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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랜덤초이 Jun 10. 2023

우연인가 운명인가

몇 해 전 일란성쌍둥이로 태어난 자매가 서로 다른 나라로 입양되어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살다가 SNS를 이용해 우연히 재회하였다는 기사를 접한 적 있었다.


구글링을 해서 자세히 찾아보니 그들은 미국으로 입양된 서맨사 푸터먼과 프랑스로 입양되었던 아나이스 보르디에라는 자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재회는 너무도 신기한 우연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다큐멘터리 영화 '트윈스터즈'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어쩌면 운명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런 우연들을 보면서 과연 우연이라는 게 진짜 확률의 장난일지 아니면 정해진 운명의 결과물일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나 역시도 살아오는 동안 어쩌면 누구도 믿지 못할 우연한 경험을 수차례 하면서 살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휴대폰이 대중화되지 않은 시절 친구와 유럽 배낭여행을 갔었다. 여행 도중 의가 상하는 일을 겪고 각자 따로 헤어져 여행을 하기로 했었고, 헤어진 보름 후인 8월 6일 정오에 포르투갈 로카곶 등대 앞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약속한 당일 정오는 이미 훨씬 지났지만 기차의 연착으로 로카곶은 고사하고 리스본에도 도착하지 못했던 터라 친구와의 재회는 불가능해졌다고 생각했다. 답답한 마음에 열차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전방을 살피다 저 앞 객차에서 나처럼 머리를 내민 동양인을 보고 눈인사를 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이 바로 내가 로카곶에서 만나기로 한 친구였다.


과연 약속을 지키지 못한 두 친구가 똑같이 연착된 열차를 타고 같은 시간에 기차 밖으로 고개를 내밀 어서 서로를 발견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 유럽여행 당시엔 또 다른 우연도 있었다.

포르투갈을 떠나는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있던 2등 칸 객실에 웬 한국인 모녀가 찾아 들어와 도움을 요청했다. 그들의 말인즉슨 1등 칸 객실에 함께 있던 한국 청년들이 먹을 것을 사 오겠다고 배낭을 두고 내렸는데 열차가 출발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당황해하던 모녀분께, 나는 열차 승무원에게 신고하고 배낭을 맡길 수 있도록 해서 상황을 수습하도록 도와드렸다.


그로부터 열흘쯤 후에 나는 귀국을 앞두고 파리 에펠탑 앞 광장에서 쉬고 있었고 그곳엔 수많은 한국인 배낭여행객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을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의 일행들과 여행 경험을 주고받으며 맥주를 마실 때였다.


동창 녀석은 배낭여행 중 열차에 배낭을 놓고 내려서 고생한 이야기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혹시 하는 생각에 그 친구에게 리스본에서 출발하는 열차가 아니었는지 한국인 모녀에게 배낭을 봐달라고 하지 않았었는지 물었고, 그 친구는 어떻게 알았냐며 신기해했다. 


이 경우의 확률은 또 도대체 얼마나 희박한 경우의 수일 것인가 말이다.

한 사람이 열차에서 우연히 잃어버린 가방을 그 사람의 고교 동창이 열차 승무원에 맡겨놓도록 도와주고 그런 사실을 또 서로 우연히 만나서 확인하기까지의 경우라는 게 과연 확률적으로 설명이 될까? 


최근에도 그런 우연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바로 며칠 전의 일이지만 십수 년 전에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분의 근황이 갑자기 궁금해진 적이 있었다.

혹시나 찾아볼 수 있을까 하여 구글링을 해서 이름과 기억하는 경력들을 조합해 찾아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어디서 잘 살고 계시겠지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퇴근 무렵 다른 동료분으로부터 오랜만에 메일을 받았는데 내가 찾던 사람과 우연히 만났다며 함께 보자고 연락처를 알려 온 것이었다.


내가 찾아보고 싶던 십수 년 전의 동료가 그런 생각이 들었던 바로 당일에 우연히 연락이 닿게 되는 경우라니... 참으로 소름 돋는 신기한 경험일 수밖에 없었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도 이런 우연한 일들이 기억에 남아있다면 아마도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평생 기억에 남을 신기한 우연을 몇 개쯤은 기억하고 있지 싶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어쩌면 우연이란 건 말 그대로 완전한 우연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오히려 이뤄질 일들이 운명처럼 일어나고 그런 걸 사람들이 단지 우연이라고 믿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처음 로또복권이 도입되었을 때 나는 당시 로또 사업을 주관하던 KB 직원들과 프로젝트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과 친하게 지내야 할 필요가 있던 터라 KB의 신사업이었던 로또 복권을 구매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었고, 그런 습관이 20여 년 간 이어오고 있다. ㅎㅎ


어쩌면 정말 우연한 경험으로 아니면 운명적 결과로 수십 년 간 이어온 습관이 결실을 맺을 때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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