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답답한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이런저런 생각을 적어보고 있다.
하나 둘 글을 쓰면서 때로는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고, 생각을 모두 담아내기 힘든 내 필력이 아쉽게 느껴질 때도 많다.
사마천(司馬遷)은 발분저서(發憤著書)라고 개인이 겪은 어려움을 바탕으로 '사기(史記)'를 남겼는데
법정스님은 '내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라'는 유지를 남기셨다니 글을 써서 기록으로 남긴다는 행위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지 더욱 어려울 따름이다.
숱한 생각을 글로 남겨서 후일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과거 자신이 쓴 글로 공격받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 과연 '글을 써서 기록하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이 될 수 있을지', '나를 어렵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게도 된다.
지금의 정답이 후일의 정답일 수 없고, 지금의 생각대로 내 소신을 지키면서 살 수 있을지 역시 자신이 없는터라 스스로에 대한 글을 쓰는 건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다.
한참 글을 쓰다가 문득 예전에 쓴 글을 읽어보았을 때, 비슷한 주제나 소재가 눈에 뜨일 때면 마치 생각의 한계나 자기 표절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뭐 얼마나 글을 써봤다고 이런 생각까지 해보게 되었을까 스스로 생각해도 어이가 없긴 하지만, 진짜로 글쓰기의 어려움이 느껴질 때가 많다 보니 글을 쓰는 걸 직업으로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점점 존경스러운 느낌이 커지게 된다.
내가 만든 이야기에 타인을 초대하고 공감을 이끌어가는 것이 얼마나 크고 멋진 능력인지를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내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나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는 것"
그래서 글을 쓰면서 내가 소박하게 원했던 이런 바람은 이제 와서 보니 참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쓴 글에 대해 책임을 느끼면서 꾸준히 써가다 보면 내 안의 이야기가 점점 정제되어
쉽게 전달되고 공감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글 쓰는 스타일과 문장력에는 정답이 있을지 몰라도 글의 소재가 되는 생각과 경험은 각자의 글쓴이가 갖는 고유한 것일 수밖에 없으니 나만의 이야기가 어떻게든 전달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꾸준하고 부지런히 글쓰기를 이어나가다 보면 그런 시간이 축적의 시간이 되어 언제가 맘에 드는 글 한편 남기는데 도움 되는 시간들로 남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렇게 내 생각을 바탕으로 다른 이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글을 단 한 줄의 문장으로라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