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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un 10. 2023

인생은 나그네...쥐

어릴 적 즐겨하던 PC 게임 중에 '레밍스(Lemmings)'라는 게임이 있었다.

'레밍스(Lemmings)'는 '레밍(Lemming)' 즉 '(북유럽) 나그네쥐'가 무리 지어 이동하는 습성을 가진 점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나그네쥐는 개체수가 너무 증가하여 밀집도가 높아지는 경우, 무리 지어 거처를 이동하는 습성을 보인다. 이동 중에 바닷가에서 절벽을 만나는 경우에도 뭐에 홀린 듯 그대로 줄지어 물에 뛰어들고 결국 집단적으로 죽는 경우가 종종 목격되었기에 집단 자살을 실행하는 동물로도 알려진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 그들의 행태는 사실 자살을 염두에 둔 행동이 아니라 사고(accident)에 가까운 경우라고 설명되었지만, 충격적인 집단 투신 장면이 워낙 널리 알려진 터라 아직도 '자살하는 쥐'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 역시 레밍스의 그런 닥치고 전진하는 모습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내용으로 구성된다.

플레이어가 아무런 조작도 하지 않으면 레밍스는 벽을 만나기까지 그저 일렬로 줄지어 한 방향으로 이동한다.  


그들이 위험에 빠지기 전에 길을 막거나 땅을 파고 혹은 폭탄을 이용하는 등의 조작을 통해 일정 시간 내에 정해진 수만큼의 레밍스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는 게 게임의 목적이다.

'레밍스'는 각 스테이지에서 여러 가지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방식의 complete가 가능하여 퍼즐을 푸는 재미를 많이 느낄 수 있는 게임이었다.


사실 어릴 적 '레밍스'를 플레이하던 당시에는 게임 중 미션에 실패해서 레밍스 캐릭터가 죽는 모습을 봐도 별 감정이 없었다.  

8x8 픽셀(pixel)의 낮은 해상도로 구현된 캐릭터를 보면서 그게 실제의 생물을 모티브로 기획된 게임이란 걸 알지 못했었고, 그러다 보니 미션 실패 후 폭발하는 레밍스를 보면서도 그저 불꽃놀이 같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삶의 경험이 쌓이면서 문득 '레밍스'라는 게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사람들의 삶도 결국 '나그네쥐'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타까운 감정이 생기게 된 것이다.


사람들 역시 사회 속에서 이런저런 집단에 속해 살아간다. 한 모임의 회원으로, 한 직장의 직원으로, 한 나라의 국민으로 등등...


집단 내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의 과정은 모든 구성원들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는다. 각자의 의견과 주장이 집단의 행동에 어느 정도나 반영되는가 생각해 보면 그리 많은 비중은 아닐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집단은 어떤 의사결정을 하고 그 결과는 집단 내의 모든 구성원에게 일정한 영향을 끼치고는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들은 집단의 방향성에 휘말려 이익을 보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이익과 손해는 어느 정도 평균에 수렴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역사 속에서는 광기(狂氣)로 까지 묘사되는 집단적 행동으로 인해 개인들이 되돌릴 수 없는 큰 피해를 보는 경우도 종종 관찰된다.


그런 경우를 만약 집단 바깥의 누군가가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사람들 역시도 어떨 때는 비합리적 의사결정을 그대로 쫓아가는 나그네쥐 같아 보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선 소위 의사결정권자의 결정과 판단에 따라 특정한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렇게 구성된 프로젝트 조직은 많은 경우 원하던 성과를 보지 못하고 종료되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주어진 방향을 쫓아 집단적으로 일하는 다수의 직원들은 스스로의 판단이나 리스크에 대한 생각이 있더라도 그런 내용을 쉽게 얘기하지 못하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좋지 못한 프로젝트의 결과를 맞게 되면 마치 나그네쥐의 경우처럼 다시는 다음 기회를 기약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우리가 나그네쥐의 집단 투신을 보면서 그들이 용맹하다거나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갖췄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 집단적 방향에 휩쓸려 생각 없이 '자살하는 쥐' 정도로 쉬운 판단을 해버리고는 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집단에 속해 무언가를 하게 될 때, 그 집단 안에서 어떤 우매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바깥에선 그저 생각 없는 사람들이라고 단순히 생각해버리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그 안의 사람들에게도 뭔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나 한계가 있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레밍스' 게임을 할 때면 우리는 플레이어(player)로서 최대한 레밍스를 살려서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겪는 현실 속에선 우리가 속한 집단의 의사결정 과정에 개인으로서 의견과 생각을 전달하기가 참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현실 속에서 우리는 Player가 아니라 줄지어 걷고 있는 '레밍(Lemming)'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현실 세계에선 Player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기 어렵기도 하고 말이다.


분명히 알아두도록 하자. 

나그네쥐는 스스로 집단적인 죽음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그건 그냥 사고일 뿐 그들은 더 넓고 살기 좋은 곳으로 이주하고 싶을 뿐이란 걸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도 그 누가 Player의 역할을 맡게 되든 간에 레밍스 게임의 세계처럼 최소의 희생으로 최대의 구성원이 안전하게 번영할 수 있는 것을 지향하길 기대한다.

   

"인생은 나그네...♬ 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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