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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Dec 24. 2022

나를 주장하며 살자

살아오면서 나는 내가 한 일에 대해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대가(代價)라는 것을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내가 한 일에 대해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이란 건, 다른 사람이 나의 노력을 알아줄 때에 그리고 인정할 때에 생기는 것이지 내가 주장해서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난 나의 기여를 누군가에게 적극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성실하게 일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런 묵묵한 노력이 알려지고 그에 걸맞은 기회와 보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


하지만 어느새 수십 년의 직장 생활을 거치면서 겪어온 내 경험을 더듬어보면 주변에는 늘 스스로의 기여를 요령껏 잘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주니어 시절, 같은 팀에서 일하던 동기 녀석은 나와 달리 잦은 야근과 휴일근무의 어려움을 팀장에게 직설적으로 호소하곤 했다.  (지금처럼 52시간제를 법으로 강제하던 시절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의 야근과 주말 근무는 금전적 보상 없이 그저 책임감이나 희생정신으로 이뤄지던 시절이었다.)


나처럼 신혼이었던 그 동기는 '팀장님 때문에 부부 관계가 안 좋아졌어요', '이러다 병이 날 것 같아요' 등등의 불만을 자주 얘기했다. 당시에 나는 팀원들 모두가 같이 고생했는데 유난히 힘들다고 강조하는 그 친구의 모습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었다.


하지만 연말 인사평가가 이뤄지는 시점엔 좀 다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평소에 힘들다고 강조하던 친구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었다.


특별히 개인업무가 구분되지 않는 집합적 프로젝트에 참여했음에도, 불만을 드러내며 배려받던 친구가 더 높은 고과를 받는다는 모습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당시의 팀장은 나를 따로 불러내어 인사고과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저 친구는 고과를 잘 받지 않으면 다른 팀으로 옮길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내년엔 널 꼭 챙겨줄 테니 앞으로도 같이 잘해보자”  팀장은 이런 식의 이유를 설명했고 나는 마치 "우는 아이에게 젖을 준다"는 말이 이런 경우인가 생각했었다.


그리고 다음 해가 되어서 고과를 잘 받았던 내 동기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고, 소속 부서 임원과 팀장이 변경되면서 나에게 약속되었던 고과에 대한 보장은 없던 말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제로에서부터 새로운 상사에게 내 가치를 증명해야 했다.


직장 생활 중 이와 같은 사례는 정말 수도 없이 경험할 수 있었다.



물론 항상 위와 같은 사례만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상사의 경우 개인이 스스로 주장하는 노력과 성과보다는 드러난 결과만으로 객관적인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도 더 많은 경우는 자기 스스로의 성과와 희생을 주장하는 사람이 그저 알아주기를 기다리는 사람보다는 더 좋은 결과를 받아보는 게 좀 더 일반적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는 게 어쩌면 미련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침묵하고 겸양을 지키며 무난하게 순종적으로 살아가는 건 어쩌면 사회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누군가는 근사한 비전과 미사여구로 일을 벌이고 그렇게 광을 판 성과를 바탕으로 좋은 평가를 가져간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들은 다른 사람이 광을 팔아 쌓아 놓은 모래성이 무너지지 않도록 떠받쳐야 하는 무의미한 노력을 강요받는다.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을 남긴 유명한 사람이 정작 본인은 여러 가지 자신의 주장을 열심히 펼쳐온 '웅변가'였단 점은 어쩌면 참 아이러니다 싶기도 하다.


유명한 법언(法諺) 중에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자신의 권리와 가치를 주장하지 않는데, 누군가 알아서 그걸 챙겨줄 거라고 기다리는 건 어쩌면 그냥 용기 없고 나태한 스스로를 자위하는 태도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태도로 살아보고 싶다.

스스로를 좀 더 내세우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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