다.


우리에게 OTT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만들어준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 공식 진출한 건 2016년이었다.

이후 6년 여가 지나는 동안에 애플TV(’21.11)와 Disney+(’21.11)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때는 KBS, MBC, SBS 같은 공중파 방송사의 드라마에 열광했던 사람들은 OTT의 오리지널 시리즈물에 열광하고 '오징어 게임' 같은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글로벌 OTT를 통해 세계적인 호평을 받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진출하기 이전까지 우리나라의 동영상 유통 플랫폼은 웹하드 류의 불법적인 다운로드 서비스와 통신사가 제공하는 IPTV의 모바일 버전 정도에 불과했다.

불법적인 영상물 유통 채널을 제외하고 생각한다면 오직 통신사 정도만이 그들의 가입자 기반을 이용해 동영상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시장에 존재하던 tving과 pooq의 경우에도 당시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던 것이 N스크린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모바일 환경에서 동영상을 감상하려면 엄청난 데이터 용량을 필요로 했고 그런 부분을 고려해서 요금제를 구성할 수 있는 통신사 말고는 합리적인 동영상 소비 수단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금제와 결합한 동영상 소비 성향을 증명하는 게 통신 3사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가 각각 자기 통신 회선 가입자에게만 영향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SK의 호핀 / Btv mobile, KT의 olleh tv mobile, LG의 U+비디오포탈의 각 서비스 이용자는 대부분이 해당 통신사의 모바일 가입자였다.


하지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도입되고 대용량의 데이터 이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동영상 서비스에서 통신사 서비스 플랫폼의 경쟁력이 계속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결국 넷플릭스 같은 일반 OTT로도 모바일 환경에서 동영상을 감상하는 게 더 이상 부담스러운 상황이 아니게 되었고 통신사들 만의 강점은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 되자 통신사 역시 자신의 통신 가입자를 수성하기보다 OTT로서 경쟁하고 성장할 것을 꿈꾸게 되었다. SKT가 oksusu로 기존의 서비스를 통합한 OTT를 출시('16.2)하고 KT가 seezn을 출시('19.11) 한 것은 점차 영향력이 약화되어 가는 동영상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자기 통신 가입자라는 시장을 넘어서기 위한 시도라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노력으로도 한계가 있는 것이 OTT 사업자에게 가장 큰 운영 부담이 되는 콘텐츠 소싱 비용이 그것이다. 다른 경쟁 OTT 사업자들이 자신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상당 부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통신사의 경우 콘텐츠를 새로 만들기 시작해도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추기에는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던 것이다.


그런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인지 국내 OTT 플랫폼 간 합종연횡은 콘텐츠 사이드와 플랫폼 사이드의 태생을 가진 업체가 손을 맞잡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SK의 oksusu는 지상파 연합의 pooq과 합쳐져 wavve 서비스로 변신(19년)했고 KT seezn은 CJ tving과 22년 12월 합병을 앞두고 있다.




뉴미디어인 OTT 서비스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는 동안

전통적인 제도권 동영상 유통 플랫폼인 케이블TV는 이미 사양산업으로 취급되고 있다. 게다가 케이블TV의 몰락을 압박했던 IPTV 역시 같은 올드미디어로 취급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번은 회사 일로 미디어 시장의 전문가들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중 한 전문가 분이 흥미로운 식견을 전해준 적이 있었는데 OTT - 케이블TV - IPTV 의 경쟁구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단순화 해 설명해준 것이었다.


그의 논리는 아주 명쾌했다.

'미디어 유통 플랫폼'의 사업적 본질을 생각해보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장 큰 비용 구성 항목은 '콘텐츠 소싱 비용'과 '콘텐츠 전송 비용'이다.


그런데 OTT는 구조적으로 콘텐츠 전송 비용이 들지 않는다. 그들이 직접 유무선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으니 말이다. 통신사의 IPTV는 네트워크를 구축하지만 인터넷 요금을 통해 그 비용 부담을 고객에게서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케이블TV 회사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운영하기 위해 투자가 필요함에도 TV요금만 청구하는 구조를 갖고 있어서 경쟁 플랫폼에 비해 상대적인 열위에 설 수밖에 없단 얘기였다.


그 전문가분의 예상대로 케이블TV가 가진 미디어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은 쇠락하고 있다.

IPTV 역시 구매건 별로 청구되는 VOD 유통 방식의 매출이 급감하며 어려움을 겪는단 얘기가 들린다.


하지만 올드 미디어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뉴미디어인 OTT의 미래가 마냥 장밋빛인 것도 아니다.

최근 OTT서비스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OTT의 미래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OTT서비스들 간의 경쟁은 그들이 가진 오리지널 콘텐츠를 이용한 배타적 콘텐츠 마케팅으로 진행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사실 시청자 입장에선 달가울 리가 없다.


tvN 채널의 '지구오락실'을 보려고 tving을 구독하고, MBC '놀면 뭐하니'를 보려고 'wavve'를 구독하고, '기묘한 이야기'를 보기 위해 '넷플릭스'를, '파친코'를 보려면 '애플TV'를, '어벤져스'를 보려고 '디즈니+'를 구독하려면 벌써 이용요금이 얼마나 되겠는가?


게다가 계정을 공유하거나 회원 가입-탈퇴를 번갈아 하는 식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가 증가하면 개별 OTT 플랫폼은 지속적으로 정상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


OTT와 통신사 간의 관계에서 망이용 비용 부담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것도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국내에 직접 OTT 서비스 진출을 추진하던 파라마운트와 HBO도 국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OTT 서비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출 전략을 전환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격해지는 경쟁으로 수익성이 낮아지자 넷플릭스가 수익 방어를 위해 서비스에 광고를 도입하기로 했다고도 전해진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결국 미디어 콘텐츠를 가진 자와 유통하는 플랫폼을 가진 자 그리고, 그 두가지 영역에 걸쳐있는 자까지의 생존을 건 복잡한 경쟁이 격화될 것을 예고하는 것 같다.


서로 배타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플랫폼의 특성과 더 많은 대중에게 수용되어야 가치가 증가하는 콘텐츠의 특성을 생각하면 독점 콘텐츠로 플랫폼을 차별화하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게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다.


과연 누가 뉴미디어 시장의 승자가 될 지 쉽게 예견하기 어렵지만 한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냉혹한 시장의 평가로 인해 경쟁의 결과가 판가름 나기까지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다는 것 말이다.

다만 경쟁의 과정과 결과 속에서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세계에서 인정받는 일은 더 많이 볼 수 있고,
해외 플랫폼에 일방적인 종속관계가 형성되는 일은 없도록 기대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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